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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나는 주머니 May 24. 2023

캠핑장의 개구리 영웅

부모님 거기서 그러시지 말고 도움 좀 주시죠

늘 캠핑장에서는 느낌표를 만나는 일들이 생긴다.

이번 주에 갔던 캠핑장은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캠핑장으로 작은 연못을 가운데 두고 텐트들이 빙 둘러 쌓이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어린이들이 연못이라는 광장에 모일 수 있는 ’캠핑장계의 아고라‘라고나 할까. 곤충 및 파충류 러버인 아이들은 연못으로 대동단결하여 그들 눈에는 참으로 작고 소중한 생명체들을 잡느라 온종일 분주하다. 물자라, 물방개, 각종 개구리와 올챙이, 두꺼비, 실잠자리, 소금쟁이, 풍뎅이 등을 중심으로 가끔은 아이들의 판타지를 이루어 주는 작은 물뱀을 만나기도 한다.


해가 져서 어두워지면 아이들이 텐트로 돌아올 것이라는 착각은 금물!

어둠 make a 영웅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그때 비로소 개구리 영웅 탄생의 서막이 열렸다.

개구리 영웅은 약 10세 정도로 보였고, 칠흑 같은 연못 안의 돌 틈새에 손을 넣어 손의 감각으로 개구리를 찾는 진귀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 개구리 영웅 왈 :  만졌을 때 진흙이라 생각이 된다고 그냥 버리면 안돼요. 손가락과 손바닥이 만날 때까지 비벼봐야(?) 진실을 알 수 있어요.


음, 오늘의 베이비 시터는 저 형아구만, 하고 부모님들은 마음 편히 모닥불 앞에서 주류와 함께 K2의 유리의 성이나 신성우의 서시, 빅마마의 체념 따위를 들으며 힐링 모먼트를 보내고 있었는데.




- 개구리 영웅 : 8살 이도 부모님! 이도 부모님! 이쪽으로 와주시겠어요? 이도 부모님?

(헉 나잖아? 하고 부랴부랴 연못으로 갔더니)

- 개구리 영웅 : 여기 8살 애기 부모님이세요?

- 나 : (내가 봤을 땐 너도 애긴데…) 응응! 왜 왜 무슨 일이야??

- 개구리 영웅 :  자, 제 말을 좀 들어보세요. 여기 애기가 제가 개구리를 찾아서 꺼내면 다 자기가 가지겠다고 해서 제가 두 마리를 줬는데, 지금 또 달라고 해요.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 나 : 어머. 당연히 그건 아니지! 아줌마가 이야기를 좀 해볼게! 미안해.

- 개구리 영웅 : 아니요 부모님, 그게 아니고요. 제 생각에는 이 애기가 부모님의 도움이 없어서 그런 것 같으니까 부모님께서 도움을 좀 주시죠!

- 나 : …? (부모님의 도움이라. 내가 잡아주라는 뜻인가?)

- 개구리 영웅 : 저도 사실 부모님의 도움이 있거든요. 도움을 한 번만 주세요. 그럼 애기도 잘 잡을 수 있을 거예요.

- 나 : 그래! 이 아줌마가 한번 잡아볼게!!! (하며 주섬주섬 옷깃을 올렸는데.)

- 개구리 영웅 : 아니요. 잡는 건 애기가 잡아야죠. 부모님의 도움은 바로 이것, 핸드폰입니다.


개구리 영웅께서 가라사대 숨어있는 개구리의 눈빛은 휴대폰 랜턴으로 봤을 때 제일 반짝일지니.

개구리 영웅이 되고픈 자들이여 어서 가서 부모님의 도움을 취하고 오너라.


아, 부모님의 도움을 득하고 개구리를 두 마리 잡은 8살 애기는 알려나.

오늘 이 부모님이 개구리 영웅에게 몹시 큰 감동을 받았다는 사실을.

이것이야 말로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는 탈무드 말씀의 일상생활 버전 아니겠는가!

흠. 개구리 영웅 혹시… 탈무드의 두 번째 생 아니야?


더불어,

부모님의 도움이라니, 너무 근사한 은유잖아. 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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