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수방사에서 처음 유격훈련에 참여했다.
소위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코스의 시범이다.
기초체력이 잘 단련되어 있어서 모든 코스에 자신 있었다.
기초 장애물을 마치고, 산악 장애물로 이동했다.
외줄 타기는 말 그대로 밧줄하나에 의지하여 50미터를 건너가는 것이다.
상체를 밧줄에 붙이고, 달팽이가 앞으로 나아가듯이 조금씩 조금씩 전진했다.
중간쯤 지났을 때 다음 사람이 출발했다.
갑자기 줄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통닭이 되었다.
통닭은 상체가 뒤집혀 밧줄에 거꾸로 매달린 것이다.
통닭 자세로 당겨서 반대편 목적지에 도달했다.
멋지게 시범 보이려 했는데 아쉬웠다.
다음은 두 줄타기다.
두줄은 손으로 머리 위에 줄을 잡고, 발로 아래줄을 밟으며 나아간다.
당시 수방사는 키가 큰 장병위주로 선발했는데 나는 키가 작았다.
두줄을 잡고 몇 미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큰일이다.
키가 작아서 발이 아래 밧줄에 닿지 않고 살짝 뜨는 것이다.
다시 돌아오기도 민망했다.
다른 사람에게 당연한 것이 나에게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튼튼한 두 팔에 의지하여 무사히 줄을 건넜다.
소대장을 6개월 했는데 장기에 선발되었다.
그리고 1999년 육군 화생방방호사령부가 창설되면서 사령부 군수장교에 발탁되었다.
소위가 사령부 참모가 된 것이다.
하루는 사무실에 사령부 시설공사 현장소장님이 방문했다.
육군본부에서 공병감(준장, 원스타)이 공사경과를 보기 위해 왔다.
통상 상급부대에서 고위직 간부가 방문하면 중앙 현관 앞으로 배웅을 간다.
그런데 현장소장님이 나가지 않는 것이다.
왜 안 나가시냐고 물었다.
"공병감은 별 하나(준장)이고,
자신은 별 두 개인 소장이라고 한다.
현장소장도 소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