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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록 May 09. 2022

1. 육아 일기 덕을 10년째 보고 있다

연재를 시작하며


"육아 일기는, 너의 성장의 기록이자 내 사랑의 기록이다. 힘들 때 펼쳐보라는 응원의 기록이자 일기를 쓰는 매 순간 내가 받았던 위로의 기록이다." - A록




내 아이의 첫 10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인간의 역사는 초기 10년이 최고로 흥미진진하구나.’

쭈글쭈글한 모습으로 태어나 숨을 쌕쌕 몰아쉬며 젖만 겨우 먹던 아기가 놀라운 속도로 인간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는 그 시간.


기억하는가?


뱃속에서 장성한 아기가 안에서 내 배를 발로 쭉쭉 밀었을 때, 이미 비현실적으로 거대하게 커진 배를 이리 불룩, 저리 불룩 튀어나오게 만들어 SF영화 찍는 줄 알았던 그때를?


태어날 땐 벌건 털 뭉치였던 아기가 뽀송뽀송 하얀 살결로 변하더니 눈 뜨고 일어나면 통통하게 살이 쪄있고, 키가 커있던 그때를?


젖을 먹고, 자고, 웃고, 울고, 몸을 버둥거리고, 엄청난 똥을 싸고, 소리에 가까운 말을 하고, 몸을 뒤집고, 기어 다니고,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고, 걷고, 뛰고, 밥과 국을 먹고, 조잘조잘 수많은 이야기를 하고, 점프하고, 구르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게 되던 그때를?


빨간 김치를 손톱만큼 잘라서 먹고, 빨간 음식을 점점 더 많이 먹고, 혼자 책을 읽고, 삐뚤빼뚤 글씨를 쓰고, 학교에 입학하고, 좋아하는 친구가 생겼다며 웃던 그때를?      




기가 막히게 웃기고 놀랍고 신기한 일들은 이 10년 안에 다 일어나는 것 같다. 나는 그 시간 동안 두 아이를 돌보는 '양육자'이자 곁에서 지켜보는 '관찰자'이자 그들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남기는 '기록자'로 살아왔다.


이 세 가지 중에 내가 가장 즐겼던 것은 기록자의 삶이었는데 하다 보니 그 결과물이 작은 스프링 노트로 17권, 크고 작은 종이에 따로 그린 그림이 90여 개가 모였다.     


초기에는 '낮에 목격한 신기한 상황을 밤에 긁적이며 한 번 더 즐기자. 이야기가 날아가 버리지 않게 모아 두자.'는 생각으로 기록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 이상의 효과가 나타났다.


낮에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아이들과 빨리 떨어져 있고 싶다가도 아이들을 생각하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 이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고마운 존재인지 저절로 알게 됐다. 머리로 생각하고 손으로 기록하는 동안 마음은 신기하게도 사랑을 일깨우는 일을 했다.      


내가 이 아이를 처음 뱃속에 품었을 때 느낀 벅찬 고마움, 아이가 태어났을 때 느낀 설렘과 행복, 젖을 먹이느라 품에 꼭 안고 있었을 때 느낀 충만함과 닿아있는 진한 감정이 마음 저 밑에서 올라와 지금의 마음 한가운데에 살포시 자리 잡았다. 그 따뜻하고 꽉 찬 감정이 현재형으로 다시 느껴졌다.


그러면 낮에 받은 스트레스, 걱정, 화가 그 강렬한 사랑에 샤악 녹아내려 점하나도 안 남기고 사라졌다. 나는 이 신기한 효과 때문에 10년이 넘도록 밤마다 육아 일기장 앞에 앉는다.      




아이의 인생 초기 10년이 나의 ‘엄마 인생초기 10년이기도 해서 몸과 마음이 힘들 때가  많았는데  정기적인 사랑 충전이 나를 매일매일 소생시켰다. 엄마가 된  10년이  지금도 나는 육아 일기 덕을 본다.        


이렇게 육아 일기 덕을 보다 보니까 주변 엄마들에게 종종 “육아 일기를 쓰니까 참 좋아. 같이 쓰자.”라고 했는데 어떻게 써야 될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어떻게? 어떻게 썼더라...’ 생각하며 일일이 답을 하다가 ‘이래서 될 것이 아니다. 제대로 정리해서 얘기해주자.’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쉽게, 꾸준히, 재미있게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는지 궁금한 엄빠들은 오라. 10년 노하우를 모아 모아 볼 테니.



<바다와 하늘이의 성장일기 1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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