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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미 Oct 18. 2024

나의 망한 수영이야기

1년째 수린이

내가 수영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하와이에서였다.

지난해 친구랑 떠난 하와이에서 서핑하는 자유영혼들을 보며 생각했다.


"아 나도 하고 싶다."


나는 수영도 못하고 바다도 물도 무서웠다. 처음 바다를 무서워하게 된 날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교회에서 바다에 놀러 갔었다. 나는 튜브를 끼고 언니 오빠들과 바다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는데 어떤 오빠가 장난치다가 날 뒤집었다 ㅂㄷㅂㄷ 그때 코로 먹은 바닷물이 지금도 기억나는 거 같아... 그 후로 물에 대한 공포가 조금 생겼고, 바닷물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게 됐다. 소금물은 찝찝하니까. 바다에 빠지는 것도 싫었다. 물에 담그면 귀에도 코에도 물들어가고.. 으...


여하튼 그랬던 나인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하와이의 낭만에 젖었던 것 같음) 하와이 이곳저곳에 서핑 배우는 곳이 많길래 '서핑해 볼까?' 했는데 친구는 예전에 해봤는데 별로 안 맞았다고 했다. 나는 혼자 서핑을 배우는 건 무서운 파워 'I' 였기에, 이번엔 포기했다. 사실 말도 안 통하고 영어로 얼마나 알아들을까 싶고. 사실 핑계였지만 결국 안 했다.


그 해 여름 친구들과 양양에 갔다. (공교롭게도) 양양은 서핑의 도시였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갔던 피자집에서도 술 마시러 갔던 바에서도 서핑보드를 발견했다. 물론 바닷가에서도 까만 스윔슈트를 입은 많은 사람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기에 (공교롭게도) 서핑하는 할머니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60-70대(로 기억) 할머니가 양양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내용이었다. 인터뷰가 너무 멋있었다. 기사를 스크랩하지 않은 걸 지금도 후회한다. 기사를 찾을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때 생각했다. "나도 서핑하는 할머니가 되어야지"



그렇게 하와이 - 양양 - 서핑하는 할머니가 계기가 되어 수영을 등록했다. 서핑과 수영은 다르다고 하지만, 물에 대한 친밀도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피치 못하게 바다에 빠졌을 때 생존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사실 20대 초반에 회사 다닐 때 근처에 YMCA가 있어서 수영 등록했었는데, 물에서 숨 쉬는 게 힘들어서 2번 출석하고 날렸다. 물속에 들어가서 코로 숨을 내쉬는 게 잘 안 됐다. 비염이 있어서 그런 건가. 하며 그냥 포기했었는데, 내가 다시 수영을 시작하다니!! 킥판을 잡다니!!! 수영장 처음 가기 전부터 수영장 에티켓을 친구에게 들으며 떨리는 마음으로 갔다.


킥판을 잡고 발차기부터 시작한다. 처음엔 물에 뜨기도 힘들었다. 숨도 못 쉰다. 숨 쉬러 머리를 드는 순간 가라앉아버린다. 그렇게 한 달. 그래도 숨 쉬며 발차기는 할 수 있었다. 팔 돌리기도 시행했다. 근데 거기서 끝이었다. 동생이랑 자유수영을 간 적이 있는데, 킥판 쥐고 헤매는 내 모습이 이해가 안 간다고 했었을 정도로... 수영에 재능이 없었다.


나는 무려 3개월 동안 킥판을 잡고 팔 돌리기를 했다. 매달 새로운 수강생들이 들어오면 킥판을 잡고 뒷순서로 가는데, 나는 3개월 내내 뒷순서로 밀려났다. 4개월째 등록했을 때 자유형 킥판도 못 뗐지만 배영을 배웠다. 배영이 좀 더 쉽게 느껴졌다. 엉덩이가 좀 가라앉았지만 그것도 킥판을 잡고 했다. 월수금반, 화목반, 주말반 돌아가며 하다 보니 선생님도 몇 번 바뀌었다. 그리고 겨울이 왔다. 킥판을 못 뗀 채로 수영을 그만뒀다. 추웠다.





그리고 6개월 뒤 수영장 등록을 다시 했다. 남들 진도에 맞춰 평영 발차기를 시작했다.

나는 과연 평영을 넘어 접영까지 마스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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