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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Nov 03. 2020

[사례12] 피해의식 친아들이 아니라고 하는 여자 2화




1) 내담자 증상 진단



내담자의 심리적 증상은 과거 환경으로부터 기인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해 딸을 과잉보호했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들이 남편의 아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촌동생과 고모로부터 반지를 훔쳐갔다는 억울한 누명을 쓴 경험 때문에 물건을 살 때마다 사람들이 훔친 거냐고 물어볼까 불안에 떨었다.

과거에 부당한 일을 많이 당해 누군가가 심기를 건드리면 소리 지르고 덤벼들었다. 이웃과 자주 싸우고, 보복운전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검사 결과 여상은 분노조절장애 증상이 있었다. 이렇듯 밖에만 나가면 사람들과 자주 싸우다 보니, 여성은 누군가가 나를 칼로 찔러 죽일 수도 있다는 피해의식에 빠졌다. 최근에는 남편과 부부싸움을 해 자기 편이 없다고 생각해 죽고 싶다는 우울증도 있었다.

내담자의 각종 심리적 증상과 환경문제를 진단한 결과 이런 상황이 지속할 경우 내담자는 피해의식을 넘어 피해망상으로 발전할 여지가 있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우려도 강했다.


심리증상

딸 과잉보호 / 자기 아들이 아니라는 의심 / 물건을 살 때 나타나는 불안증 / 피해의식 / 분노조절장애 / 우울증


신체증상

물건을 살 때 긴장하며 식은땀을 흘림 / 밖에서 누군가가 나를 죽일까, 주변 사람을 살펴봄


환경문제

딸 과잉보호 / 아들을 딸과 차별하는 문제 / 남편과 부부싸움




2) 내 엄마가 아니라고 하는 아들



원장님이 가장 먼저 한 것은 환경치료였다. 남편과 관계 회복이 우선이었고, 그다음 자녀들의 문제로 넘어가야 했다. 원장님은 먼저 남편을 상담소에 불렀다. 아내가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두 설명한 후, 그로 인해 어떤 심리증상이 생겼는지 하나하나 이야기해 주었다. 남편은 아내(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놀란 얼굴을 했다. 아내가 힘들게 살았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원장님은 아내가 부부싸움을 한 뒤 자살하려고 했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현재 아내가 믿고 의지할 사람은 남편뿐이니 지금 상황이 힘들더라도 인내하고 아내를 받아주라고 했다. 아내가 치료를 받으면 모든 증상이 사라질 테니 그때까지 힘이 되어달라는 것이었다. 남편은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원장님은 남편과의 관계를 개선한 후에 아들 문제로 넘어갔다. 아들만 보면 화나고 꼴 보기 싫다고 하니, 어떻게 대할지 눈에 훤했다. 내담자가 아들을 대하는 방식은 이랬다. 아들이 실수로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면 넌 이것도 제대로 못하냐면서 자존감을 깎아내렸다. 거기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인데 내담자는 “다른 애들도 너 같냐?” “어떻게 하다가 이런 애가 태어난 거냐?” “너 어디서 왔냐?” “난 네 엄마 아니다.”라며 화를 냈다.

또 아들이 밥을 늦게 먹으면, “넌 누굴 닮아서 밥을 그렇게 늦게 먹냐.” “네 아빠는 늦게 먹지 않는다.” “너는 도대체 어디서 그런 행동을 배워 온 거냐.”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이렇듯 아내가 아들한테만 너무 뭐라고 하자 남편은 도대체 왜 첫째한테만 그러냐고 물었다. 그러자 내담자는 그제야 고백했다. 사실 아들이 당신 자식이 아닌 거 같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그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아내가 외도를 한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지금까지 그런 낌새를 단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었고, 아내도 외도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남편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런데 왜 그런 의심을 하느냐고 묻자, 내담자는 모르겠다며 계속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남편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세 번째 상담은 아들과 진행했다. 원장님은 아들에게 엄마가 어떻게 대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아들은 엄마가 나를 너무 미워한다고 말했다. 동생만 예뻐하고 자기가 하는 건 뭐든지 싫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꼭 우리 엄마가 아닌 거 같고, 다른 엄마가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엄마가 매번 넌 내 아들이 아니라고 하니, 아들도 엄마가 자기 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원장님은 기가 막혔다. 아들과 상담을 마치고, 내담자를 불러 당장 친자확인을 하라고 했다. 그녀는 남편의 아들이 아닌 거로 판명되면 쫓겨난다면서 불안해했다. 하지만 원장님은 떳떳하면 하루빨리 친자 검사를 통해 내 아들임을 확인하고 불안을 떨쳐내라고 했다. 남편에게도 친자검사를 하라고 했다.


검사 결과 아들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친자가 맞는 거로 확인되었다. 내담자는 친자확인서를 보며 남편의 아들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황망해했다. 모든 불안이 그제야 씻겨나갔다. 원장님은 친자확인서를 들고 있는 내담자에게 말했다.


“오늘 가서 아들에게 사과하세요. 친자확인서 보여주면서 너는 네 아들이 맞다고 말해주고요. 그리고 이제부터 아들이 못하는 게 있어도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해 주고, 무조건 칭찬해 주세요. 그래야 아들이 엄마에 대한 원망이 없어져요. 아셨죠?”

내담자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부터 아들에게 잘해주려 노력했다. 아들이 준비물을 못 챙겨도 엄마가 챙겨주겠다며 혼내지 않았다. 아들이 먹고 싶은 요리도 해주고,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는지 학교생활에도 관심을 가졌다. 아들은 엄마가 갑자기 잘해주자 얼떨떨했다. 하지만 이내 적응했고, 그동안에 서러웠던 감정을 모두 풀게 되었다.




Q&A 자기 아들이 아니라고 생각한 이유



나는 원장님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다. 바로 내담자가 남편의 아들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에 대해서였다. 그 원인을 생각해 봐도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것에 관해 묻자 원장님이 답했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래.” 

“확신이요?” 

“그래.”


나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과거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지만, 어떤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졌는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어떤 부분에 상처를 받아서 그런 거예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원장님이 대답했다. 

“모든 부분이야.” 

“모든 부분이요?”

“그래. 아버지한테 성추행당하고, 고모랑 사촌동생한테 반지를 훔쳤다고 의심받고, 또 엄마한테 버림당했잖아.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을 부정하게 만드는 원인이었어. 아버지가 딸로 봐주지 않고, 어머니가 자식으로 받아주지 않고, 고모랑 사촌동생은 도둑으로 생각하고, 버림받고 의심받고 그러다 보니까 나에 대한 확신이 없어진 거야. 나는 누구고 왜 사는 것이며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옳은 건지 혼란스러웠던 거지. 그래서 임신을 하고서도 이게 내 남편의 아이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던 거야.”

“아….”

나는 공감이 간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사례11]처럼 내담자가 역사 선생님을 자기 아버지로 생각했던 원인이, 자신이 꿈꾸던 아버지상이라 그랬다면, 이번 내담자는 사람들에게 온갖 상처를 받아 자기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똑같이 내 아버지가 아니다. 내 아들이 아니다. 라고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이처럼 증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러면 보통 나에게 확신이 없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생각을 가져요?” 

“일단, 자신을 절대로 믿지 못해. 내가 옳은 행동을 해도 이게 옳은 일인지 잘 몰라. 자신을 믿지 못하니까 스스로 계속 의심해. 그러다 보니까 남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 오는 거지.”


나는 내담자가 처음에 원장님에게 전화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녀는 분명 원장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도 나를 못 믿는데 어떻게 남을 믿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화하는 내내 의심에 의심을 거듭했다. 사람이 상처를 받으면 눈으로 보이는 심리증상이 아니더라도, 내담자처럼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이 쌓인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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