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육아 일기는, 너의 성장의 기록이자 내 사랑의 기록이다. 힘들 때 펼쳐보라는 응원의 기록이자 일기를 쓰는 매 순간 내가 받았던 위로의 기록이다." - A록
내 아이의 첫 10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인간의 역사는 초기 10년이 최고로 흥미진진하구나.’
쭈글쭈글한 모습으로 태어나 숨을 쌕쌕 몰아쉬며 젖만 겨우 먹던 아기가 놀라운 속도로 인간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는 그 시간.
뱃속에서 장성한 아기가 안에서 내 배를 발로 쭉쭉 밀었을 때, 이미 비현실적으로 거대하게 커진 배를 이리 불룩, 저리 불룩 튀어나오게 만들어 SF영화 찍는 줄 알았던 그때를?
태어날 땐 벌건 털 뭉치였던 아기가 뽀송뽀송 하얀 살결로 변하더니 눈 뜨고 일어나면 통통하게 살이 쪄있고, 키가 커있던 그때를?
젖을 먹고, 자고, 웃고, 울고, 몸을 버둥거리고, 엄청난 똥을 싸고, 소리에 가까운 말을 하고, 몸을 뒤집고, 기어 다니고,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고, 걷고, 뛰고, 밥과 국을 먹고, 조잘조잘 수많은 이야기를 하고, 점프하고, 구르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게 되던 그때를?
빨간 김치를 손톱만큼 잘라서 먹고, 빨간 음식을 점점 더 많이 먹고, 혼자 책을 읽고, 삐뚤빼뚤 글씨를 쓰고, 학교에 입학하고, 좋아하는 친구가 생겼다며 웃던 그때를?
기가 막히게 웃기고 놀랍고 신기한 일들은 이 10년 안에 다 일어나는 것 같다. 나는 그 시간 동안 두 아이를 돌보는 '양육자'이자 곁에서 지켜보는 '관찰자'이자 그들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남기는 '기록자'로 살아왔다.
이 세 가지 중에 내가 가장 즐겼던 것은 기록자의 삶이었는데 하다 보니 그 결과물이 작은 스프링 노트로 17권, 크고 작은 종이에 따로 그린 그림이 90여 개가 모였다.
초기에는 '낮에 목격한 신기한 상황을 밤에 긁적이며 한 번 더 즐기자. 이야기가 날아가 버리지 않게 모아 두자.'는 생각으로 기록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 이상의 효과가 나타났다.
낮에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아이들과 빨리 떨어져 있고 싶다가도 아이들을 생각하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 이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고마운 존재인지 저절로 알게 됐다. 머리로 생각하고 손으로 기록하는 동안 마음은 신기하게도 사랑을 일깨우는 일을 했다.
내가 이 아이를 처음 뱃속에 품었을 때 느낀 벅찬 고마움, 아이가 태어났을 때 느낀 설렘과 행복, 젖을 먹이느라 품에 꼭 안고 있었을 때 느낀 충만함과 닿아있는 진한 감정이 마음 저 밑에서 올라와 지금의 마음 한가운데에 살포시 자리 잡았다. 그 따뜻하고 꽉 찬 감정이 현재형으로 다시 느껴졌다.
그러면 낮에 받은 스트레스, 걱정, 화가 그 강렬한 사랑에 샤악 녹아내려 점하나도 안 남기고 사라졌다. 나는 이 신기한 효과 때문에 10년이 넘도록 밤마다 육아 일기장 앞에 앉는다.
아이의 인생 초기 10년이 나의 ‘엄마 인생’ 초기 10년이기도 해서 몸과 마음이 힘들 때가 참 많았는데 그 정기적인 사랑 충전이 나를 매일매일 소생시켰다. 엄마가 된 지 10년이 된 지금도 나는 육아 일기 덕을 본다.
이렇게 육아 일기 덕을 보다 보니까 주변 엄마들에게 종종 “육아 일기를 쓰니까 참 좋아. 같이 쓰자.”라고 했는데 어떻게 써야 될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어떻게? 어떻게 썼더라...’ 생각하며 일일이 답을 하다가 ‘이래서 될 것이 아니다. 제대로 정리해서 얘기해주자.’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쉽게, 꾸준히, 재미있게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는지 궁금한 엄빠들은 오라. 10년 노하우를 모아 모아 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