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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의책 Oct 23. 2024

바르셀로나 성가족성당(3)

동쪽의 태양이 서쪽을 향해 스며드는 시간. 선배를 따라 탄생의 문을 향했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선명하게 들어나는 탄생의 문 조각은 마치 살아움직있는 유기체와 같았다. 그리고 그 실체를 완전히 마주하였을때, 나도 모르게 탄성이나왔다.


"탄생의 문은 가우디가 살아있을때 만든 작품입니다. 물론 모든 부분을 가우디가 다 만들 수 없었습니다. 43년동안 성실하게 만들었지만, 예산의 부족과 기술력의 한계를 느낄 만큼 엄청난 설계를 가우디가 하였기 때문입니다."


"가이드님, 그런데 옥수수를 먹다 남은 것 처럼 생긴 저 탑들은 왜 만든건가요?"


https://www.flickr.com/photos/42311564@N00/3567461497

"가우디는 지금 보고 있는 탑들에 종을 넣을 예정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종탑을 만들어 성당의 종소리가 아름답게 이 주변에 울려 퍼지기를 바랬던 거죠. 그래서 일부로 구멍이 송송 뚫려있는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공명감을 위해서였죠. 또한 비가 내리더라도 빗물이 성당 내부로 들이치지 않도록 사선 방향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비가 내려도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구조이죠."


"단순히 종탑을 만들었다 하기에는 너무 많은 데요?"


"맞습니다 현재 보고 있는 탑들은 총 18개가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18개중 12개는 예수의 12제자의 탑이 될 예정이고, 나머지 6개중 4개는 사대복음서의 저자의 탑이 됩니다. 남은 2개의 탑중 하나는 성모마리아의 탑이되고, 마지막 탑은 예수 그리스도의 탑이 됩니다. 예수그리스도의 탑은 172.5m가 될 예정이며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 될 예정입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은 어디인가요?"


"독일에 있는 울름성당으로 높이는 161m입니다."


https://www.lokalmatador.de/ausflugsziel/ulmer-muenster-1297/


"그러면 이왕 높게 지을거 200m로 지으면 안되나요?"


"가우디가 예수그리스도의 탑을 172.5m로 설계한 이유는 몬주익 때문입니다. 몬주익 정상의 높이가 173m이기에 그것보다 높게 지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만든 건축이, 신이 만든 건축보다 높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러한 가우디의 생각이 존중되어 172.5m로 건축될 예정입니다."


"탄생의 문말고 다른 문들은 어디에 있나요?"


"가우디가 만든 문은 총 3개입니다. 탄생의 문, 수난의 문, 영광의 문으로 구성되어 있죠. 이 세곳은 가우디가 태양이 뜨고 지는 곳을 계산하여 배치하였습니다. 우리가 현재 있는 위치(탄생의문)는 해가뜨는 동쪽이고, 영광의 문은 태양이 가장 높게 머무는 위치에 배치하였습니다. 마지막 수난의문은 해가지는 방향에 배치하였죠."


"100년전에 태양의 움직임을 보고 그 움직임에 맞게 문을 배치하였다는 거죠?"


"맞습니다. 가우디는 단순히 태양의 움직임만 계산하고 문을 배치하지는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경을 문에 스토리텔링하였습니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초점을 맞추었죠. 그래서 탄생의 문은 예수의 탄생의 이야기가 조각되고, 수난의 문에는 예수의 죽음의 이야기가 조각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광의 문에는 예수의 재림의 이야기가 조각될 예정입니다."


"조각될 예정이라뇨? 영광의 문은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아직 영광의 문은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설명은 탄생의 문과 수난의 문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 너무 아쉬운데요, 그럼 언제 완공이 되나요?"


"2026년입니다. 가우디 서거 100주년을 맞이해서 만들예정이라고 성당측에서 밝혔죠. 하지만 실제로 언제 만들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더 걸릴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완공될때 다시 와야겠어요. 그때도 가이드님이 꼭 투어 해주세요!!"


"제가 스페인에 있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탄생의 문에 새겨진 조각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조각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그 시작점이 되는 조각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https://blog.sagradafamilia.org/en/divulgation/where-spring-begins/

"가이드님 죄송하지만, 한가지만 질문드릴게요. 제가 유럽에 많은 성당을 다녔는데, 성가족성당처럼 외부에 조각이 많은 성당은 처음 봅니다. 왜 내부에 배치하지 않고 외부에 이렇게 많은 조각을 만들었나요?"


"그 이유는 문맹자를 위해서입니다. 19세기 바르셀로나는 빈부격차가 심했고, 교육을 받은 사람은 소수였습니다. 그래서 성서의 내용을 글로 볼 수 없는 인구가 많았습니다.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던 가우디는 외부의 돌조각을 통해 성서를 표현했습니다. 한마디로 돌로 쓴 성경이죠. 문맹자들이 돌조각을 통해 성경의 내용을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하기를 바랬습니다. 그런 이유로 외부에 조각을 많이 새겨 두었습니다. 눈으로 성경을 읽고 성당으로 들어오기를 바랬던거죠."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탄생의 문이 시작점이 되는 조각. 성가족부터 찾아보겠습니다. 여러분이 보고 계신 탄생의문에서 성가족은 어디에 있을까요?"


"웅성웅성(저기 아니야? 아닌거 같은데...)"


"제가 들고 있는 화일 속 사진을 보세요. 그리고 탄생의 문에서 다시 찾아보세요."


https://buffaloah.com/a/virtual/spain/barc/sagr/nativ/nativ.html


"소란법썩(거봐, 내 말이 맞지! 저기 있잖아!!)"


" 다 찾으신거 같으니 설명드릴게요. 정가운데 있는 조각에 세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기예수, 어머니 마리아, 아버지 요셉. 이 세사람이 성가족입니다. 사랑스런 모습으로 가우디가 조각해 놓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의 탄생했던 날 그를 축하하기위해 동방의 박사들이 찾아왔죠. 그 박사들은 어디있을까요?"


"웅성웅성(딱 봐도 저거네! 아니야 이거 아니야!!"


"제가 들고 있는 화일을 보세요. 머리에 터번모자를 쓰고 무릅을 꿇고 경배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조각이 보이시나요? 그들이 바로 동방박사입니다. 그들은 하늘을 보던 중 동방에 떠있는 별을 보고 예수의 탄생을

알게 되었죠. 그리고 그 별을 쫓아와서 아기예수를 만나게 됩니다.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리면서요."


https://lovinglifeonthego.com/2017/03/14/sagrada-familia/


"가이드님 별은 안보이는데 어디있나요?"


"별의 위치를 찾아 드리겠습니다. 성가족의 아버지 요셉을 찾으세요. 그리고 그 위로 쭈욱 시선을 올리면 성게모양처럼 생긴 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성게모양...? 맞네! 맞아!! 별이 보인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nnunciation,_Star_of_Bethlehem_and_Nativity_-_Nativity_Faca

"성게모양의 별을 찾으셨네요. 그렇다면, 성게모양의 위쪽 조각도 살펴 보시겠어요. 한남자가 여인의 머리에 안수하는 모습이고 여인은 고개를 숙여 받드는 모습입니다. 이 조각은 '수태고지'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성화가 그려진 주제중 하나 입니다. 수태고지의 내용은 성경에 이와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Luke1:31)

"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하되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까"" (Luke1:34)

"천사가 대답하여 이르되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리라." (Luke1:35)

하나님의 아들이 처녀의 몸에 성령으로 잉태되어 탄생하신다는 놀라운 소식을 대천사 가브리엘이 전합니다. 이것을 마리아가 놀라워하며 받는 장면이 우리가 보고 있는 조각의 의미입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수태고지 그림 보았습니다. 프라안젤리코가 그린 그림도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Annunciation_%28Fra_Angelico,_Madrid%29


"맞습니다. 수태고지 그림 중 최고라고 생각하는 그림입니다. 마드리드 가시는 분들은 프라도 미술관 가셔서 꼭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가우디가 만든 조각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풍성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가이드님은 프라도 미술관 투어 안하시나요? 저는 가이드님게 설명을 듣고 싶은데..."


"마드리드에는 저보다 훨씬 차분하게 설명을 잘 하시는 가이드 분들이 2명이나 계십니다. 신청하셔서 즐겁게 들어보세요"


"아쉽습니다..."


능력있는 가이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선배의 투어를 들으면 들을수록 매료되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언제쯤 선배처럼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으로 투어를 할 수 있을까? 손님들이 어디든 함께하고 싶다고 말하는 가이드가 되려면 몇년이 더 필요할까. 나는 이때 알게 되었다. 가이드는 혼자 잘해서 되는게 아니라, 손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이드가 투어를 이끌지만, 진짜 주연은 손님들이다. 빛나는 조연이 될때,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이드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비단, 가이드뿐일까. 우리가 손님을 대할때 빛나는 조연의 자세로 상대방을 높인다면, 어느 곳에서도 사랑받는 사랑이 될 수 있다. 이 사소한 진리를 우리는 일상에서 너무나 놓치고 사는 것 같다.


"예수가 탄생할때 천사들의 노래가 하늘에서 울려 퍼집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 중에 평화로다. (Luke2:14) 이와같이 아기 예수 탄생은 모든이들의 축제이고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단 한사람만 빼고요. 그 사람은 누구일까요?"


"가이드님 제가 압니다. 그 사람은 헤롯대왕입니다!!"


"아이고, 열정적으로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가족성당 모양의 키링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박수한번 쳐주세요!"


"짝짝짝짝!"


노련미. 혼자 열심히 투어하는게 아니라, 손님의 참여를 유도하고 기념품을 나누어 주는 센스. 역시 잘하는 가이드는 다르다. 투어를 즐기면서, 함께하는 손님마저 환호하게 만드는 여유와 프로정신이 선배의 몸짓과 말투에서 드러난다.


"동방박사들은 아기예수를 찾기전에 유대의 왕인 헤롯을 먼저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이렇게 말했죠.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냐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노라 하니'

( matthew2:2) 헤롯왕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이 왕인데 또 다른 왕이 태어났다는 소식은 그의 마음을 격노케 하였죠. 하지만 동방박사들에게는 시치미를 떼고 아기 예수를 찾으면 소식을 알려달라고 말합니다. 자신도 경배하러 가겠다고 말이죠. 실제로는 아기 예수를 죽이려는 음흉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동방박사들은 헤롯에게 아기예수가 태어난 곳을 알려주지 않고 본국으로 돌아갑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헤롯은 그 당시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2살이하의 모든 남자아이를 죽이라고 명령하게 되죠. 그 조각이 눈앞에 보이는 병사조각입니다."


https://blog.sagradafamilia.org/en/divulgation/who-were-the-real-models-on-the-nativity-facade/


"가이드님 병사가 들고 있는 것이 아기 맞나요?"


"네 맞습니다 당시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2살이하에 아이들을 학살하는 장면을 가우디가 조각으로 남겨두었습니다. 병사 한쪽편에는 아기의 어미되는 사람이 간절히 아기를 살려달라고 병사를 부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사 발 아래에 나뒹구는 아기시체들을 통해 병사가 들고 있는 아이역시 살아남지 못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피에타가 떠오르는 조각이네요."


https://ko.wikipedia.org/wiki/%ED%94%BC%EC%97%90%ED%83%80


"훌륭하십니다. 피에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고의 고통을 말하죠. 다시 말해 자녀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을 느끼게 합니다. 이렇게 아기 예수 탄생에는 수 많은 히스토리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가우디는 건축가가 아닌가요? 어떻게 이렇게 사실적으로 조각을 잘 만들었나요?"


"그 이유는 가우디가 살던 당시에 현지 주민들이 모델이 되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석고반죽을 붙여 틀을 만들고 후에 조각을 만들었던 거죠"


"그렇다면 말과 소는 어떻게 조각을 한거죠?"


"마취를 하였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짐승들은 그렇다치고, 아기는요? 아기 예수는 어떻게 만들었죠?"


"가우디는 살아있는 아기로 모델을 삼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부모도 아기를 모델로 삼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가우디는 살아있는 아기 모델을 구하는데 실패합니다. 그래서 죽은 아기를 모델로 구해 조각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아...그렇게 까지..."


"그렇습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아기들의 조각은 모두 죽은 아기모델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가우디는 그렇게 성가족성당을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가이드님, 궁굼한게 있는데, 왜 로마병사 무릅이 하얀가요? 다른 조각하고 다른 이유가 있나요?"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성가족성당이 지정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조각이 부서져서 복원한 흔적입니다. 한마디로 유네스코로 지정된 이후에 손상이 생기면, 복구시에 다르게 표시를 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탄생의 문에 관련된 설명이었습니다. 혹시 더 궁굼하신게 있으신가요?"


"..."


"없으시면, 수난의 문으로 이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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