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실패 후, 지구 반대편에서 나를 만났다

by 아론의책

나는 한때 내가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믿었다.웃고는 있었지만 마음은 울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지만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기분이었다.


밤이 되면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 그 질문이 하루를 마무리했다. 존재의 이유를 묻던 20대였다.


수능도, 편입도, 취업도 뜻대로 되지 않던 시절. 나는 한국을 떠나고 싶었다.


어느 날, 친구가 툭 던지듯 말했다. “야, 코이카 해외봉사 가면 나라에서 지원해 준대.” 그 말을 붙잡고

도망치듯 비행기에 올랐다.




2012년, 중남미의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


그곳에서 나는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가난했지만 당당했고, 서툴렀지만 숨기지 않았고, 많이 가지지 않았지만 많이 웃고 있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알았다. 나를 힘들게 한 건 ‘가난’이 아니라 ‘가난하다고 믿는 생각’이었다는 것을.


나는 늘 비교 속에서 나를 재단했다.

부족하다고, 모자라다고, 뒤처졌다고.

그들은 달랐다.


비교 대신 관계를 택했고 포장 대신 진심을 택했고 경쟁 대신 친절을 택했다. 그리고 어느 날, 동료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넌 참 좋은 사람이야.”


무언가를 잘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나 그 자체로 좋다는 말은 처음이었다.


그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 사람은 평가받을 때 닫히고 존중받을 때 열린다. 그곳 사람들은 내 스펙을 묻지 않았다. 내 실패를 따지지 않았다.


그저 말했다.


“너는 너라서 괜찮다.”


그 순간 처음으로 숨이 쉬어졌다. 포장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그 자유가 나를 다시 살게했다.




혹시 지금 누군가의 말 한마디 때문에 마음이 작아져 있지는 않은가.


혹시 인정받지 못한 느낌 때문에 스스로를 줄이고 있지는 않은가.


부족해서 힘든 게 아닐지도 모른다. 존중받지 못했기 때문에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심장이 멈출 때 죽는 게 아니라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낄 때 조용히 무너진다.


그리고 다시 살아나는 순간은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을 때다.


“넌 참 좋은 사람이야.”


어쩌면 우리는 그 말을 주고받기 위해 이 지구를 여행하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고치려 하지 않고 누군가를 평가하려 하지 않고 그저 이해하려는 마음. 그 다정함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을 살린다.


오늘은 내가 그 말을 건네본다.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다."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무언가를 더 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여기까지 걸어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많이 힘들어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당신이 아직 여기 있다는 사실이 어디선가 누군가에게는

이미 위로일지도 모르니까.


언젠가 당신도 아무 조건 없이 그 말을 건네게 될 것이다.


“넌 참 좋은 사람이야.”


그날이 오면 알게 될 것이다. 그 말이 정말로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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