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집단상담에서 내담자가 직접 사례를 써서, 다른 내담자들에게 발표한 후기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러분과 같은 강박증을 19살부터 23살까지 갖고 있었어요. 작년에 최고야 심리상담소에 처음 와 강박증을 먼저 치료한 입장에서 제 작은 얘기가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여러분과 같은 증상을 겪어봤기에 여러분이 얼마나 힘들고, 힘들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알아주고 공감해주는 이도 별로 없어 힘들고 외롭기까지 한 병이란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고 마음속 상처로 인한 것입니다. 이곳에서 그 상처를 공감받고 치유받아 여러분들이 얼른 완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강박증은 같은 강박증이더라도 그 증상이 매우 다양하고 복수적인 증상을 같이 갖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저는 생각 강박으로 제가 원치 않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떠오르는 강박이었습니다. 대부분이 도덕과 선에 대한 강박이었고 저에게 시비를 걸고 반기를 드는 생각들이 자주 들었습니다. 그 생각들에 답하지 않으면 불안감이 엄습했고 답을 한다 하더라도 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잡념과 그에 수반하는 불안과 괴로움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확인이나 과정 점검 등 흔히 강박 행동이라 불리는 행동들은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들이었습니다. 또 어떤 상황 상황마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는 부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결말들이 너무 자주 떠올라 저를 괴롭게 했습니다.
또한 병적인 완벽주의도 있어 '도' 아니면 '모' 사고방식이 잠재해있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것에도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많이 뺏겼고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데 과정이 맘에 안 들면 다 뒤엎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잠과 음악으로 도피하기 일수였습니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나도 커져서 완벽이란 단어와는 역설적으로 모든 걸 내 뜻대로,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잘하고자 하는 열망은 늘 있었지만 완벽에 대한 집착과 그로 인한 두려움이 더 컸으니까요..
돌이켜보면 늘 시도는 했지만 거의 대부분이 자책과 도피로 빠진 것 같습니다. 치료에 있어서도 나름의 시도는 많이 해봤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오기 전 정신과도 다녀봤고 다른 심리상담소에서 치료도 받았었는데 거기서는 강박증에 대한 설명이 거의 치료의 전부였고 제가 말할 기회는 별로 주어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분이 제안한 방안은 항상 무시였고 이것이 증상을 무시하는 데 있어 조금 효과를 보긴 했습니다만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단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곳을 그만두고 시간이 좀 지나자 그 무시라는 방법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진짜 나, 있는 그대로의 진짜 내 생각과 감정을 마주하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머릿속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인터넷에서 상담소를 검색해 다녔고 최고야 심리상담소라는 좋은 곳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그냥 기뻐하는데 저는 그런 기쁨과 더불어 이렇게 혼자 이겨내지 못하고 남에게 도움을 받으면 왠지 나는 패배자라는 생각이 떠올랐고 상담소에 들어선 그 순간에도 '이 곳이 없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 떠올랐을 정도로 증상이 안 좋았습니다.
그렇게 최고야 심리상담소에서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고 첫 상담에서 저는 의외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제 증상이 그냥 피상적으로 봤을 때는 주변 환경과 상관이 없어 보였지만 그 원인이 '가정환경'에 있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첫 상담 때 제가 살아온 환경을 알아보는 검사지를 작성하면서 제가 살아온 환경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고 제가 보통의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가정환경이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 원인이 환경에 있기에 환경치료가 필수적이며 그러므로 부모님을 두 분 다 모셔오라고 하였습니다. 의외의 결과여서 좀 놀랍기도 했고, 하루 만에 이렇게 원인을 발견할 수 있어 기뻤고 숨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첫 한 달 간은 그렇게 부모님과 같이 상담소에 다닌 것으로 기억합니다. 선생님은 부모님에게 두 분이 살아오신 모습이 제게 어떤 영향을 미쳐 그것이 강박증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시켜주셨습니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두 분도 그 사실을 이내 인정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그간 힘들게 싸워왔던 제정신이 위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저와 부모님 사이의 관계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두 분간의 사이가 안 좋았고 앞으로도 나아질 것 같지 않으니 저는 두 분이 이쯤에서 이제 이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분이 각자의 인생을 새롭게 사시는 것이 치료적으로도, 그 두 분에게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환경을 갑자기 바꾼다는 것은 쉬운 게 아니어서 일단 어찌 됐든 과거와는 다른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을 인식했으며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미술 치료를 통해 잊고 살았던 과거들을 되짚고 그것들을 원하는 색으로 칠하면서 그때의 어린 제가 받았던 혼란과 상처, 스트레스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가 겪은 것들은 우리가 기억을 하건, 하지 못 하건 우리의 무의식 속에 저장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기적인 부정적 환경이 준 깊은 상처는 그것이 잠복 기간 수년을 거친 후 심리적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하니 이제 제가 왜 이러는지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한 과거의 일들을 끄집어내 말하는 중 눈물이 자꾸 나는 것을 보고 이 상담과 미술 치료가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제가 꽤나 기억을 많이 하고 있는 편이었고 가정의 문제점들은 평범한 가정들과 달라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서 증상의 원인을 빨리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문제점이 있더라도 그냥 대충 덮어두고 사는 스타일이셨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이혼을 확실히 준비할 수 있게 되었고 저는 부모님의 삶의 모습과 문제가 저에게 더 이상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에 오피스텔에서 혼자 자취하기를 결정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갖고 있던 증상에 대한 치료들이 이루어졌습니다.
선생님께 제가 가진 증상을 털어놓고 그에 대한 답변을 듣는 것과 신념 바꾸기 프로그램은 부정적 신념을 바로잡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말한 것들에 대해서 선생님은 모두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씀하시며 저에게 양 극단으로 응집해있는 강박적 인식들을 흩뜨려주셨습니다.
도덕 강박적 경향을 보이던 저에게 인간은 선과 악을 드나들 수 있는 존재이며 제가 생각하는 것만큼 절대적이고 완전한 것은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셨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저는 제가 흑백 논리에 사로 잡혀있었다는 것을 점점 자각하게 되었으며 그 중간 영역인 회색을 비로소 보게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명상 최면 치료를 통해 그날 의식적으로 치료받은 것들을 무의식에 각인시켜 불쑥불쑥 올라오는 부정적 감정들을 잠재우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또한 '분아 없애기' 프로그램을 통해 제가 갖고 있었던 긍정적 분아와 부정적 환경으로 자라난 부정적 분아를 분리시켜 원래 갖고 있었던 긍정적 분아를 더 바로 인식할 수 있었고 그 어느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했던 부정적 분아를 위로하며 점점 그 분아를 떠나보내게 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정적 분아와 제 증상은 제가 살고자 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란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무엇이든 '부정적 결말로 몰고 가는 강박'은 그 사람이 그동안 '부정적인 끝맺음'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자신의 가치관과 부모님의 행실, 부정적 환경은 너무나 장기적으로 저와 맞지 않았습니다. '이젠 끝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도무지 끝을 보여주지 않았고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결국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한 과정이 어린 시절부터 성인 때까지 이어져왔습니다. 저는 그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제 자신을 보호해야 했고 그게 강박의 씨앗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치료 도구를 이용하여 심리 치료가 이루어졌으며 저는 집을 나와 혼자 자취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물론 제가 원하는 만큼 충분한 마음의 치유를 받고 나온 것은 아닙니다. 집을 나오기 전 부모님께 그간 화나고 서럽고 억울했던 감정을 토로했는데 이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습니다. 분명 전 자식의 입장으로서 사과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그걸 인정하는 듯하면서도 결국엔 자기변명을 하며 되려 저한테 화를 냈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저는 나가기로 결정했으니 부모님이 인정하기만 해도 저는 그냥 그것으로 만족하려 했지만 되려 저한테펄쩍 뛰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것이 너무나도 화가 났습니다. 모든 말이 '너한테는 미안하지만~'이란 말로 시작해서 결국엔 자기변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을 나오기 전 엄마와 싸우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내 맘대로 되지 않으며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 할 지라도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고, 상처 받지 않을 적정한 간격이란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서운하더라도 부모님은 제 상처를 모두 보듬어주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만큼 성숙한 분들이 아니란 것을 느꼈고 그냥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냥 제 스스로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이사를 하며 좋기도 했지만 초기에는 제가 흘려보낸 시간과 차가운 현실에 혼자 내던져진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잘 적응해나갔습니다.
자취를 해서 안 좋은 것보다 좋은 것이 더 많았습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살 때, 과거의 부정적 환경은 모양만 좀 달리했을 뿐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 같이 말을 하고 밥을 먹고 하지만 결코 어우러지지 않는 그 분위기..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항상 잔류해 있는 그 어두운 분위기가 전 싫었지만 그것이 마치 공기처럼 너무 익숙해져 이젠 제가 싫어하는 지도 무뎌진 상태였습니다. 아마 가족 모두가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에서 벗어나 자취를 하니 자유를 되찾은 기분이었습니다. 이젠 딱 제 일만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부정적 환경에서 벗어나니 잡생각도 줄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말 환경의 중요성을 실감했고 아무나 하기 힘든 환경 치료를 감행해주신 최고야 선생님께 감사했습니다.
치료 몇 번으로 드라마틱하게 병이 낫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서서히 저도 모르게 변화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항상 자신을 어떤 틀에 가두고 있었던 제 모습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익숙해서 잘 보이지 않았던, 제 앞길을 항상 막고 있었던 그 틀을 감지했고 이 틀을 완전히 깨버리는 것이 강박증이 낫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뭐든 원인과 그로 인해 나타난 징후들을 명확히 볼 수 있을 때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창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즐거울 시기인 20대 초반이 강박증으로 인해 아쉬운 점이 많이 남지만 저는 그 과정에서 많이 강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는 인생에도 어떤 틀을 두고'이렇게 돼야만 해, 저렇게 돼야만 해' 사고방식을 가졌었는데 이젠 그 틀을 깨서 그저 현재 제 삶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고 인생은 하나의 여정이다란 생각을 가졌습니다. 지금은 자취 생활에 완전히 적응했고 알바와 공부를 병행하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말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까지 무려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왜 제게 이런 불행이 찾아왔는지 알 수 없었고 혼자서 너무 힘들었지만 그때마다 '불행이 예기치 못하게 찾아왔으니 행복 역시 그러지 않으리란 법 없다. 행복도 불행처럼 얼마든지 예기치 못하게 찾아올 수 있다.'라는 생각이라도 하며 버텼습니다. 그런 생각이 이 곳에서 치료를 받게 되는 것으로 이어졌고 전 다시 행복을 되찾았습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희망을 놓지 않는다면 기회는 언제, 어떤 형태로든 찾아온다고..
여러분들은 이미 이 곳에서 희망을 손에 잡았으니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신은 인간에게 선물을 줄 때 시련이라는 포장지에 싸서 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물이 크면 클 수록 큰 포장지에 싸여있겠죠. 분명 이 시련이라는 포장지를 잘 뜯고 나면 남들보다 더 강해지고 행복해진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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