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나의 에너지. 원래 섞여있는 에너지이지만 더 적극적으로 섞는다.
오늘은 바다에서 섞었다.
수심 2-3미터 바다에 몸을 담그고 스노클링을 했는데 대학 때 동아리 활동으로 스킨스쿠버를 했던 이후 거의 처음으로 만난 심해다. 20년 만인가? 아우, 좋더라.
사실 제대로 된 스노클링은 아니었다. 바다 안에서 하는 무용 공연을 관람하러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들어가 바다 안에 얼굴을 담그고 다리만 휘저었다. 그래도, 좋더라.
가만히 떠서 다리만 휘저어서 그런지 체온이 빨리 떨어지는 바람에 조스바 먹은 시퍼런 입술을 하고 나만 먼저 바다 밖으로 나왔다. 아쉬웠지만, 좋더라.
차에서 옷을 갈아입고 담요를 휙 펴서 두른 다음 따뜻한 차를 마셨다. 공연이 끝났고 관람객, 무용수들과 각자 가지고 온 간식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 좋더라.
망망대해에 물개 같은 사람들이 둘씩, 둘씩 짝을 지어 멀리멀리 수영을 하고 돌아오는 모습을 봤다. 오리발, 스노클링 딱 두 개만 하고.
“저렇게 멀리 나가도 돼요?”
“네.”
옆에 있던 또 한 명의 물개 같은 사람에게 물었고 돌아오는 간결한 대답을 들었다.
깊은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는 동족들이 있다는 사실에 다시, 좋더라.
집으로 돌아와 바닷물에 담가진 몸과 헤어 그대로 잠시 낮잠을 잤다. 내가 한 마리의 바다 존재가 된 기분으로. 역시, 좋더라.
눈을 뜨고 나의 달라진 에너지를 느꼈다. 자연과 휘익 섞인 에너지. 싱싱하고 바다 냄새가 나는 에너지. 그대로 집 밖 잔디에 나가 뒹굴고 싶었다. 그런데 마침 잔디를 깎고 계셔서 시도하지는 못 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싱싱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평소의 저녁 8시 43분이면 눈이 퀭하고 등이 굽어져 있어야 하는데 지금 나의 두 눈은 이상하리만큼 맑고 등까지 꼿꼿하다.
매일매일 바다에 나가 무중력 상태로 떠있거나 아까 본 물개 같은 사람들처럼 멀리멀리 나갔다 오고 싶다.
일단 이번 주 금요일에 오늘 함께 했던 사람들과 다시 바다에 들어가기로 했다. 체온 유지를 시켜주는 웻 수트가 적당한 가격으로 당근 마켓에 올라와주길!
올여름, 자연과 내가 어디까지 섞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