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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이별하는 용기이다

by 아론의책



중요한 결정에 필요한 것은 천재적인 전략과 통찰이 아니다. 탁월한 선택도 아니다.

이별하는 용기다.



2012년 한국을 떠나 중남미로 갔다. 취업에 실패해서 부끄러웠던 나를 감추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아론이란 이름을 얻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늘 자신을 열등하다고 생각했던 내게 아론은 자유가 되어주었다. 엘살바도르 땅에서 모든 이들은 나를 아론으로 불러 주었고 나의 나이나 직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아론이란 청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 주었다.

그리고 그들 덕분에 나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직원들과 함께 뿌뿌사(엘살바도르 호떡)를 나누어 먹으며 그들의 문화에 젖어들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기후, 옷차림, 음식, 거주환경은 장애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환경은 새로운 세계의 알을 깨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었다.


스페인어를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던 내가 6개월이 지나면서 스페인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스페인어를 잘하고 싶어서 아이들 동화책을 수도 없이 읽었다.


전혀 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던 스페인어는 1년이 지났을 때, 거짓말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농민들과 적극적으로 만나 오수투마(봉사지역)의 문제를 찾았다.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으로 2년 동안 엘살바도르에 살았다.

그중 1년은 내가 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살린 것이었다.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엘살바도르에 삶은 내가 잘해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수많은 사람들의 친절과 배려 덕분이었다.


2년의 임기동안 <병해충 방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지역 농산물을 30% 이상 증가 시켜 많은 농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일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참여해 준 덕분이었다.

나를 위해 차를 빌려준 시장님. 나의 매니저가 되어 주었던 호르헤.

나의 영원한 친구 페드로, 데이지, 치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사랑과 존중을 그곳에서 받았다.


여행은 이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실 난 이별하는 용기보다 한국에서 무시당하는 서러움이 싫어 도망쳤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용기였다는 사실을 마흔이 되어서 알게 되었다.


그 작은 용기는 나를 스페인 가이드로 만들었다.

그 작은 용기는 나를 작가로 만들었다.

그 작은 용기는 지금도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


익숙함으로부터 벗어날 때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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