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세 시, 또는 네 시가 넘도록
잠 못 이루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집을 나와 공원으로 간다면.
만일 백 명, 천 명, 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물결처럼 공원에 모여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예를 들어 잠자다가 죽을까봐 잠들지 못하는 노인과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와
따로 연애하는 남편
성적이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자식과
생활비가 걱정되는 아버지
사업에 문제가 있는 남자와
사랑에 운이 없는 여자
육체적인 고충에 시달리는 사람과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사람...
만일 그들 모두가 하나의 물결처럼
자신들의 집을 나온다면.
달빛이 그들의 발길을 비추고
그래서 그들이 공원에 모여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그렇게 되면
인류는 더 살기 힘들어질까.
세상은 더 아름다운 곳이 될까.
사람들은 더 멋진 삶을 살게 될까.
아니면 더 외로워질까.
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만일 그들 모두가 공원으로 와서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태양이 다른 날보다 더 찬란해 보일까.
또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그러면 그들이 서로를 껴안을까.
- 잠 못 이루는 사람들, 로렌스 티르노 -
잠들지 못했던 무수히 많은 밤들을 생각한다. 불면의 역사가 깊다. 깊어서 슬프고, 슬퍼서 또 잠들지 못한다.
우울증이 내게서 제일 먼저 앗아간 것은 단잠이었다. 절벽 앞에 선 보초병처럼 나는 잠들 수 없었다. 잠이 달아난 자리에는 온갖 걱정과 분노가 채워졌다. 깊은 밤에 홀로 깨어있으면 모든 감각이 예민해져 바람이 구름을 스치는 소리와 남의 집 큰 개가 뒤척이는 소리, 그리고 연인을 잃은 남자가 눈물 흘리는 소리 같은 걸 다 듣게 된다. 내 마음이 비쩍 말라 버석거리는 소리 같은 것들도, 듣게 된다.
수없이 많은 불면의 밤 동안 나는 자주 밤길을 걸었다. 정처 없이 어두운 동네를 휘적휘적 쏘다녔다. 몸은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도 마음이 둥둥 떠다녀 쉬이 눈을 감을 수 없던 밤, 나는 어딘가에 깨어있을 누군가를 많이 생각했다. 밤거리를 걷다가 불 켜진 집을 발견하면 그리 반가울 수 없었다. 깊고 푸른 밤에 저 사람은 무슨 일로 잠을 설치는가 생각하다가 끝내 그의 단잠을 빌며 돌아오는 날들이 있었다.
그런 밤들에는 이불처럼 포근한 생각을 많이 했다. 이를 테면 감나무 잎사귀에 맺힌 햇살이나 시골 강아지의 복슬복슬한 털이나 말간 얼굴의 아기가 웃을 때 뺨에 패는 보조개나 서툰 연인이 살며시 맞잡은 손이나 내 등을 쓸어주는 엄마의 손이나 그까짓 것 다 괜찮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퉁명스러운 위로 같은 것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나처럼 잠들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또 생각했으며, 그리하여 거대하고 포근한 고요가 이 밤에 조용히 내려앉아 내 사랑하는 이들이 잘 자고 있는 게 틀림없다는 생각 역시 했다.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가끔 선잠에 들기도 했다. 그러면 나는 꼭 누군가와 껴안는 꿈을 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