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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Dec 01. 2020

[사례16]_부부상담(1화): 연락이 안 되는 남편





  [사례16] 연락이 안 되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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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대 초반의 아내가 상담소를 방문했다. 너무 화가 나 남편과 이혼을 하려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말이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했다. 결혼을 한 후 신혼 초기에는 남편과 여행도 다니고 맛집도 찾아다니며 데이트를 즐겼는데, 몇 년 전부터 남편이 쉬는 날 밖에 한 번을 나가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주말에 씻지도 않은 채 잠만 자고, 애들이랑도 놀아주지 않고 뒹굴거리다, 때 되면 밥 줘!라는 말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내는 주말만 되면 삼시세끼 밥만 차려주는 사람이 되는 기분이었다. 또 집안일도 일체 도와주지 않아 차라리 회사에서 일하는 게 더 낫다는 그녀였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아이들이랑 셋이 여행을 가려고 하면 또 밥은 누가 차려주냐고 하면서 못 가게 막기도 했다. 남편은 혼자서 일절 밥을 차려 먹을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괘씸해 남편은 두고 아이들이랑 여행을 갔다 온 적도 많았는데, 문제는 여행을 다녀와서 재미있는 걸 말하려고 하면 남편은 일체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왔으면 밥이나 달라고 하면서 소파에 누워 티브이를 봤다.


  그러던 어느 여름 사건이 터졌다. 몇 달 전부터 여름휴가를 괌으로 가기로 하고 모든 예약을 마쳤는데, 남편이 일 때문에 가지 못한다고 했다. 아내는 어이가 없었다. 분명히 날짜를 잡아놓고 가기로 하지 않았냐고 묻자, 남편은 네가 간다고만 했지 언제 구체적으로 계획을 짰냐고 말했다. 또 그깟 여행 안 가면 그만이지 뭐가 중요하냐고 말하는 남편이었다. 아내는 그때부터 며칠 동안 남편과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행 당일 날, 남편만 두고 아이들과 함께 괌으로 떠났다. 남편은 일을 마친 뒤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내의 휴대폰이 해외로 연결되서였다. 남편은 황당했다. 아내가 여행을 취소한 후, 삐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또 전화를 해도 아내는 일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내가 그래도 남편이 생각 나 괌에서 전화를 했는데, 남편도 똑같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전화가 연결됐는데, 남편의 휴대폰에서 노래방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남편이 모르고 통화버튼을 눌러 아내와 연결된 것이었다. 그때부터 아내는 열불이 터졌다. 그렇게 주말에 놀러 가자고 해도 집에만 처박혀 있더니, 우리가 여행을 가자마자 밖에서 신나게 놀고 있냐는 거였다. 그때부터 아내는 여행이 여행 같지가 않았다. 


  아내는 여행을 마지고 마치고 저녁에 아이들과 함께 집에 들어왔다. 그런데 온통 불은 다 꺼져있고,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밥도 한 번도 안 해 먹었는지 살림살이도 모두 그대로였다. 아내는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 그렇게 아내가 언제 돌아오는 줄도 모르고 남편은 그날 외박을 했다. 외박은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아내가 열 번이나 저화를 걸었는데, 계속 받지를 않더니 또 외박을 했다. 아내는 화가 나 다음날 아침 회사에 달려갔다. 하지만 남편이 인테리어 일을 하다 보니, 직원들 모두 현장 위치가 어디인지 헷갈려했다. 아내는 카톡으로 남편에게 쌍욕을 했다. 일 때문에 여행도 못 간다고 하더니 아주 혼자 신나서 외박까지 하느냐며 욕을 해댔다.


 남편은 카톡을 읽고도 일절 답장하지 않았다. 그리고 저녁이 돼서 집에 오더니 오히려 화를 냈다. 내가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못 갔지, 나만 두고 가서 좋았냐는 말이었다. 집에서 할 게 없어서 논게 무슨 죄냐며 아내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때부터 부부는 고성이 오가며 이혼 이야기가 나왔다. 너 같은 거랑 못 산다면서 대판 싸운 후 아내가 상담소를 찾아온 것이었다.


  어머니는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다음 주에 남편만 상담소를 찾아오라고 했다.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판단을 한 다음에 아내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사례16] 갑자기 사라진 아내


  예약된 시간이 되자 남편이 상담소를 방문했다. 예쁘게 꾸민 아내와는 다르게 털털한 차림새인 남편이었다. 어머니는 남편에게 아내 이야기를 했다. 아내가 어떤 경위로 상담을 하러 왔으며, 남편에 대한 불만은 무엇이고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말했다. 남편은 어이없어 했다. 자기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니까 신혼 초기에는 최대한 아내를 맞춰 줬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자기는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는 걸 싫어하는 데, 아내가 활동적이라 나갔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밖에만 나가면 소비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었다. 한 끼에 10만 원 이상을 쓰는 건 기본이고, 몇 시간씩 쇼핑을 하고, 한번 백화점에 가면 두 손에 바리바리 물건을 사서 집으로 온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그럴 때마다 회의감이 온다고 했다. 자기는 돈을 모아서 얼른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은데, 아내는 놀고, 먹고, 즐기는데 목적을 둔 여자처럼 보인다는 말이었다. 또 최근에는 인터넷쇼핑을 너무 많이 한다고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택배가 오고, 박스조차 뜯지도 않은 상품들이 집에 쌓여있다는 말이었다. 이렇게 집에만 앉아 있어도 소비가 심한데, 밖에 나가면 어떻겠냐는 남편이었다. 아내는 눈에 보이는 것들은 일단 모조리 사고 본다며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아끼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 이게 뭐하는 건가 싶고 허망하다고 했다.


  남편은 집안 살림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남편은 인테리어 일을 하다 보니 일주일 내내 육체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래서 쉬는 날이 되면 움직이기가 싫고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주말에 조금만 오래 자면, 아내가 잔소리를 하고, 뒹굴 거리고 있으면 뒹굴 거린다고 뭐라 하고, 집안일을 시켜도 명령조로 말하니까 할 생각이 뚝 떨어진다고 했다. 또 자기만 두고 괌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도 황당하다고 했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못간 자기만 두고 떠난 게 너무나도 괘씸하다는 것이었다. 혼자 있을 수 없어 친구들과 놀았을 뿐인데, 그게 뭐가 잘못된 것이냐고 말했다.


  어머니는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다음 주에 아내와 함께 상담소를 찾아오라고 말했다. 둘이 왜 그렇게 성향이 다른지, 그리고 서로 무엇을 맞춰주며 살아가야 하는지,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했다.




  [사례16] 부부가 서로 다른 이유


  예약된 시간이 되자 부부가 상담소를 방문했다. 어머니(상담사)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

  “잘 지내셨어요?”

  “네...”

  “네.. 뭐...”

  어색하게 대답하는 부부였다. 어머니가 부부를 상담실 의자에 앉힌 뒤 말했다.


  “지금까지 두 분에 대한 이야기를 돌아가면서 들었어요. 종합해 보면, 아내 분은 남편이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는 게 불만이고, 남편은 집에서 쉬고 싶은데 아내가 자꾸 밖에 나가자고 하는 게 불만이에요. 그러면 두 분이 왜 서로 하고 싶은 게 다른지 이제부터 설명해 드릴 게요.”


  어머니는 부부의 감각 검사지(V, A, K)를 보고 말했다.


  “이건 처음에 상담소에 오실 때 했던 감각 검사지예요. 이 검사지가 뭐냐면, 사람에게는 타고나는 세 가지 감각이 있는데, 이 세 가지 중 어떤 감각이 발달했느냐에 따라 내 행동 패턴이 달라져요. 그럼 두 분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해드릴게요.”


  어머니는 먼저 아내의 감각 검사지를 보며 말했다.


  “아내분은 감각 검사 결과 시각과 청각이 발달한 걸로 나왔어요. 이 시각과 청각은 욕구로도 표현할 수 있는데, 욕구라는 건 이 세상을 살면서 자기가 가장 하고 싶은 걸 말해요. 그런데 아내분은 시각이 발달하다 보니까 눈으로 보이는 거는 다 취하고 싶고, 갖고 싶은 욕구가 내재되어 있어요. 또 집안도 정리정돈이 되어 있어야 하고 어지럽혀져 있으면 자꾸 신경을 건드려요. 남편이 꾸질 꾸질 하게 있으면 애정도 떨어지는 사람이에요. 또 청각은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이 감각도 높다 보니까 ‘눈’으로 보이는 걸 그대로 ‘말’로 지적하는 사람이에요. 남편이 씻지 않고 있으면 씻으라고 하고, 오래 자면 오래 잔다고 하고, 애들이랑 놀아주지 않는 게 보이면 놀아주라고 하는 거죠.”


  아내는 공감하며 가만히 들었다.


  “아내가 밖을 돌아다니는 것도 시각이 발달해서 그래요. 시각이 발달한 사람들은 영화도 보고 싶고, 좋은 경치도 보고 싶고, 쇼핑도 하고 싶은 게 욕구인데, 남편이 이걸 해주지 않으니까 욕구 충족이 안 되는 거예요. 또 사람은 욕구 해결을 하지 못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풀게 되어 있어서 인터넷 쇼핑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인터넷 쇼핑을 해도 막상 살 때뿐이지 이 상품을 사서 사용하는 것도 혼자 써야 하고 누구랑 재미있게 쓰는 것도 아니고 남편에게 공유도 할 수 없으니까 자꾸 물건만 쌓이고 의미가 없게 되는 거예요.”

  “맞아요. 어쩔 때 보면 저도 모르게 결제를 하고 있을 때도 많아요.”

  아내는 어머니의 말이 맞다며 동조했다.


  “남편분은 아내가 인터넷 쇼핑 중독이라고 하셨죠? 그런데 문제는 이것마저도 못하게 하면 아내는 불행한 삶을 산다고 생각해서 우울증에 거릴 수도 있어요. 무기력해질 수도 있고요.”


  남편은 가만히 듣기만 했다. 어머니가 계속 이어 말했다.


  “또 아내가 청각이 발달했다고 했잖아요? 그러면 눈으로 보는 대로 말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같이 주고받는 대화를 좋아해요. 그런데 남편은 대화도 귀찮아하고, 밥만 달라고 하고, 어떤 문제를 제시하면 알아서 하라고 하고, 아내와 같이 뭘 하려고 하는 게 없어요. 티브이만 보고, 휴대폰만 보니까 아내 입장에서는 결혼이 의미 없는 거죠. 이 부분에 대해서 남편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보시겠어요?


  한참 동안 생각하더니 입을 떼는 남편이었다.


  “...저는 아내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매일 싸돌아다니고, 말이 많아서 사람을 귀찮게 한다고만 했지 이게 욕구랑 관련돼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만약 욕구랑 관련돼 있다면 아내 입장이 이해는 됩니다.”

  “그러면 쉬는 날에 아내랑 같이 산책도 하고, 영화도 보고, 나가서 쇼핑도 하고, 그럴 의향이 있으세요?”

  어머니가 묻자 남편이 대답했다.

  “욕구 해결의 문제라면 노력은 해볼 거 같습니다.”

  “좋아요. 그러면 이제 남편의 감각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어머니가 아내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내분은 원하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힘드시죠? 그런데 남편도 욕구라는 게 있어요. 남편은 시각도 떨어지고 청각도 떨어지고 오로지 신체 감각(느낌 감각)만 높은 사람이에요. 이런 사람들은 예술성이 있고 감이 좋은 사람인데, 남편은 현재 이 감각을 모두 일하는데 쓰고 있는 중이에요. 그러니까 자신의 욕구를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직업을 위해 쓰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서 휴일만 되면 피로감이 몰려오는 거고요. 신체 감각이 높은 사람들은 편안한 것과 안정된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쉬는 날에는 오랫동안 자고도 싶고 뒹굴 거리는 거예요. 또 시각과 청각이 발달하지 않다 보니까, 눈치도 없고 사고력도 떨어져서 씻지 않고 있어도 부인이 나를 지저분하게 볼 거라는 생각을 전혀 생각하지 못해요. 내가 이러고 있는 게 상대방에게 불편을 제공한다거나 이게 문제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거예요.” 


  아내는 가만히 어머니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남편은 청각이 떨어져서 짧은 대화를 하는 건 좋아하지만, 논리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가지고 오면 선천적으로 피로감을 느껴요. 그래서 남편과 대화를 할 때도, 아내분이 긴장감을 가지고 다가온다던가, 어떤 문제를 제시하려고 한다던가, 감정을 담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남편은 바로 회피를 할 거예요. 긴장하거나, 아 머리 아파.라고 하면서 마음의 문을 닫기도 하고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입을 떼는 남편이었다.


  “맞아요. 저 사람이 그래요. 저 사람이 다가오면 이상하게 마음이 무겁고, 항상 어떤 문제를 가지고 오고, 저를 지적하고, 이걸 해결 못하는 제가 마음에 안 드는 것처럼 하니까 대화가 항상 불편해요.” 

  어머니가 이어서 말했다.

  “그래서 아내분은 대화를 할 때 기분 좋은 느낌으로 다가가야 하고, 저 멀리서 이야기하지 말고 가까이 와서 대화를 하고, 남편이 신체 감각이 높으니까 스킨십도 하면서 이야기를 해야 해요.”

  아무 말 없이 굳은 얼굴로 듣는 아내였다. 어머니가 아내에게 질문했다.


  “그러면 남편의 욕구는 편안히 쉬는 건데, 아내분은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남편의 욕구를 인정해 줄 수 있으세요?” 

    한숨을 쉬며 입을 떼는 아내였다.

  “휴... 그럼 이 사람은 신체 감각이 높아서 제가 원하는 건 하나도 안 되는 거네요?”

  “안 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죠. 아내분이 집에서 쉬는 걸 중요하다는 걸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남편도 돌아다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렇지만 결혼을 했으니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사랑하니까 맞추기 위해 노력도 해야 하고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입을 떼는 아내였다.


  “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집안일도 안 하고 이 나이 될 때까지 혼자서는 밥도 차려먹지 못하는데, 이건 잘못된 거 아니에요?”

  그러자 남편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렇게 따지면 당신도 돈 막 쓰는 건 어떻게 할 건데?”

  “내가 쓰긴 얼마나 쓴다고 그래. 당신이 안 쓰는 거지.”

  “밖에 한번 나가면 10만 원은 기본인데 그게 적게 쓰는 거라고?”

  “잠시 만요 두 분.”

  불이 붙기 전에 황급히 제재하는 어머니였다.

  “그냥 봐도 상대방이 명백히 잘못해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아내는 돈을 많이 쓰는 게 잘못됐다. 남편은 집안일도 안 하고 밥도 못 차려 먹는 게 잘못됐다. 그런데 아무리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이런 것들을 비난해서는 안 돼요.”


  그게 무슨 말이냐며 바라보는 부부였다. 어머니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왜 그래야 하냐면, 상대방은 나와 결혼을 하기 훨씬 전부터 그게 행동 패턴이었고 본인의 가치관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어떤 집은 남자가 일하는 걸 반대하는 집도 있고, 어떤 집은 남자도 살림을 해야 한다는 집도 있어요. 또 어떤 부모는 딸이 뭘 사 오면 좋아하는 부모도 있고, 어떤 부모는 그만 좀 사라고도해요. 그래서 사람은 어떤 가정에서 성장되었는가가 굉장히 중요해요.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무조건 잘못된 행동만 지적하고 나쁘다고 해서는 해결이 되는 게 없어요. 먼저 첫째, 서로의 행동에 대해 받아들여줘야 해요. 이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걸요. 그리고 둘째, 서로 고치려고 노력하는 게 있어야 해요.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살았으니까 결혼해서도 이렇게 살 거야.라는 건 잘못된 거예요. 그러면 상대방이 너무 고통스럽잖아요. 그러니까 앞으로 두 분은 상대방을 비난하긴 보단, 서로를 지지하고 인정해 준 다음에, 이야기를 통해 맞춰가도록 하세요.” 


  한바탕 뜨거워지려 했다가, 숙연한 분위기가 되는 상담실이었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부부에게 말했다. 


  “자, 그럼 상대방에 대한 감각과 욕구에 대해 이제 알았죠? 알았으면 서로 어떻게 맞춰줘야 할지 합의도 봐야 하고요. 일주일 동안은 그 부분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다음 주에는 서로의 마음을 알아보는 인지치료를 할게요. 그 인지치료를 하면 상대방 입장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으니까 그때 또다시 이야기하도록 해요.”


  부부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에 상담소에 왔을 때는 서로 내가 옳다는 주장을 하려고 했는데, 상담소에 오고 나서는 그런 것들은 의미가 없는 거라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과 상대방이 원하는 게 욕구와 관련돼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넌 왜 그러냐고 비난할 수도 없었다. 욕구라는 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아주 중요한 대목이라는 사실을 부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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