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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나는 주머니 Jun 02. 2023

자두맛 김밥을 아십니까

내 알고리즘엔 왜 에스파 다음이 씨스타 인거야

팀 런치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를 하며 후배들에게 최근 대학 축제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 박쿠쿠님, 요새 대학생들의 축제 시작곡이 뽀로로래요. 뽀롱뽀롱 뽀로로로 흥을 돋운 다음에 가수들 공연이 시작된대요. 신기하죠!

 - 어머 정말요? 참신하다.  어휴 근데 요새는 가수 이름이랑 노래 제목이 대부분 영어라서 사회자가 소개하기도 참 어려울 것 같아.

(세상에서 영어 잘하는 사람을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이 귀하임을 밝힌다 ) 예전에는 가수 이름도 노래 제목도 한글을 많이 사용했었는데. 제목만 딱 들어도 직관적으로 가사 내용 짐작이 가는 노래들 말이에요.  음… 예를 들면 자두의 김밥 같은 것 있잖아요. 왜. 그쵸?


 자두맛 김밥이라고요?

 이때부터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하였으며 상황이 옳은 방향으로 견인될 수 있도록 말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 아니 왜 남녀 혼성 듀엣인데, 여자분이 자두고 남자분이 강두인데, 강두가 기타를 치고요, 아 자두는 현재 목사님이랑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계시긴 해서, 자두였던 걸 말씀드림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니 아니 “잘~ 말아줘~~~ 잘~ 누울러줘~~~”이런 노래 있잖아요… 그쵸? 아시죠…?

- 아니요. 모르겠지만, 자두맛 김밥이 더 참신하네요. 박쿠쿠님 커피나 주문하시죠.  저희는 자허블이요. 박쿠쿠님도 자허블 하실래요?

- 자허블… 은 모르지만 가오갤은 제가 알아요!!! 곧 볼 거라고요!!!

- …박쿠쿠님, 혹시… 아아는 아시죠?

(이분들이 증말… 나 아바라도 안다고요…)




퇴근길,

그래. 챗GPT도 나온 세상인데 더 이상 이렇게 고인 물처럼 살 수는 없지. 나도 요새 최신 유행곡을 들어보겠어!

라고 굳은 결심을 하고 멜론차트 1위를 찾아봤더니 ‘에스파의 스파이시’라는 곡이 나온다. 바로 구글 뮤직에 검색하여 집중 듣기를 시작했다. 가사 내용은 4차 산업시대에 걸맞게 아주 혁신적이었다.


오호 흥미로운데. 빨간맛, 매운맛의 시대가 가고 이제 스파이시의 세대가 왔구먼. 아임 쏘 스파이씨. 아임 쏘 쏘 스파이씨. 오케이. 접수. 써먹어야지.


하고 기억을 저장하며, 구글 뮤직의 알고리즘이 선곡해 준 다음 곡을 기다렸는데. 엥.


씨스타의 쉐익킷이 왜 거기서 나와.

어허~ 알고리즘 일 띄엄띄엄하네. 씨스타 쉐익킷 아니지. 뉴진스나 아이브 뭐 그런 거 있잖아. 왜 안티티티티티티 프레져프레져 안티티티티티 프레져프레져 하는 그런 거. (헬스장에서 귓동냥함)


다시 구글 뮤직에 아이브를 검색해서 최신 노래 집중 듣기를 시도했다.


오호라 ‘키치!‘라구.  키치 내가 또 잘 알지. 우리 때 키치는 ‘키치키치 야야 따따. 모카초코라따 야야’인데.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참 잘했었는데. 아 근데 지금은 ‘우리만의 자유로운 나인틴 키치’네. 그래. 이제 키치는 나인틴 키치야. 오케이. 접수. 다음 곡!


허나,


아 또 씨스타 쉐익킷이야!!!!


저기 저기 이봐 알고리즘. 너 지금 단단히 실수하고 있는 거야. 나 이제부터 최신 인기가요 들을 거라고! 왜 이 악물고 나를 씨스타에게 끌고 가는 건데!!!



그날 밤, 오늘 있었던 알고리즘의 횡포를 씩씩 거리며 우리 신랑에게 고자질했다.

- 오빠! 구글뮤직 알고리즘 이상해!!! 내가 에스파를 검색해도 다음 곡으로 씨스타가 나오고, 아이브를 검색해도 씨스타가 나와! 나를 이 악물고 씨스타로 데려가! 이상해!!!!

- 구글 뮤직이 최신곡을 추천해 주면 여보가 이를 악물고 씨스타를 검색했나 보지. 결투다.


아.

위대하고 위대하신 알고리즘의 신이시여.

이 하찮은 인간 박쿠쿠가 전지전능하신 알고리즘 신의 영명함을 얕게 보아 의심이란 악귀를 잠시나마 함독함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결투를 거두어 주시고 에스파를 허락해 주시옵소서.


그런데 솔까말 여름엔 씨스타가 국룰 아닌가요. 아 듀스까지는 인정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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