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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로 Jun 09. 2019

개인정보 침범의 파괴력

블랙 미러 시즌 3, 3화 Shut up and dance 감상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 미러'는 시즌 1부터 신박한 SF적 소재, 구성과 플롯으로 많은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시리즈, 국어로는 연속극이라지만 각 방영에 개막과 종결이 있고 일정한 상영기간 없이 독립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반적으로 첨단 기술 용도에 대한 상상과 맞닿는 사회적 상황과 인물의 이념적이고 감정적인 갈등을 다루고 있는데 드라마의 휴머니즘적 요소와 화면-오디오의 감각적 조화가 상당하여 높은 작품성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단지 40-80 분의 시리즈를 감상하며 나는 자주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돌리지 못한 채 검은 화면을 바라보았다. 모니터에 벙해있는 내가 비추어 보이고 그것이 바로 제목 그대로 ‘블랙 미러’  의 표상임을 깨달으며 영상의 대단한 파급력에 감탄했다. 고작 노트북 화면으로 이런 몰입도를 끌어내는 것은 여간 특별한 것이 아니다. 곧 새 시즌이 방영된다고 하여 나의 팬심이 한껏 기대에 차있다. 제목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이미지들이 여럿이지만 먼저 써 내려가고 싶은 작품은 단숨에 선택할 수 있었다. 그것은 시즌 3의 3번째 이야기,  Charlie Brooker와 William Bridges이 쓰고 Alex Lawther와 Jerome Flynn 이 연기하고 

James Watkins가 감독한 Shut up and dance이다. 


 주인공 케니는 학생인 듯 보이고 아르바이트에서 돌아와 혼자만의 방에서 노트북을 켠다. 화면을 보며 성욕을 해결하는데 그 후에 익명으로부터 메일을 받는다. 그를 노트북 카메라를 통해 지켜보고 또 그것을 녹화한 것을 빌미로 협박하는 내용이었다. 당혹함에 백지장이 돼버린 케니는 익명의 협박자가 시키는 대로 행동한다. 케이크를 배달하는 것을 시작으로 주문된 일의 위험 강도는 높아진다. 또 다른 협박 피해자를 만나 은행 강도가 되더니 결국엔 살해까지 할 상황에 몰리게 된다. 케니는 왜 그토록 자위하는 모습을 숨겨야 하는 것일까, 아무리 내성적이라도 건강한 청년이라면 당연 사회에서 이해되는 부분인데.. 까지 생각했다면 마지막에 이 의문을 끝낼 수 있다. 케니가 화면에 띄운 것은 어린 아이 사진이라는 정보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살해자가 되더라도 아동성애자라는 태그를 달고 싶지 않았던 것은 후자 쪽을 더 끔찍한 인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짧은 드라마를 보고 많은 것에 관하여 이야기할 기회를 갖는다. 


사생활 침해와 데이터 착취로 인한 권력.

우리는 쉽게 길거리에서 cctv를 발견하면서도 안전성이라는 부각된 목적성에 따라 그 시스템에 쉬이 반감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 관찰 카메라가 설치된다고 가정하면 일반적으로 수긍하기 힘들다. 그것은 침해이며 불쾌감과 공포감을 수반한다. 주변에서 쉽게 노트북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여놓은 사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일상적인 것이 드라마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 작품은 시리즈의 다른 극과 비교되게 첨단 기술의 레벨이 미래 차원이 아니라 현재에 머문다. 해킹이라는 지금의 우리에게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사이버 범죄를 다루며 권력과 도덕성의 앞날에 대해 질문한다. 그것은 데이터 사회에 초입을 지나는 우리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음이다. 데이터를 착취하는 자는 누구이며 소유자는 개인에게 어느 정도까지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당신은 당신의 무엇을 데이터화하며 공유할 수 있으며 무엇을 보호하고 싶어 하는가.

작품에서 케니는 절대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넘으며 명령에 복종한다. 바지에 소변을 볼 정도로 두려워도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한다. 그 과정과 결과로 그의 삶은 완전히 파괴된다. 그에 반해 극의 끝에서 케니가 받은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권력자에게 이 해프닝은 오락이다. 

도덕의 미래와 죄의 무게. 

케니도 익명의 협박자도 판단력을 잃은 것은 매한가지다. 우리는 한 사람의 약점을 미끼로 파괴를 주도하고 피해를 부풀리는 익명을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케니를 오직 피해자로서 설명할 수도 없다. 그가 저지른 일들이 그의 의지로 구상된 것이 아니었다 해도 매번의 행동이 그의 선택이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케니는 자신의 성적 성향을 숨기려 사회적 범죄를 저지른다. 강도짓이나 살해를 범행하는 것은 사회적 상황으로 인한 충동적 결정으로 판단될 수 있고 객관적으로 명확히 죄로 이해된다. 아동성애는 반면, 매우 개인적인 문제로 한 사람의 자아에 깊숙이 연관되어 판단된다. 이렇게 주체적 판단을 통해 한번 외계인인 것이 드러나면 영영 지구를 떠나야만 하게 되는 것이다. 그 미래를 상상하며 케니는 도저히 다른 쪽의 선택을 못하게 된다. 그럼, 익명이 케니를 그런 상황까지 몰아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케니에게 악감정이 있거나 안 좋은 일을 당해 보복하기 위해서? 시청자는 드라마에서 그러한 가능성을 찾아볼 수 없다. 상영 내내 메 몰리고 급박한 상황이 연속되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에 접근하지 못하고 익명이 안내하는 오락에 그저 빠져든다. 어쩌면 또 다른 관객이 있었을 수 있고 어쩌면 케니의 결정이 모두 도박으로 익명이 판의 사회를 본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이 상황을 납득하진 못해도 이해할 수 있음으로 인해 현재의 디지털 소통의 경과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좋아요를 받기 위해 약탈이나 자해까지 라이브 스트리밍 하는 현재 모습 말이다. 모니터 상의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함이 도덕적 경계선에 혼동을 불러온 듯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극에 무덤덤해지고 판단력은 마비되어 보다 리얼한 위험을 시도하고 인간이 도리라 여겨온 신념을 하나 둘 저버린다. 케니의 이야기는 이점에서도 매우 현재 진행형이었다. 

 에피소드 내내 케니의 초조함과 불안감이 핸드 카메라 설정을 통해 전해진다.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나 사건이 진행될 때 떨리는 화면은 실감나게 분위기를 전달한다. 그에 더해 배우의 뛰어난 감정표현은 감정 몰입을 한껏 끌어낸다. 에피소드의 끝으로 이야기 속 게임도 끝이 나며 피해자들의 상황이 연속적으로 보이는데 배경음악으로 흘러들리는 라디오헤드의 노래는 화면과 서로 완벽하게 드러 맞는다. 인물의 상황과 감정이 더욱 절절하게 느껴져 인상에 깊숙이 남아 지금도 자주 찾아 듣는 Radiohead의 Exit Music 가사를 첨부하며 글을 마무리 짓겠다. 


Wake

From your sleep

The drying of

Your tears

Today

We escape

We escape

Pack

And get dressed

Before your father hears us

Before

All hell

Breaks loose

Breathe

Keep breathing

Don't loose

Your nerve

Breathe

Keep breathing

I can't do this

Alone

Sing

Us a song

A song to keep

Us warm

There's

Such a chill

Such a chill

You can laugh

A spineless laugh

We hope your

Rules and wisdom choke you

Now

We are one

In everlasting peace

We hope that you choke

That you choke

We hope that you choke

That you choke

We hope

That you choke

That you choke

Songtext von Exit Music (For a Film) © Warner/Chappell Music, Inc

-아래 링크는 위 노래가 삽입된 에피소드의 마지막 부분 클립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8GFOGwx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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