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가장 잘 보존되고 있는 중세 도시는 톨레도이다. 처음 본 그날부터 나는 중세도시 톨레도에 푹 빠졌다.
세르반테스의 작품 돈키호테의 배경장소,
중세 그 자체이자 기사문학의 중심지인 도시가 톨레도이다.
로마제국이 무너지고, 이후에 침략한 고트족에 의해 스페인의 왕국이 세워진다. 그리고 507년 톨레도를 중심으로 한 톨레도 왕국이 시작되고, 그때부터 톨레도는 스페인의 수도가 된다.
무려 1000년 동안이나 이어졌던 수도가, 변하게 된 것은 유명한 왕의 등장과 관련이 있다.
그의 이름은 펠리페 2세,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무적함대를 이끈 왕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의 최전성기를 이루었던, 그는 천혜의 요새인 톨레도의 지형적 유리함을 인정하면서도 대제국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더 큰 영토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1561년 그는 마드리드를 수도로 옮기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
영국의 메리 여왕의 남편이자, 포르투갈의 국왕이자, 스페인의 국왕이자,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왕으로 절대권력을 펠리페 2세는 가지고 있었다.
필리핀이란 국가는, 그의 이름 펠리페에서 따온 이름이기도 하다. 그 시대의 펠리페2세의 권력이 어느정도였는지 알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영국보다 먼저, 해가지지 않는 제국을 이루면서 스페인 최전성기를 이루게 된다.
그러나, 그는 화려한 외부 타이틀과는 달리, 많은 전쟁과, 내부 귀족의 불만과 같은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은행에 두 번이나 파산 신청을 한 비운의 왕이기도 하다.
평생 동안 문서를 통해서 모든 업무를 처리했다 하여, 문서 왕으로 불릴 만큼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은 왕이기도 하다.
그런 절대 군주가 톨레도에서 옮기지 못한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종교'이다. 절대군주도 함부로 할 수 없었던 것이, 바로 그들의 뿌리인 종교였고, 마드리드로 유일하게 옮겨지지 못하게 된 것이 성당이다.
그래서, 여전히 스페인에서 가장 중요한 종교행사는 톨레도 대성당에서 진행한다. 대표적인 예가 세모나 산타(부활절)이다.
부활절 행사는, 스페인 전체에서 상당히 많은 인구들이 톨레도로 모여들기에 발 디딜 틈도 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자신들의 뿌리를 기억하는 스페인 사람들을 느끼곤 했다.
그렇다면, 톨레도의 진정한 매력은 무엇일까? 대성당에 있다.
그 공간 안에는 스페인의 역사 전체가 담겨있다.
톨레도의 대성당에서, 스페인이 얼마나 많은 문명이 충돌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로마제국, 서고트 왕국, 무어 왕국, 가톨릭 왕국까지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정말 최고의 성당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이 대성당 내부를 100번 이상 보면서, 스페인의 다른 성당들과도 비교해 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가족성당도, 역사적 가치에서는 톨레도 대성당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스페인 역사 그 자체인 성당이 톨레도 대성당이다.
톨레도에 방문한다면 꼭 방문해 볼 가치가 있다.
하지만, 내가 톨레도에서 가장 좋아하는 내부 공간은 한 군데가 더 있다. 바로 스페인의 3대 화가라고 불리는 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작품이 있는 산토 토메 성당이다.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아론의 그림 이야기를 통해 함께 공유할 예정이다.
사실, 나는 내부 공간보다, 외부공간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만일 톨레도에서 1시간이 주어진다면, 내가 들를 곳은 오직 전망대 한 곳뿐이다.
스페인의 중세를 톨레도보다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는 도시는 스페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톨레도 동네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어 있어, 건축의 수정이 불가하다. 리모델링마저도, 건축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만 가능한 곳이다.
그래서 나는 이 전망대를 가장 좋아한다. 과거가 오늘이 되고, 미래가 되는 곳이어서 좋다.
배우 지성과 이보영이 톨레도 파라도르 호텔에서 신혼여행의 시간을 왜 보냈는지 알것 같다. 아름다움이라는 감정을 넘는 기쁨과 설렘이 이곳에있다.
내가 오늘 본 모습이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그대로 여서 좋다.
나의 인생에서 만난 공간이 한 곳 정도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톨레도에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중세에 시간이 멈추어버린 장소, 크로노스의 시간이 카이로스의 시간까지 살아있는 공간.
그래서 나는 우두커니 이곳에서 하늘과 바람과 도시와 강물을 바라보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그 시간을 통해 상상하곤 했다.
수백년전 수많은 군대들이 이 타호강을 건너 성벽을 향해 진군하는 모습을. 그리고 진군하는 적들을 막기 위하여 성벽에서 날아오는 화살들을.
마치, 어린 시절 직접 게임으로 플레이했던, 삼국지의 한 장면을 톨레도에서 그려보았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 안에서 나눈 추억들을 저물어 가는 노을로 지우곤 했다.
그거면, 충분했다.
톨레도가 아름다운 것은, 그 자체보다,
그 공간 안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여행이 행복한 것은
시간이 멈추어버린 장소가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뒤에 가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기다리고 있는 곳이 있다.
그곳이 톨레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