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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드로 Jul 16. 2018

내비게이션만 믿고 찾아간 이태리 폼페이 유적지

사라진 도시를 내비게이션으로 찾을 생각을 한 나


폼페이로 가는 길은 날씨가 안좋아서인지 가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물론 이곳을 우리가 언제 가봤겠는가?

그런데 내비게이션에서는 2시간이면 충분한 것 같았다.

우리는 자동차의 내비게이션만을 믿고 책자에 나온 폼페이 street 를 찍고 달리기 시작했다.

거의 도착한 거 같다 싶었으나 좀처럼 내비게이션에 찍은 도착지 street  에 다다를 수가  없었다.

네이게이션에서는 계속해서 왼쪽으로 돌아라 오른쪽으로 돌아라 이런 식이었고 우리는 영문을 몰라 간혹 생길 수 있는 기계의 멍청함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면서 내비게이션의 친절한 유럽낭자의 목소리에 맞추어 운전대를 돌리고 있었다.

이렇게  이삽십분을 돌고 돈 끝에 우리는 그 street 명이 유적지 안의 명칭이란걸 발견하고서 굉장히 놀랬다.

아!!! 그 폼페이 고대 도시의 Street 명까지도 내비게이션에 입력이 되는구나!

얼마나 폼이 도시가 크길래 street 까지 나온다는 말인가?

이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우리로 따지면 길거리 음식들을 파는 이태리 아주머니들이 진을 치고 계셨다.

우리나라에서는 뻔데기나 뻥튀기 과자를 팔고 있는 모습과 흡사했다.

놀라움을 뒤로 한채 일단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고 간단히 빵으로 허기를 채운 뒤 들어간 곳은  베수비오 화산속에서 1500년동안 자신을 감추고 있었던 웅장한 고대 폼페이 도시의 모습 그대로였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폼빼이 고대 도시를 이렇게 그대로 발굴해서 있는 그대로를 보존해놓고 관광자원으로 개발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한참을 돌아다녀도 끝이 안보이는 폼페이 유적지는 목욕탕과 음식점 화장실 등등이 말끔히 복원되어 있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면서 어느 집앞에 멈춰섰는 데 백팩 가방을 맨 외국인 남자가 서있었다.

혼자서 돌아다니는 그에게 우리는 말을 걸어보았다.


" where are you from?"

"I am from russia"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니 러시아에서 왔다고 했고 서로 소개를 하다보니  자신은 navigator 즉 항해사라고 하였다.

내 영어가 짧았는 지 처음 들었던 내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의 차량용 내비게이션만 생각하다 보니 무슨일을 하는 지 감이 오지 않았는 데 계속 이야기하다보니 항해사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아마도 크루즈 선사를 운행하는 한 명의 항해사가 아닌가 하고 짐작만 해보았다.

이곳에 정박해 있는 동안 구경하러 온 것이었을 것이다.

이때 생각한 것이 바다를 항해하거나 비행기를 조종하는 직업을 가지면 전세계를 여행할 수 있겠구나였다.

우리는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이곳 머나먼 고대 도시 폼페이를 찾아왔지만 그때 폼페이에 살았던 시민들은 아마도 직업도 팽개치고 도시를 탈출했거나 아니면 이 도시에 묻혔을 것이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깨끗하게 지워버리는 자연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한없이 미약한 존재인가를 생각해보았다.

서울에서 로마까지 9125Km 를 걸어서가면 약 300일이 걸린다 (300일 = 9125 /30Km)

그런데 나는 단 10시간만에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도착했다.

오래전 우리는 자연앞에서 한없이 미약한 존재였지만 지금은 하늘을 날기도 하고 인공구름을 만들어 비를 뿌리기도 한다.

고대 도시 폼페이를 다시 복원한 인류의 무한한 발전덕분에  이렇게 생생하게 고대도시를 돌아다닐 수 있음에 감사했고 고대와 현대를 생각해보면서 묘한 감정을 느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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