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채워 넣는 일이 아니라, 내려놓는 일입니다. 글쓰기가 ‘채움’으로 변질되는 순간, 우리는 사정없이 바빠집니다.
무언가를 더 많이 담기 위해 쫓기듯 쓰게 되죠.
웨인 다이어는 말합니다.
“문장은 절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단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 것도 참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천천히 반복하다 보니 글이 조금씩 익숙해졌고, 자연스럽게 하루에 다섯 개 이상의 포스팅도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글 자체보다 ‘다섯 개의 포스팅’이라는 숫자에 매달리는 저를 보게 되었죠.
본질을 잃어버린 제 글이 싫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포스팅의 수를 줄이고 그저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며 글을 쓰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글이 언젠가 책으로 출간될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하며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도 그렇습니다.
잠시 떠오른 생각을 가볍게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로 고민하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대화하듯 적고 있는 중입니다.
글을 쓸 때, 다양한 글쓰기 규칙과 기술이 존재합니다.
1. 짧게 쓰기
2. 쉬운 단어로 쓰기
3. 문단 나누기
4. 조사를 줄이기(의, 것)
5. 클릭을 부르는 제목 짓기
물론 그것들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것일 뿐, 글의 본질은 아닙니다.
글의 본질은, 언제나 쓰는 사람의 생각과 마음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글이 세상에 쏟아져 나옵니다. 그 속에서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야 할 이유는 삶의 관찰과 메모에서 비롯됩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내가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를
독자와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글의 시작은 ‘나’지만 그 글을 통해 위로받고 공감할 수 있는 ‘너’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연결되어 우리 이야기가 될 때
비로소 글은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습니다.
제가 글쓰기를 하며 흔들리거나 방향을 잃을 때마다 다시 꺼내 읽는 책이 있습니다.
다나카 히로노부의 『내가 읽고 싶은 걸 쓰면 된다』라는 책입니다. 이번에 종이책을 출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내가 독자라면, 이 책을 정말 읽고 싶을까?’
그 질문을 떠올리며 원고를 다시 들여다보니 지엽적인 이야기들이 참 많았습니다.
처음엔 원고를 채워 넣느라 바빴는데, 나중엔 그 원고를 비워내느라 더 바빴습니다.
우리가 오늘 쓰는 이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언가를 가득 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글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마음을 담아 명확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또한 완성된 글 앞에서 이 글이 내가 읽고 싶은 글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하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글쓰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글쓰기는 ‘채움’이 아닙니다. 글쓰기는 내 마음과 영혼을 담아 누군가와 진심으로 마주 앉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