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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남추녀 Mar 31. 2023

아름답기 위해서는 눈물이 필요하다고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 줄 때도 사실은 참 아픈 거래 

사람들끼리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것도 참 아픈 거래 
우리 눈에 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참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서는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처럼 하시던 이야기가 자꾸 생각나는 날 


친구야 봄비처럼 고요하게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 싶은 내 마음 너는 아니 
향기 속에 숨긴 나의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 것 너는 아니


- 꽃이 되는 건, 이해인 -





자꾸 같은 부위에 상처를 입는다. 늘 다치는 곳을 다친다. 패이고 찢기고 긁힌 곳에 새 살이 차오를 만 하면 또 부딪혀 상처가 덧난다. 결국 흉터가 생긴다. 내가 다쳤다는 증거가, 내 약한 부위라는 낙인이, 그렇게 새겨진다.

마음도 그랬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덤덤한 순간이 있는가 하면, 작은 자극에도 움찔 놀라 상처를 입게 되는 그런 순간도 있었다. 나는 늘 비슷한 지점에서 상처 받았다. 고독에는 관대해도 외로움은 병이 되었고, 모진 말은 참고 넘어가도 빈약한 칭찬에는 어쩔 줄 몰라 했으며, 미워하는 이의 무시에는 금세 익숙해져도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는 크게 아파했다. 그래서 내 마음에는 아물지 못한 상처가 가득했다. 


너무 아파 울음도 안 나오던 순간들이 많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며 덧나고, 덧나고, 또 덧났던 상처는 끝내 굳은살이 되었다. 마치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강하고 튼튼한 부위가 되었다. 마찰과 마모, 그리고 상처와 재생의 끝에 굳은살이 있다. 매끈하고 깨끗한 손보다 굳은살 가득한 손이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나는 몸 쓰는 일을 하면서 배웠다. 열매는 곧 나무의 굳은살인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마음의 상처도 아문다. 아물다가 또 터지고 찢기고 할 것이다. 피도 흐르고 진물도 흐르고 보기 흉한 흉터도 생긴다. 그러다가 마침내 굳을 텐데, 단단하고 여물게 굳는 순간이 올 텐데, 나는 그것을 굳었다거나 아물었다고 표현하기 보다는 결실을 맺었다고 말하고 싶다. 아름답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으려고 내 마음은 그렇게 아팠고, 또 아플 것이라 생각하면 조금은 위안이 된다.

아프지 않고 아름다워지는 건 없다는 진리를 배워간다. 상처 난 부위마다 열매가 맺히고 꽃이 핀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 될까. 그렇다면 저마다 다 다른 꽃과 열매를 피워 올릴 텐데. 자신의 것을 자랑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이렇게 아름답게 피우느라 참 아팠겠다, 위로의 말도 한두 번쯤 건넬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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