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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의책 Oct 27. 2024

바르셀로나 성가족성당(마지막 이야기)

탄생의 문에 들어가자 마자 마주친 장면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새어 나왔다. 'LIBERA 성가대'의 'Santus' 가 다시한번 귓가에 흘러 나오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낄 정도로 강렬한 빛이 느껴졌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전달되는 다양한 색채들은 프리즘처럼 눈가에 번져갔고 아늑한 빛은 중앙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었다.


https://sagradafamilia.org/en/photo-gallery


"마치 다른 세상에 온것 같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성당의 내부에 모습을 마주하며, 지금까지 만났던 모든 성당을 잊고 말았다. '마치 이 모습이 진짜 성당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성당을 만난 기분이었다. 성당 내부로 발걸음을 한발자국씩 떼어 이동하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 쏟아 지는 빛과 주변에 기둥은 마치 숲속을 연상케했다. 숲을 거닐다가 햇살이 쏟아지는 장소에서 하늘을 본 순간이라고 하면 적절할지 모르겠다. 그 만큼 신기하고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기둥을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뿌리부터 가지까지 벋어가는 모습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서, 가우디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https://thebarcelonafeeling.com/sagrada-familia-barcelonas-highlight-that-you-must-see/


"어쩌면, 가우디는 건축의 완성을 자연이라 생각한것은 아닐까? 그리고 자연을 만든 신이야말로 최고의 건축가라고 그는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가우디는 내 곁에 없었기에 나는 그의 말을 들을 수 없었지만, 건축은 내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마치 영화 <박물관은 살아있다>처럼, 건축의 하나하나를 살필수록 그의 마음이 내게 전해지는 것 처럼 느꼈다."


영광의 문 쪽을 향하자 사람들이 제법 모여있었다. 무언가와 함께 사진을 찍는것 같았다. 가까이 살펴보니 한국 사람들이 어느 부분에 손을 대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있는 거리에서는 무엇과 사진을 찍는지 정확히 볼 수 없었다. 나는 사진을 찍고 자리를 뜬 그들 곁으로 다가가 정체를 확인했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


https://www.flickr.com/photos/51188517@N00/7761948918


전세계 100여개국이 넘는 나라에 글귀로 주기도문이 새겨져 있었다. 그중에 반가운 한글이 눈에 띄었고, 그제야 알게 되었다. 왜 많은 한국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있는지, 그리고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스쳐 보면 지나치지만 깊이 보면 발견한다는 사실을.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성당내부로 흘러오는 빛중 수난의 문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졌다. 노을과 같은 색감이 창을 통과하여 눈에 닿을때 황홀함을 느꼈다. 그 빛을 온 몸으로 맞으며 생각했다. 


"이 성당의 진정한 테마는 빛이 아닐까?"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00004-017-0355-7


수 많은 조각과 높은 탑도 쏟아지는 빛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할것 같다. 유럽에 있는, 아니 전 세계에 있는 그 어떤 성당도 가우디가 만든 성가족성당보다 밝지는 못했다. 성베드로 성당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 가우디 아치! 고딕양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가우디 스타일의 아치가 이 성당이 전 세계에서 가장 밝은 성당이 되게 만들었다. 과거 고딕성당에 존재했던 flying buttress(공중부벽)을 가우디는 제거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만든 부벽은 목발처럼 불완전한 건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목발을 제거하고 포물선을 그리는 아치를 연구하여 성가족성당에 적용하였다. 그 실험은 완벽하게 성공하여 부벽 대신 훨씬 많은 스테인드 글라스를 성당내부로 가져 올 수 있게 하였다. 그것이 가우디 아치이다. 가우디 아치를 통해 성가족성당은 전 세계에서 가장 밝은 성당이 될 수 있었다.


탄생의 문 조각부터, 성당내부, 수난의 문 조각까지 어느 하나 놓치기 아까울정도로 작품은 훌륭했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끊임없이 작품을 보았고 선배에게 물어볼 것들을 핸드폰에 메모해 두었다. 그렇게 이동을 하며 보다가 집처럼 보이는 건물을 마주했다.



"Que es esto?"


건물 옆에 있는 직원에게 어떤 용도의 건물인지 물어보았다. 직원은 집과 같은 건물이 가우디가 지은 학교라고 말해주었다. 평소 가우디는 함께 일했던 노동자들의 자녀가 위험한 현장에서 뛰어노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그래서, 그 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교를 지어주었다. 부모님이 일하는 작업현장 근처에서 공부를 하며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모두 가우디의 세심한 배려 덕분이었다. 그는 훌륭한 건축가 이기 이전에 훌륭한 사람이었다. 가우디 덕분에 많은 노동자의 자녀들이 공부를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다. 이 학교는 지붕이 특이한 구조인데, 나뭇잎에서 영감을 가져와 만들었다고 한다. 비가 오는날에 고이지 않고 아래쪽으로

잘 흐를 수 있도록 한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https://sagradafamilia.org/en/detalle/-/asset_publisher/7JWibz9G2KUY/content/programa-d-actes-per-a-

건물을 뒤로 한채 성당내부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가우디가 건축을 만들던 당시에 소중한 자료들이 다양한 사진과 모형을 통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자료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43년동안 가우디가 만든 작품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사실을. 하지만 가우디가 보여주었던 성가족성당을 향한 열정과 정신은 지금도 변치않고 후배들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지하 박물관을 한참 거닐다 하나의 창에 무언가가 비치는걸 확인했다. 가까이 가서 확인해 보고 알게 되었다. 가우디가 지하 예배당에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그는 그가 평생을 바쳤던 성가족성당에 잠들어있었다. 가우디는 잠들었지만, 그의 꿈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가 꿈꾸었던 성가족성당이 오늘도 자라나고 있기 떄문이다. 잠들어 있는 가우디와 잠자지 않는 성가족성당의 모습을 한없이 바라보다 성당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을씨년 스럽게 갑자기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를 피해 달리면서 생각하였다.


"선배의 뒤만 따라다니는 가이드가 아니라, 유럽의 예술가와 건축가들을 그 누구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가이드가 되고 싶다. 내리는 비에 몸은 식어갔지만, 그날부터 가슴은 뜨거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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