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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미 Oct 16. 2024

나의 망한 상처 이야기

누구나 상처는 있다

누구나 어린 시절 지워지지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오늘은 심리적 상처가 아닌 물리적 상처를 말해보고자 한다.




1. 왼쪽 무릎

초등학교 1-2학년 때, 꽤 말랐던 것으로 기억하는 나.

미녀와 야수를 보고 한동안 애니 속 음악을 흥얼거리며 다녔다. 그 시절 뮤지컬에 꿈이라도 있었는지, 악당(?) 게스톤을 흉내 내며 춤을 추고 다녔더랬다. 사촌들을 양 옆에 끼고 '아무라도 안돼~ 누구라도 안돼~ 멋진 남자 개스톤~' 하면서 몸을 띄우고 내려오다가 하수구에 빠졌다.

초등학생시절 내가 살던 시골마을에는 보도블록 사이사이에 하수구 구멍이 있었다. 손바닥 반절만한 크기의 구멍들이었는데, 거기에 빠질만큼 말랐던것... 생각해보면 그땐 엄마가 나에게 말라서 옷핏이 안이쁘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살쪄서 옷핏이 안이쁘다고함) 여튼 그 구멍 사이로 무릎이 끼어서 쭈욱 찢어짐. 사촌들이 놀라서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병원행 ㅋㅋㅋ


그렇게 왼쪽 무릎 옆에 그때 하수구에 빠져 생긴 상처를 꼬맨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2. 오른쪽 네번째 손가락

역시 시골에 살던 초딩시절.

우리 집은 주택이었고, 방문이 요즘 같지 않았다. 특히 아빠 서재 문은 중간이 불투명한 유리로 되어있었는데 동생과 싸우고 뛰어다니다가 나는 아빠 서재로 도망치고 동생은 거실에 있던 대치상황이었다.

문을 밀면서 나는 못열게 하고 동생은 열게 하려다가 유리가 깨짐. 어라라??? 고대로 내 오른손 네번째 손가락에 박힘 ㅋㅋㅋㅋㅋ 그대로 병원행, 또 꼬맸다.


오른쪽 네번째 손가락이 그 때 그 꼬맨 흔적으로 딱딱하다.



3. 왼쪽 무릎

또 왼쪽 무릎이네. 이번엔 앞쪽이다.

대학시절, 친구와 낭만을 찾아 여의도 한강공원에 갔었다. 거기서 따릉이를 빌려서 자전거를 탔다. 노을이 지고 참으로 낭만적이었다. 사실 나는 자전거를 엄청 잘 타는 편은 아니다. 그냥 초보는 아닌 정도.

여튼 낭만에 젖어 하늘을 보며 달리던 중 앞 자전거를 박아버림 (전방주시의 중요성)

재수없게도 그 자전거는 따릉이가 아니었다. 어느 동호인의 애끼는 자전거를 박아버린 것. 게다가 하필 커플. 박으면서 나는 퐉 넘어져서 무릎에 피가 철철 났다. 하필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피가 주륵주륵 흐르는데도 그 커플은 매우 화가나서 소리를 질렀고... 수리비를 대주겠다고 했으나 먹튀 당한 적이 있는지 명함도 내놓으라고 ㅈㄹ을 떨었다. 아니 사람이 그렇게 피를 흘리고 있으면 휴지라도 줄것같은데, 매정한 놈들. 여튼 그래서 명함 주고 화장실 가서 대충 씻고 대충 밴드 붙이고 터덜터덜 집으로 갔다. 뒤늦게 약국가서 메디폼 같은 습윤 밴드를 사서 붙였다 ^_ ㅠ 그리고 수리비 10만원도 보냄... ㅆ...


처치가 늦어서 아직 무릎에 상처가 남아있다. 쓰다보니 내 왼쪽 무릎이 고생하네.



4.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

비교적 최근에 생긴 상처.

집에 식탁은 있지만, 한국인이라면 응당 앉아서 먹고싶을 때가 있는법. 그런 접이식 테이블을 찾다가 친구가 굉장히 올드한 (할머니 집에 있을법한) 그런 양은 밥상을 산거다. 그래도 나도 따라서 샀다. 편해보이고 저렴하고 뭔가 추억의 술상 느낌이었다.

but 세상 부주의한 인간은 절대 사지 마세요. 양은 밥상은 접히는 부분이 꽤나 날카롭다. 급하게 휙휘휙 접다가 엄지와 검지 사이가 꼈다. 피 철철, 살이 달랑달랑. 도저히 대일밴드로 안되는 수준이라 동생 불러서 응급처치하고 담날 바로 외과에 갔다. 회사 근처에서 찾다보니 정형외과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간단한 처치는 된다고 해서 갔고. 몇바늘 꼬맸는지 모를정도로 동그랗게 꼬매주심.


그 상처가 손톱만하게 올라와있다. 지금까지 상처 중에 제일 작네.






이외에도 학교 한켠에 있던 공사판에서 공구르기 하다가 머리 깨진 적도 있고 자잘하게 넘어지고 찢기는 등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눈에 보이는 상처가 남지 않으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눈에 보이고 계속 거슬려야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혹은 기록을 하던가! 상처를 기억하려고 몸에 기록할 수는 없으니 브런치에 적어본다.



작가 타이틀을 향한 나의 주제 '망한 이야기'

어제 분명 3꼭지를 생각했는데, 하나를 벌써 까먹었다. 역시 기록의 중요성.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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