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20년 전] 언청이

by 송아론

윤수가 소녀를 처음 본 건 20년 전, 전직 형사였던 아버지의 차를 타고 시골로 이사를 갈 때였다. 폭우가 몰아치던 밤이었다. 승용차 헤드라이트 앞으로 거센 빗줄기가 떨어졌다. 선단 공포증이 있는 윤수에게는 마치 수천 개의 바늘이 손바닥에 꽂히는 기분이었다.


윤수가 아버지 성문의 고향으로 이사를 가게 된 경위는 어머니가 살해당해서였다. 그 자리에 윤수도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향할 때였다. 복면을 쓴 괴한이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어머니의 목을 낚아챘다. 마치 죽음의 선고를 내리듯 칼로 한 번, 두 번, 세 번, 어머니의 목을 찔렀다. 어머니는 물가에 빠진 것 마냥 소리도 내지 않고 아등바등거리더니 핏물에 잠겨 익사하고 말았다. 윤수는 그때 얼어붙는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했다. 찐득찐득한 어머니의 피가 윤수의 신발을 적셨고, 그는 어머니에게 사로잡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괴한은 가는 눈으로 윤수를 쓱 훑어보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그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렸다. 대낮에 아내를 죽인 그 새끼가 누군지 알 거 같다며 의자를 집어던지다 새끼손가락이 골절되었다


윤수는 충격으로 한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로 피해망상에 젖었다. 째깍째깍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가 귓구멍을 찌르는 것 같았고, 작은 소리도 위협적이게 들렸다. 치료를 위해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올 때도 갑자기 돌변해 주삿바늘로 목을 찌를 것만 같았다. 그때 윤수는 성문이 병원에 올 때마다 사정했다.


“아빠, 제발 우리 다른 데로 이사 가요. 네?”


“조금만 참아. 아빠 그 범인 잡고 갈 거야.”


“그러다 아빠가 죽으면요?”


“걱정 마. 그럴 리 없으니까.”


성문은 품에서 권총을 꺼내 보여주었다. 윤수는 아버지가 꼭 그 총으로 자기 머리를 쏠 것만 같았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성문은 범인을 잡았다. 보복 살인이었다. 범인은 형사인 성문에게 앙심을 품고 어머니를 죽인 것이었다. 성문은 앙심을 품은 이유가 무엇인지 윤수에게 끝내 이야기하지 않았다.


벌써 4시간이나 달렸다. 하늘은 구멍이 뚫렸는지 비가 멈출 줄 몰았다. 윤수는 창문에 빗물이 터져나가는 걸 보며 입을 뗐다.


“아직 멀었어요?”


“다 왔어.”


“아까부터 다 왔다면서요.”


“이번엔 정말 다 왔어.”


윤수는 한숨을 쉬며 조수석 시트에 몸을 기댔다.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승용차 유리창에 빗줄기가 닿아 터질 때마다 몸이 따끔거렸다. 창밖에서는 바람으로 인해 나무가 괴렐레한 춤을 추고 있었다. 짐짓 이쪽으로 몸을 조금씩 기울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번쩍- 콰광쾅!


하늘에서 섬광이 일더니 구름이 박살 났다. 그때였다. 윤수는 언덕 위에 초연하게 서 있는 한 소녀를 발견했다. 흰 소복을 입고 맨발로 서 있는 그녀. 입술이 흉측하게 갈라져 있는 언청이였다. 윤수는 소녀와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랐다. 하늘이 번쩍이자 소녀는 사라졌다.


***


다음 날 아침. 하루 종일 차를 타고 온 덕에 윤수는 새집을 둘러볼 새도 없이 거실에서 골아떨어졌다. 몇 시간도 자지 못한 거 같은데, 현관문에서 쩌렁쩌렁한 쇳소리가 울렸다.


“뭐시? 아내가 죽었다꼬?”


“네, 그래서 귀농하려고요.”


“뭐라카노. 니 귀농이 쉬운 줄 아나? 다 설로 떠난다카는 중에.”


윤수는 잠에서 깨 눈을 비비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백발노인이 서있었다. 노인이나 기개가 상당했다. 그가 윤수를 보고 입을 뗐다.


“아, 일어났나부다.”


“윤수야 인사드려. 마을 이장님이셔.”


“...안녕하세요.”


윤수는 엎드린 채로 고개를 까딱였다.


“이놈아 도시에서는 그렇게 인사하라고 가리키던?”


윤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


“아는 몇 살이고?”


“12살입니다.”


“그래? 마이 컸네. 어쨌든 잘 왔다. 여기서 눌러 살라 카는 말은 못하겠꼬, 마음이라도 편하게 있으라.”


“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됐다카마. 앞으로 신경 쓸 일도 없다!”


성문의 인사도 받지 않고 뒤돌아 가는 이장이었다.


“일어났으면 씻고 준비하자. 학교 가야지?”


윤수는 거실에 있는 벽시계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왜 시계 저걸로 걸어놨어요.”


“아, 미안. 아빠도 모르게.”


성문은 뾰족하게 되어 있는 시계를 빠르게 치웠다. 가방에서 둥근 모양의 탁상시계를 꺼내 놓았다.


***


이사 온 첫날. 학교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포장된 도로는 하나도 없었다. 오로지 비탈길뿐이었다. 오르막이 나오면 내리막이 나왔고 다시 오르막이 나왔다. 중간에 징검다리가 놓인 개울가를 넘었고 억새풀도 헤치고 나갔다. 윤수는 너무 고단해 모험을 하는 거라고 자기 최면을 걸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새로운 학교에 재미를 붙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재미를 본 건 성문이었다.


“이놈 자식이 그리 운동신경이 없어서야.”


윤수는 두 번째 개울가를 건너다 그만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엉덩방아를 찍으며 바지가 다 젖고 말았다. 성문은 뒤에서 박장대소를 했다. 아버지가 저렇게 웃는 건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더 열이 받았다. 윤수는 징검다리에 올라가지 않고 그대로 개울가를 가로질렀다.


“그래 사내자식이 그 정도 오기는 있어야지.”


열 받아한 일에 성문은 오히려 칭찬을 했다. 윤수가 거친 호흡을 하며 오르막길을 올라왔을 때였다. 웬 폐교된 학교가 우뚝 솟아 있었다. 아침인데도 스산하기만 했고, 사람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떨어질 낙(落)을 뜻하는 것만 같았다. 건물과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고, 떨어지고 싶었다.


“...여기가 학교예요?”


“그럼 서당이겠냐?”


‘와- 그대로네.’라고 말하는 성문이었다. 윤수는 기가 막혔다. 아버지의 향수를 있는 대로 떠올리게 할 정도라면, 보수라던가 확장 공사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온도 차이도 극명했다. 한 발자국이라도 들어갔다간 얼굴에 거미줄이 걸릴 것 같은 윤수와는 다르게 성문은 성지순례를 하는 표정으로 학교 건물에 들어섰다. 게다가 복도에서부터 느껴지는 눅눅한 냄새. 벽 여기저기에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교무실은 왼쪽 복도 끝에 있었다. 윤수는 <교무실>이라고 적힌 녹슨 팻말을 보며 정신병원 격리실이 떠올랐다. 마치 세상과 단절된 공간 같았다. 성문이 노크를 하고 문을 열자, 넓은 공간에 어색하게 책상 2개만 달랑 놓여 있는 게 보였다.


“민환아.”


“어 왔어?”


성문이 손을 들며 인사하자, 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은 반가워하며 악수를 했다.


“이야기 들었어. 아내가 사고당했다고?”


“그냥... 이런저런 일이 있었어. 학교에 선생님은 너뿐인 거야?”


“응.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이제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없으니까.”


민환은 괜스레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침에 이장님... 아니 교장 선생님하고 이야기했어. 너한테 우리 아들 데리고 가라고 하더라.”


“응. 내가 전 학년 다 교육하고 있거든.”


“전 학년을 다?”


“그래야 봐야 총 5명뿐이 안 돼.”


윤수는 두 번 놀랐다. 아침부터 집안을 시끄럽게 했던 노인이 교장선생님이라는 사실과 전교생이 단 5명뿐이라는 것이다.


“윤수야, 인사해. 아빠 친구이자, 네 담임 선생님이야.”


“안녕하세요.”


“그래, 네가 윤수구나? 시골학교라 적응이 안 될 텐데 이 아저씨가 도와줄 게.”


윤수는 호칭을 선생님이라고 하는 대신 아저씨라고 하는 게 이상했다. 친근한 느낌이라기보다 거리감이 느껴졌다.


성문과 민환은 한동안 자리에 앉아 옛날이야기를 했다. 주된 주제는 학교에 관한 이야기였다. 성문이 학교가 변한 게 하나도 없어서 좋다고 하면, 민환은 변한 게 없어서 다 도시로 이사를 간 거라 했고, 성문이 한적해서 좋다고 하면, 민환은 얼마 안 가 지루할 거라고 했다. 윤수는 두 분 이야기가 더 지루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얼마간 시간이 흘렀을까? 수업을 알리는 벨 소리가 울렸다. 이런 낡아빠진 학교에 자동 시스템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아참, 수업해야지? 이만 갈게. 우리 아들 잘 부탁해.”


“그래, 종종 만나서 이야기하자.”


성문은 민환과 악수를 한 뒤 교무실을 나섰다. 그러자 시종일관 웃고 있었던 민환의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네가 적응하고 말고는, 너 하기에 달린 거다?”


“네?”


“학교생활 잘하라고 인마.”


민환은 윤수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윤수는 하마터면 ‘아!’ 하고 소리를 칠 뻔했다. 그러지 못한 건 어깨의 고통보다 민환의 서늘함이 더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


윤수는 민환과 함께 복도를 걸었다. 교실은 죄다 텅텅 비어 있었다. 여기다 싶으면 다음 교실로 넘어갔고, 여기인가 싶으면 또 다음 교실로 넘어갔다. 빈 교실은 모두 커튼이 쳐 햇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가뜩이나 말라비틀어져 보이는 학교가 더 메말라 보였다.


“먼저 들어가라.”


이윽고 민환이 ‘진짜 교실’ 앞에서 말했다. 윤수가 긴장한 얼굴로 문을 열 때였다.


“선생님 오셨다! 어? 아니네?”


“누꼬!”


처음으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강한 사투리 억양에 반갑다기보다 어색함이 더 강했다.


“모두 자리에 앉아. 새로운 전학생이 왔다.”


“남자 아입니까!”


“우!”


아이들은 윤수를 보더니 집단으로 야유를 했다. 윤수는 아이들을 보고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전교생이 5명이라는 것도 말도 안 되는데, 모두 남자라는 걸 안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거 같았다.


“자자- 조용하고, 자기소개해야지?”


민환이 고갯짓을 하자 윤수가 교탁 앞에 선채로 말했다.


“...반가워 서울에서 온 지윤수야. 잘 부탁해.”


“몇 살이고?”


“나이는 말 안 하나?”


민환이 회초리로 윤수의 등을 툭 쳤다.


“이 학교는 학생들 나이가 다르니까, 나이도 말하거라.”


“12살이야.”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었다, 아이들은 윤수와 비교하면 한두 살 적거나 한 살 많았다. 그중에서 덩치와 키가 제일 커 보이는 남자아이. 그 아이가 유일한 6학년인 것처럼 보였다.


“저기 맨 뒤에 빈자리 있지? 거기에 앉거라.”


윤수는 곧장 자리로 이동했다. 가방을 벗고 신발주머니를 책상 고리에 건 뒤 옆자리 짝꿍에게 고개를 돌렸다.


“반가워, 잘 부탁....”


윤수는 말을 맺지 못했다. 어제저녁 언덕 위에 초연하게 서 있던 소녀가 옆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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