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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Feb 09. 2021

[상담사례] 2화_청년의 피해망상







가족상담


가족이 모두 상담소를 방문했다. 원장님은 청년과 가족을 상담실에 앉히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버님. OO이가 하는 말이 가족이 모두 자기를 두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하거든요? 아시죠?"

  "네, 그런데 저희가 무슨 음모를 꾸민다고..."

  "꾸미셨잖아요. 제가 하나하나 설명해볼까요?"


 원장님은 아버지가 과거에 저지른 행동들을 하나하나 말하기 시작했다.


  "아버님은 음모를 꾸민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제가 볼 때는 옛날부터 그러셨어요. 먼저 OO이가 어렸을 때 아버님이 술만 마시면은 집안을 박살 냈다고 했는데 맞아요?"

  "....."

 "맞아요? 아니에요?"

  "맞습니다...."


  아버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또 부부싸움을 하다가 OO이가 울면서 말리면 그 어린애한테 손찌검을 했다는데 그것도 맞아요?"

  "맞습니다."

  "아니, OO이 말로는 부모님이 매일같이 부부싸움을 했대요. 엄마가 맞을 때마다 너무나 공포스러웠대요. 또 칼까지 집은 적도 있다면서요? 그때 그 아이가 얼마나 겁을 먹었겠어요. 그걸 이기고 두 분을 말린 건데, 때린다는 게 말이 돼요?"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그뿐만인   줄 아세요? 시도 때도 없이 애한테 부정적인 소리만 했다면서요? 넌 싹수부터 노랗다. 틀려먹었다. 나가 뒤져라. 네가 하는 게 그렇지, 넌 겨우 그거야 늘. 이런 소리나 해대고 비하만 하는데, 이게 애 망칠 작정으로 음모를 꾸민 거지, 아니라고 할 수 있어요?"


  아버지는 끄응 거리는 짧은 신음을 뱉었다. 원장님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또! 애가 성인이 됐는데도 때렸다면서요? 그것도 가족이 다 있는 매형 앞에서 자기 신발을 정리하지 않았다고 때려요? 스무 살도 넘은 자식을? 아버님은 정말 OO한테 고마워해야 할게 뭔지 아세요? 지금까지 맞지 않은 게 다행인 거예요. 아버지한테 매일 맞고 자란 자식들이 성인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반대로 이제 아버지를 두들겨 패요. 상담소에 아버지가 온 거 보고 두들겨 패서 내쫓은 애도 있었어요. 그런데 OO 이는 얼마나 착해요. 아버지는 때리기는커녕 오피스텔에 살면서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게 얼마나 장해요. 그런데 부모님은 자기들이 한 짓은 모르고 OO한테 잔소리나 하고 부정적인 말만 하고, 이게 애 망치려는 음모를 꾸미는 게 아니면 뭐예요? 말 좀 해보세요, 아버님."


  아버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이 없었다.


  "그간 인생 잘못 사신 건 아시는 거예요?"


  원장님의 말을 듣고 아버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사과하세요. OO 이한테 어린 시절부터 때린 거 미안하고, 부정적인 소리만 해댄 거 미안하다고 사과하세요. 그리고 다시는 음모도 꾸미지 않겠다고 말씀하세요."


 아버지가 이윽고 입을 뗐다.


  "미안하다. 아빠가 잘못했다. 엄마랑 싸울 때마다 너도 때려서 미안하고, 안 좋은 소리 한 것도 미안해."

  "어떤 안 좋은 소리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세요."

  "너... 죽으라고 한 것도 미안하고... 넌 늘 그 모양이라고 한 것도 미안하고...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한 것도 미안하다."

  "싹수가 노랗다고도 하셨다면서요?"

  

  원장님이 묻자, 아버지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사과를 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진심 어린 사과를 했지 만, 청년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그간 아버지에게 받은 피해와 가족들이 자신을 파괴시키려고 하는 행동들이 이 순간에 다 풀어질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원장님은 가족들에게 청년에 대한 상태를 이야기했다. 청년이 그간 받았을 심리적 압박과 불안감, 자존감 하락, 피해의식이 모두 가족에서부터 파생되었음을 말했다. 부모의 어리석음으로 아이를 망가트렸으며 일생을 망쳐놨는지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금부터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행동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아들에게 부정적인 소리, 간섭이나 잔소리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냥 편안히 있도록 해 주고, 무얼 하든 그대로 두고 지나친 관심도 갖지 말라고 했다. 청년은 중간에 가족이 누나에 대한 편애도 있었음을 고백했다.


  그 이야기에 원장님은 다시 부모에게 용서를 구하라고 했다. 부모는 청년에게 편애를 한 것에 대해 사과를 했고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누나도 동생이 괴로워하게 된 원인을 알고는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위로를 했다. 동생이 집에만 있는 게 답답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이었다. 자신도 과거에 똑같은 상황에 놓였으니 동생이 안쓰러웠다.


  원장님은 가족이 모두 사과를 하자 대기실에 나가 있으라고 했다. 청년만 자리에 앉힌 뒤 말했다.


  "OO 씨. 이제부터는 가족들이 음모를 꾸미지 않을 거예요. 혹시 또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제가 도와줄 거고요. 그러니까  OO 씨도 이제 자기 삶을 찾아볼래요?"

  "네..."


  청년은 그러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들 앞에서 오롯이 자기편이 되어준 원장님을 보고 신뢰감이 생긴 듯했다. 청년은 다음 시간부터는 자신의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하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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