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책을 읽다 보면, 삶의 시간이 유난히 느리게 흐르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분주해 보이는데, 나 혼자만 여유 속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 든다.
독서를 하는 동안에는 외부의 소음이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나의 내면과의 대화가 조용히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신비로운 감각을 느꼈던 것은 아니다.
독서를 막 시작했을 때의 나는, 책을 즐기기보다는 ‘지식이 쌓이고 있다’는 착각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래서 문장 하나하나에 집착하다가, 정작 독서의 흐름을 잃어버리곤 했다.
1000권이 넘는 책을 읽고, 매일 10,000자 이상의 글을 쓰며 알게 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독서의 핵심은 ‘즐거움'이라는 점이었다.
책을 읽으며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두근거림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다. 즐거움이 없는 독서는 오히려 뇌를 지치게 만든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독서는 점점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 되어버린다.
특히 독서를 막 시작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읽는 법’이 아니라 ‘즐겁게 읽는 경험’이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 뇌는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울 때 가장 활발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너무 어렵게 시작하면 오히려 거부감이 생긴다.
돌이켜보면, 나는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책에 손을 뻗었다. 지식을 드러내고 싶었고, 빨리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나의 수준과 맞지 않는 책들을 억지로 붙잡고 읽고 있었다.
단테의 『신곡』을 읽다가,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는 순간을 경험하였다. 무엇을 읽었는지, 무엇이 남았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문장들 앞에서 나는 점점 무기력해졌다.
그곳에서 나오는 지옥, 연옥, 천국이라는 장소에서 경험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득히 멀리있는 안드로메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독서를 통해 성장하기는커녕, 스트레스만 쌓여가는 나를 발견하고 나서야 지식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건방진 독서가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조금 다른 방법으로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제목이 끌리는 책을 집어 들었다. 목차를 가볍게 훑어보고, 마음이 가는 챕터부터 읽어 내려갔다.
“음… 이책은 지금은 못 읽겠다.”
이런 과정을 몇 권의 책에 반복하다가, 자연스럽게 술술 읽히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 책을 읽으며 나는 혼잣말처럼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 느낌이야.”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증명하거나, 성장이나 돈을 위해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책 그 자체를 순수하게 즐길 수 있다면, 그 다음의 것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독서의 목적이 바로잡히면서, 책 읽는 시간은 점점 더 좋아졌고 어느새 독서는 축구나 게임보다도 즐거운 일이 되었다. 심지어 여행을 가거나 맛집을 찾아가는 것보다, 책을 펼치는 순간이 더 설렌다.
작가가 쓴 단어 하나 하나가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화의 장면보다 더 세밀하게 나의 뇌속에서 펼쳐지고 연상될 때, 왜 책을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고 말하는 지 깨닫게 되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따뜻한 문장을 만날 때는 심장이 두근거려서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을 때의 두근거림은,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경험이다. 그것은 책을 읽고 감동에 젖어본 자들만이 느끼는 쾌감일지 모른다. 작가의 언어 속에서 자신의 삶이 비치는 순간, 작가의 문장은 더 이상 활자가 아니라 지친삶을 위로하는 소울푸드 이상의 따뜻함으로 가슴을 적신다.
나에게 그런 감동을 선물해준 책들을 소개하고 싶다.
1.어린왕자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불리는 책. 술술 읽히지만, 가슴에 오래 남는 문장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같은 문장을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는지 모른다. 생텍쥐페리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린왕자를 통해 말하고 있다.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직접 책을 읽어보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2.연금술사
양치기 산티아고의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다루는 책이다. 작가 자신이 연금술에 관심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이다. 그래서 연금술에 매료되어 연금술사가 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는 인생의 다양한 시련과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진짜 연금술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산티아고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양치기 산티아고의 여행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우리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명작이다. 이 책은 까미노길을 걷지 않은 사람들에게 까미노길을 걷고 있는 것 같은 착각과 까미노길을 걷고 싶은 열망을 동시에 던져주는 책이다.
3.우리는 모두 죽는 다는 것을 기억하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의 현대판이다. 내용은 쉽고 간결하다. 하지만, 그 간결함 속에서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찬 현대인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챕터별로 구성되어 있어 하루에 5분만 투자하면 하나의 챕터를 읽을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5분만 읽으면 힐링이 되는 책이다. 그래서 벌써 3번이나 완독을 했다.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고전같은 책이다.
내용은 쉽지만, 가슴에 오래 남는 문장으로 가득한 책이다. 마음의 위로를 주는 문장과 따뜻한 공감이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나는 작가이기 이전에, 독자이다. 책을 읽는 즐거움이 없다면, 글은 쓰지 않을 것이다. 그 만큼 독서를 좋아한다. 독서 없이는 작가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우리는 책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이 바라 본 세상을 글로 쓰며 세상과 마주한다. 독서의 시작은 읽기이고 독서의 중심은 사색이고 독서의 끝은 글쓰기이다.
독서는 읽기가 아니다. 읽고 생각하고 쓰는 것이다. 그것이 독서의 참 모습이다. 그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 첫번째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독서의 즐거움이다. 순수하게 책을 읽는 즐거움에 빠져야 한다. 이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다. 그것이 가슴 아픈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글을 쓰고 싶어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다. 아이러니다. 요즘 SNS에 차고 넘치는 글을 보면, 한 숨이 절로 나온다. 어딘가에서 짜집기 한 것 같은 글들만이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책은 읽지 않고 숫자만 늘리기 위해 편집하는 글들만 양산되는 것 같아 속상하다.
그래서, 나는 작년부터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진짜 독서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선별해서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고 강의를 한다. 그 시간을 통해 책을 읽는 즐거움, 생각하는 힘, 책을 정리하는 글쓰기를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다.
진짜 독서를 하고 싶은 사람을 찾습니다.
https://blog.naver.com/aronspeech/22415969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