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의 문을 향하여 반대편으로 이동한다. 길을 걸으며 손님들을 살핀다. 탄생의 문에서 투어를 시작했을때와는 달리 눈빛이 흐려져 보이는 손님들이 보인다. 탄생의 문에서 20분정도의 설명을 진행하였기에, 이미 많은 이들이 피곤해보였다. 편하게 앉아서 투어를 들은것도 아니고, 서서 설명을 들었으니 그럴만하다. 유럽에서 가이드로 사는 삶. 유럽에서 손님으로 여행을 함께 하는 삶. 그 어느것도 편하지 많은 않다. 그런데 편하지 않은 이 모습이 왜 행복해 보일까? 새로운 것을 배우고, 깨닫고, 나누는것이 어쩌면 인생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가이드님 중간에 휴식시간이 있나요?"
"중간에 쉬게 되면 성당 내부입장 시간을 맞추지 못하게 됩니다. 제가 쵸콜렛드릴테니까, 당충전하시고 끝까지 화이팅하죠. 성당내부 들어가면, 앉아서 쉴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천천히 쉬다 오세요"
선배는 흐려져가는 눈빛의 손님들에게 쵸콜렛을 건넸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모아 수난의 문 설명을 시작하였다.
"수난의 문은 가우디 사후에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스페인이 낳은 천재 조각가 조셉마리아 수비라치의 작품이죠. 그는 예수의 죽음의 이야기를 12개의 조각들로 표현하였습니다."
"가이드님, 가우디가 만든 작품과 너무 다른데요?"
"맞습니다. 수비라치는 가우디의 설계대로 형태는 만들었으나, 조각은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가우디 스타일을 어설프게 따라하는 것보다, 자신이 잘하는 모더니즘 조각으로 만드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혹평을 들었던 수난의 문은, 현재 탄생의 문 못지 않은 매력적인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가이드님, 혹시 수비라치가 한국에 와서 작품을 남긴적이 있나요? 제가 본거 같아서요."
"있습니다. 그는 1987년 우리나라 올림픽공원에 와서 하늘기둥이라는 작품을 남겼습니다. 현재까지도 올림픽공원에 존재하죠. 아마도 그곳에서 보신것 같습니다."
가우디가 만든 성가족성당의 수난의 문 파트를 만든 조각가 조셉 마리아 수비라치. 그는 1987년, 우리나라에 와서 88올림픽을 기념하며 '하늘기둥'작품을 남기고 갔다. 그런 그가 자신의 평생을 바쳐 만든 작품이 지금 눈앞에 있다.
"이 작품은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의 만찬부터, 십자가 처형까지의 하루동안 벌어진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탄생의 문과 마찬가지로 스토리텔링이 완벽한 조각이죠. 12개의 조각 중 수난의 문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들을 위주로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이 작품을 보는 방식은 1층에 가장 왼쪽부터 조각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1층왼쪽에 조각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2층 가장 오른쪽 조각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며, 마지막 3층 가장 왼쪽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이동하며 이야기가 전개 됩니다. 한마디로 1층 가장 왼쪽부터 지그재그로 올라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이드님 그런데 조각을 가리고 있는 6개의 기둥은 무엇인가요?"
"6개의 기둥은 가우디의 까사바트요를 연상시킵니다. 기억하시나요? 뼈로만든집. 가우디는 사람의 다리구조가 그 어떤 건축보다 튼튼한 구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6개의 기둥을 통해 위쪽에 건축들을 바치는 역할을 한것이죠. 그와 동시에 예술적 아름다움을 추구했습니다. 한마디로 기능과 아름다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6개의 기둥을 만든셈이죠."
"저는 아쉽습니다. 기둥이 없었다면 더 시원하게 조각을 볼 수 있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네 저도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조각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첫번째 조각은 1층에 가장 왼쪽부터 시작합니다. 작품명은 '최후의 만찬'입니다. 예수와 12제자가 함께 모여 떡을 먹던 중에 예수가 말합니다.'너희 중의 하나가 나를 팔리라 하시니. (Jonn 13:22).'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제자들은 당황합니다. 3년동안이나, 예수와 동고동락한 제자들중 배신자가 있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죠. 하지만 단 한명은 그 사실을 믿을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배신자였기 때문이죠. 그의 이름은 가롯 유다입니다. 12명의 제자중에 유다는 누구일까요? 조각을 보고 맞추어보세요."
"웅성웅성(예수 옆에 있는 사람 아니야? 키가 커보이는 사람 아니야?)"
"정답은 제 파일을 보시면 됩니다. 11명의 제자들은 모두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지만 단 한사람만 예수님을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그 남자는 오히려 우리쪽을 바라보고 있죠. 그가 바로 배신자 가롯유다입니다. 그 증거가 그의 주먹 아래에 조각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개조각입니다. 개는 서양에서 충성을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그와같은 상징을 통해, 충성했어야 할 가롯유다가 그 충성을 버렸음을 우리에게 은유적으로 알려주고 있죠."
"다음 조각으로 넘어가겠습니다. 2번째 조각은 첫번째 조각에서 시선을 오른쪽 방향으로 옮기면 나옵니다. 작품명은 '유다의 키스'입니다. 유다는 예수를 배신한후 사람들을 모아 예수를 잡기 위해 겟세마네 동산을 향합니다. 그 시간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던 예수는 기도를 마치고 산을 내려오게 됩니다. 중간에서 마주친 예수와 가롯유다. 유다는 재빠르게 군병들에게 누가 예수인지 알려주기 위한 신호를 보냅니다. 그것이 바로 유다의 키스였습니다. 정확하게는 볼키스를 통해 스승을 존경하는 것 같은 제스춰를 취하였던 거죠. 그렇다면, 조각된 두 남자중에 누가 예수이고, 누가 가롯유다일까요?"
"저사람이네, 누구? 저사람!(아닌거 같은데)"
"제가 들고 있는 파일을 보세요. 파일을 보면 뱀조각이 옆에 있는 남자가 있습니다. 그 남자가 바로 가롯유다입니다. 서양에서 뱀은 사탄을 상징합니다. 그렇기에 사탄의 행동을 하는 가롯유다 옆에 뱀조각이 새겨진거죠. 반대편에 남자는 예수입니다. 그의 옆에는 가로, 세로에 숫자가 적혀있습니다."
"가이드님 빙고판인가요?"
"빙고판과 미슷한 마방진입니다. 마방진이란, 가로, 세로, 대각선 어느 방향으로 숫자를 더할 지라도 하나의 숫자받게 나오지 않는 구조입니다. 더해보시겠어요?"
"1+11+8+13=33. 33입니다!!"
"맞습니다. 33은 예수가 십자가형에 처해진 나이를 나타냅니다.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더해 보아도 숫자는 33만 나오는 구조이죠. 이와같은 마방진을 통해 예수를 상징하는 모습을 조각을 통해 표현하였죠. 가우디도 훌륭하지만, 후배인 수비라치도 훌륭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뱀과 마방진을 통해 인물을 맞추는 수수께기같은 조각이 매력적입니다. 저는 가우디보다 수비라치 조각이 더 신선하게 흥미롭습니다."
"맞아요. 예술가들마다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성가족성당을 더 가치있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다음 조각을 살펴 보겠습니다. 두번째 조각에서 시선을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되면, 바닥에 주저앉아 슬퍼하는 한 남자와 그뒤에 3여자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조각에 의미를 알 수 있는 힌트 조각은 '닭'조각입니다. 성경에는 이렇게 기록되었죠.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Mark 14:30)'.
"혹시 저 남자가 베드로인가요?"
"맞습니다. 예수님의 수제자였던 베드로는 예수님을 절대 배신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닭이 두번 울기전에 세번 부인하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그리고 바닥에 웅크려 엉엉 울게 되죠. 그 모습을 수비라치는 한남자,세명의 여자, 닭을 통해 완벽하게 표현하였습니다. 그래서 알면 보이고, 보이면 달라 보이는 것이 예술임을 느끼게 됩니다. 이제 2층 조각을 살펴보겠습니다. 2층에 있는 조각중 중앙에 있는 작품은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는 예수입니다."
"그런데 가운데 얼굴이 없는 가운데 여인은 누구인가요?"
그녀는 베로니카 성녀였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향해 가던 예수는 피와 땀이 온몸에 흐르고 있었다.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본 한 여인이 예수의 얼굴을 베일로 닦았다. 잠시후 그녀가 베일을 펼치는 순간 놀라운 기적이 벌어졌다. 예수의 피와 땀이 아닌 얼굴이 그려진 모습이었다. 그녀가 바로 베로니카였다. 그 기적의 순간을 수비라치는 조각으로 표현한것이다.
"그러면, 로마 병사 옆에 있는 노인 조각은 무엇인가요?"
"그것은 가우디입니다. 70대 시절의 가우디를 예수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조각한 것이죠."
"가우디가 성인인가요?"
"아닙니다. 하지만 수비라치는 가우디가 성인이 될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여 수난의 문에 미리 조각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정말 성인이 될 수 있는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지만요. 이제 3층 중앙의 조각을 보게습니다. 작품명은 '예수의 죽음'입니다. 십자가에 매달려 처형당한 예수가 끝내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것을 바라본 3명의 마리아는 슬퍼하며 울고 있습니다. 예수의 발 아래 해골모양은 골고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죽음을 의미합니다. 예수의 오른손 옆에 보름달이 보입니다. 보름달에 의미는 3일뒤에 부활하게 될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부활한 조각도 만들었나요?"
"4개의 종탑중 가운데를 보시면 황금색 물결이 흐르는 조각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그리스도의 승천' 조각입니다. 수난의 문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 후 승천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됩니다. 이제 남은 영광의 문에서 다시 오시는 예수, 즉 재림의 예수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가우디가 만든 성가족성당에 관련된 설명을 진행하였습니다. 혹시 질문이 있으실까요?"
"완공날짜가 언제라고 하셨죠?"
"2026년입니다. 가우디 서거 100주년을 기념할 예저이죠. 하지만 예정일뿐. 아직 확정된것은 없습니다."
"기부금은 잘 모이나요?"
"네 여러분들 덕분에요. 지금 들어가면서 지불하신 입장료가 성당기부금으로 쓰일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이 성당에 돌하나 쌓으신거라 생각하셔도 됩니다."
"가이드님은 성가족성당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과거와 오늘과 미래를 연결하는 성당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우디의 꿈이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되어 성가족성당을 통해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해마다 5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성당을 찾아오는것 같습니다. 이제 성당 내부티켓을 드리겠습니다. 들어가서 보시고 질문이 있으신 분들은 1시간 뒤에 KFC 앞쪽 벤치에서 만나도로 하겠습니다."
"가이드님은 내부에 같이 들어가지 않으세요?"
"아직 로컬 가이드와 내부 계약이 되어 있지 않아 내부설명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론씨 내부들어가서 편안하게 보고 와요. 궁굼한것 있으면 나와서 질문해요"
선배는 말을 마치고 수신기를 정리한뒤, 사무실로 향했다. 나는 멀어져가는 선배의 모습을 뒤로한채 탄생의 문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