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현재] 법무부 장관

by 송아론

“너, 누구야. 최형국이 보낸 사람이지?”


최형국, 법무부 장관을 말하는 것이었다. 주치의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동료들을 죽여 놓고 탈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으아아악!!”


윤수는 신음을 터트렸다. 주치의, 그러니까 경호원이 수술한 윤수의 다리를 구두로 짓밟았다.


“너 하나 때문에 팀장님과 용석이를 잃었어. 그런데 쥐새끼처럼 빠져나가겠다고? 그렇게는 안 되지.”


빠악!


경호원이 윤수의 복부를 무릎으로 찍은 뒤 주먹으로 턱을 올려쳤다. 윤수는 뒤로 구르며 닫힌 엘리베이터 문짝에 머리를 부딪쳤다.


“개자식....”


윤수는 배를 부여잡고 경호원을 올려다봤다.


“개자식은 내가 아니라 너지.”


경호원이 윤수의 턱을 잡고 주먹을 꽉 쥐었다.


“악물어라. 이빨 다 나가기 전에.”


윤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병원을 빠져나갈 수 없다고 통감할 때였다.


“민 경호원!”


반대편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활짝 열리더니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법무부 장관, 최형국이었다. 그는 2명의 경호원과 함께 서 있었다.


“자, 장관님.”


경호원이 꾸벅 허리를 숙이자,


“이 새끼가. 그렇게 주의를 줬건만.”


짜악-!


최형국이 경호원에게 귀싸대기를 올려쳤다.


“죄송합니다.”


경호원이 부동자세로 말했다.


“나가 있어.”


“네.”


경호원은 빠르게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더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 그는 윤수를 매서운 눈으로 쳐다봤다.


“괜찮나?”


최형국이 윤수를 일으켜 세웠다. 윤수는 터진 입술을 닦았다.


“자네와 할 이야기가 있네. 병실로 돌아가지.”


최형국이 눈짓을 하자, 2명의 경호원들이 빠르게 윤수를 부축했다. 결국 윤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


경호원들은 윤수를 침대까지 부축한 뒤 병실을 나갔다. 윤수가 침대에 앉자 최형국이 그 앞에 서서 입을 뗐다.


“몸은 괜찮나?”


“제 안부를 물으려 온건 아니실 텐데요.”


윤수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그렇지, 그건 아니지.”


최형국은 잠시 틈을 준 뒤 입을 열었다.


“우리 딸한테 이야기 들었네. 자네가 증거물을 가지고 있다면서?”


“왜 가져가지 않은 겁니까?”


윤수는 최형국에게 주희의 휴대폰에 대해 물었다.


“인도적으로 해결하고 싶었네.”


“인도적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그러니까, 더는 아무도 피해받지 않게 평화롭게 해결하고 싶었단 말일세.”


윤수는 무슨 뜻이냐며 최형국을 쳐다봤다.


“덕분에 저는 이런 신세고 당신 경호원이 두 명이나 죽었는데 이제 와서 평화롭게 해결하자고요?”


“나는 그렇게 되길 원치 않았네. 항상 이게 문제야. 녀석들의 과한 충정심.”


최형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뒤 말을 이었다.


“사과부터 하지. 내가 경호원들에게 상담소에 찾아가 보라고 한 건 사실이네. 하지만 위력을 행사하진 말라고 했어. 내 제안을 이야기하고, 휴대폰을 받아 올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거부하면 따로 자리를 주선하라고 했지.”


“그 말을 믿으라는 겁니까? 죽기 살기로 쫓아오던데요?”


“그러니까 말하지 않았나. 과한 충정심이 문제라고.”


최형국은 혀끝을 찼다. 하지만 윤수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법무부 장관이면 사법부의 수장이나 다름없다. 어떤 죄를 저질러도 수사와 법망을 피할 수 있는 권력과 인프라가 있다. 그런 그가 인도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순진하지 않고서야 넘어갈 리 없었다.


하지만 궁금한 게 있었다. 제안이라는 것이었다.


“제안이라는 건 뭡니까?”


윤수가 묻자 최형국이 대답했다.


“자네가 우리 딸이 저지른 사건을 넘어가 준다면, 나도 성의를 표하겠다는 말이네. 상담 일을 한다고 들었는데, 좋은 자리를 소개해 주도록 하지. 국가 일도 할 수 있는 그런 자리 말일세.”


“거절한 다면요?”


“무사하지 못하겠지.”


“결국은 회유가 통하지 않으면 협박하겠다 이 말씀이시군요?”


“허나 무사하지 못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 일세.”


윤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냐는 뜻이었다.


“자네, 정치라는 곳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


최형국이 말을 이었다.


“사소한 잘못 하나만 하더라도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소문이 나는 게 정치판이야. 거기다 언론사는 어떻고? 항상 감시당하면서 사는 게 우리라네. 그런데 이번에 법무부 장관의 경호원이 이상한 사고를 당했다? 자네라면 어떻겠나? 언론사는 물론이거니와 여당까지도 나한테 의문을 제기할 걸세. 거기다가 제일 무서운 건 바로 국민.”


최형국은 국민이라는 단어에 힘을 실어 말했다.


“국민이 이 사실을 알면 그냥 넘어가지 않겠지. 청원에 올라갈 테고 야당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나는 결국 꼬리가 밟히고 말겠지. 설령 자네에게 위력을 행사한다 해도 말일세.”


윤수는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 대한 CCTV만 봐도 시민들이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법무부 장관의 경호원들이 한 시민의 차량을 추격한다. 차를 부딪치며 위험천만한 곡예운전을 펼친다. 그러다 결국 신호위반으로 덤프트럭에 치여 사고를 당한다. 경호원 2명은 그 자리에서 사망. 쫓기던 시민의 차량은 병원에 입원. 왜 이러한 사건이 벌어진 것인가? 언론사가 압박을 들어오게 되고, 결국은 전국에 기사가 펼쳐질게 틀림없었다.


윤수가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최형국이 다시 입을 뗐다.


“자네가 만약 내 제의를 받아준다면, 우리 딸에게도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하겠네. 유족들에게 찾아가 무릎을 꿇고 빌라고 하지. 그리고 아비 된 도리로서 유족들에게 성의를 표하도록 하겠네.”


“뭔가 잘못 아신 거 같습니다.”


최형국이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짓자, 윤수가 이어 말했다.


“진정으로 사과하고 성의를 보여야 하는 건 유족이 아니라 지혜입니다. 피해자한테 사과를 해야지 왜 가족에게 먼저 사과를 하십니까.”


“아... 그렇구만... 미안하네.”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는 최형국이었다. 윤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가 자신의 자리와 정치적 생명을 위해 연기를 하는 건지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정확하고 완고했다. 그가 왜 국회의원 4선을 하고 법무부 장관 자리에 올랐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만약 자신을 속이려 들었다면, 거절할 것을 대비해 주희의 휴대폰부터 없앴을 것이다. 하지만 최형국은 그러지 않았다. 그것이 그를 믿어볼 여지를 주었다.


하지만 자신이 기회를 준다고 해도, 법의 심판대에 올리는 결정권은 어디까지나 유족에게 있었다. 최보라가 아무리 진정 어린 사과를 하더라도 유족이 반대를 한다면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윤수는 주저하지 않고 지혜 어머니를 도와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운수는 생각을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일단 최보라 선생에게 지혜와 유족에게 사과부터 하라고 하십시오. 그리고 난 뒤 유족에 결정에 따라 저도 행동하겠습니다.”


“고맙네.”


최형국이 윤수에게 악수를 청했다.


“아직 악수할 단계는 아닌 거 같습니다만,”


“아, 그렇지. 이거야 원 습관이 되어서.”


그때였다. 최형국의 안주머니에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응? 우리 딸인데?”


최형국이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지금 당장 이야기를 해볼 테니까, 듣고 있어 보게.”


최형국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수는 가만히 그를 쳐다봤다.


“보라냐. 지금 상담 선생과 이야기했다. 네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조건으로...”


중간에 말을 멈추는 그였다. 그러더니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윤수는 최형국의 표정을 보고 짐작이 갔다. 역시 그녀가 사과를 할리 만무하다는 것이었다.


이윽고 맥없이 끊는 통화를 보고 윤수가 말했다.


“최보라 선생이 뭐라고 합니까? 싫다고 하죠?”


“아니... 우리 딸이 납치가 된 거 같네...”


“예?”


윤수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경찰에 신고해야 해. 곽 경호원!”


최형국이 소리치자 입원실 밖에 있던 경호원 한 명이 빠르게 들어왔다.


“예, 장관님.”


“너 빨리, 경찰청장한테 연락해. 우리 딸이 납치된 거 같으니까 수색 좀 해달라고.”


“예..? 수장 장소는 어디로...?”


“몰라 수도권이겠지! 일단 연락부터 해!”


“네, 알겠습니다.”


경호원은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며 병실을 나갔다. 윤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스러웠다.


“최보라 선생이 납치됐다고요? 확실한 겁니까?”


“그래. 몰래 전화하는 거라고 살려달고 하더니, 어떤 남자 목소리가 들리면서 끊겼어.”


이 상황에 납치라니. 윤수도 혼란스러웠다.


“자네 혹시 의심 가는 사람이라도 있나?”


최형국이 낙심한 얼굴로 물었다


이런 일을 저지를 사람?


윤수는 동공을 확장한 채 최보라의 주변 인물을 떠올렸다. 그녀를 납치할 정도로 원한이 깊은 사람.


그런 사람이 있나?


있다.


하정훈. 국어 선생.


윤수는 동시에 장례식장에서 하정훈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최형국이라고 아시죠? 국회의원 4선 법무부 장관입니다.”


“그래서 싸움도 상대에 따라 달리 취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방법이 힘들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죠. 저는 그렇게 싸울 테니, 두고 보십시오.”


그 말이 납치를 뜻하는 거였다니.


“누군지 알 거 같습니다.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윤수가 황급히 입을 뗐다. 최보라가 이런 식으로든 죽으면 안 된다. 최소한 억울하게 죽은 지혜에게 찾아가 사과를 해야 한다. 무릎을 꿇고 죄를 뉘우쳐야 지혜도 편안히 잠들 수 있다.


“그러지. 같이 가게.”


최형국이 말했다.


윤수는 경호원의 부축을 받아 최형국의 차량으로 이동했다. 동시에 하정훈을 막기 위해 그의 휴대폰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해도 받지 않았다. 윤수는 그에게 메시지를 썼다.


[선생님. 안 됩니다. 그러시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됩니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윤수는 문자를 쓰면서도 그의 답변을 기대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으로는 아무런 응답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송’ 버튼을 누르려할 때였다.


지이이잉-


하정훈에게 먼저 메시지가 왔다.


[선생님. 잠시 만날 수 있겠습니까?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현재 시간 새벽 2시. 윤수의 상황을 알 턱이 없는 그가, 먼저 만나자고 제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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