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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Oct 16. 2021

[사례 17] ‘가스 라이팅’을 하는 여자 친구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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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증상과 상담 종류


대인기피증 | 남성혐오 | 여성혐오 | 성추행 피해 | 공황장애 | 강박증 | 불안증 | 우울증 | 조현병 | 환시 | 환청 | 분노조절장애 | 정체성 혼란 | 피해의식 | 피해망상 | 트라우마 | 아동상담 | 성인상담 | 부부상담 | 고부갈등 | 연애상담 등 다양한 증상과 상담 진행



심리치료 프로그램


환경치료 | 나이테로 보는 내 인생 | 자화상 | 내 의욕을 상실하게 하는 것들 | 생각 바꾸기 | 신념 바꾸기 | 미션치료 | 집단상담 | 상황극치료 | 감정치료 | 게임치료 | 감정관리치료 | 입장 바꿔 생각하기 | 목표설정이란 | 연기치료 | 타임라인 | 현재의 나가 과거의 나를 위로하고 행동 교정하기 | 어린 나 만나기 | 영웅의 여정 | 서로에게 담아준 것 | 서로의 문제 알아보기 | 명상최면치료 | 명상치료





1) 내담자 증상 진단



내담자는 여자 친구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었다. 사귀던 시점부터 어떤 갈등이 발생하든 간에 내담자 탓인 걸로 끌고 갔다. 그로 인해 내담자가 억지로 사과를 하게 만들어 주도권을 자신에게 가져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강한 억압과 구속을 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만들어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시켰다. 시도 때도 없이 욕설, 비난, 인격 비하를 하며 내담자의 자존감을 떨어트리고, 심지어 폭력까지 행사했다. 그결과 내담자는 여자 친구만 보면 긴장과 두려움, 공포로 물들었다. 제대로 된 의사 표현도 하지 못하며 자신이 동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내담자의 본래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자 친구의 행동을 교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심리증상

우울증 / 불안증


신체증상

여자 친구를 보면, 얼굴이 경직 / 심장이 쿵쾅거리는 증상


환경문제

여자 친구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문제 / 사회와의 단절






2) 여자 친구의 환경



2주 후, 내담자가 여자 친구와 함께 상담소에 왔다. 내담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여자 친구는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진호? 씨는 잠시 기다리고, 여자 친구만 상담실로 들어오시겠어요?”

원장님이 말했다. 여자 친구가 상담실 의자에 앉자 원장님이 입을 뗐다.

“남자 친구가 먼저 상담받은 건 아시죠?”

“네.”

“무엇 때문에 상담받았는지 아세요?”

“대충은요.”

“제가 상담소에 같이 오라고 한 이유는, 여자 친구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예요. 먼저 검사지부터 하시고, 이야기해봐요.”


원장님은 환경프로파일 검사지랑 감각 검사지를 건넸다. 그녀가 자라온 환경과 감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검사 결과 역시나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부부싸움에 노출이 되었다. 매일같이 부모님이 싸워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엄마는 딸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아빠랑 싸우면 모든 감정을 딸한테 쏟았다. 조금만 심기가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화를 내고 체벌을 했다. 그러면서 이중적이게도 너무 힘들다며 신세 한탄을 하기도 했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더는 부부싸움을 보지 않아도 되고, 어머니의 신세 한탄을 듣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엄마는 아빠랑 싸우면 매일 같이 전화를 했다. 전화로 아빠 욕을 하고 내가 너 때문에 산다는 등 두 시간씩 휴대폰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일주일에 3~4번은 이런 전화가 오니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가 우울증에 걸려 죽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절대로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고, 부모님을 보는 게 싫었다. 빨리 성인이 되어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했고, 좋은 대학교에 진학했다. 자취를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자취하면서부터 엄마가 부부싸움을 할 때면 찾아오기 시작했다. 종일 울면서 신세 한탄을 했다. 그녀는 신경쇠약이 걸릴 지경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10년도 넘게 이렇게 살다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엄마가 이러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 순간 엄마의 폭언과 비난이 이어졌다. 


“내가 너를 얼마나 힘들게 키웠는데, 나한테 이따위로 대하냐. 딸년이 돼서 엄마를 생각할 줄도 모르냐. 미친년아 네가 그러고도 잘 될 거 같냐….”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엄마가 하는 부당한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녀가 자해하기 시작한 건 이즈음이었다.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주지 않고 받아주지 않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였다가 폭발하면 자해를 했다. 또 누군가가 내 감정을 받아주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 이성을 잃고 감정적으로 나갔다.

그녀는 너무 힘들어 더는 엄마를 보고 싶지 않았다. 엄마를 피해 자취방을 몰래 옮겼다. 하지만 엄마는 귀신같이 그걸 알아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었다. 도저히 엄마 손아귀를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녀는 나중에 엄마가 자기를 찾는 방법을 알아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똑같은 방법으로 내담자를 찾아냈다. 방법은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지만, 어디를 가든 하루면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엄마가 자기를 찾는 방법을 알게 된 후, 그녀는 엄마에게서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후 자취방을 옮겨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았다. 남자를 여러 명 사귀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헤어졌다. 그리고 지금의 내담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원장님이 그녀 이야기를 듣고 물었다.

“혜미 씨는 남자 친구 사랑해요?”

“네, 이런 남자는 살면서 처음이에요. 너무 좋고, 사랑해요.”

“그런데 어떡하죠? 남자 친구는 사랑하는 마음도 없고 헤어지고 싶대요.”

“네…?”

여자 친구는 충격받은 얼굴을 했다.

“남자 친구는 혜미 씨가 너무 무섭고 두렵대요. 그거 아세요?”

“네? 왜요?”

“보세요. 남자 친구는 처음에 카톡으로만 자주 연락하라는 줄 알았대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그게 아닌 거야. 막말은 기본이고, 무시하고, 욕하고, 때리기까지 하고, 심지어 직장도 그만두게 하고, 헤어지자고 하면 죽을 거라고 협박하고 자해까지 하는데,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겠어요? 남자 친구는 혜미 씨가 너무 무섭대요. 얼굴만 보면 긴장이 되고, 말도 잘 안 나오고, 꼭 자기가 펫이 된 느낌이래요. 주인한테 순종하고 원하는 대로만 하는 동물이요. 이거 이해되세요?”


여자 친구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이거 완전 병신 아녜요?”

“그게 문제라는 거예요. 이게 왜 병신이에요. 남자 친구가 원래 이랬던 사람이 아니잖아요. 당당하고 회사생활 잘하고 사회에서 인정받으며 건강하게 생활하는 사람이었는데, 지금 혜미 씨 만나고 나서 이렇게 된 거예요. 남자 친구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이해는 못할 망정 병신이라고 하니,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겠어요?”

여자 친구는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세요.”

원장님이 말했다.

“지금 혜미 씨는 애정결핍이 아주 심해요. 부모님한테 사랑받았다고 느껴본 적 있으세요?”

“…아니요.”

“남자 친구한테서는 처음으로 느꼈죠?”

“네….”

“그런데 남자 친구한테 어떻게 했어요?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엄마한테 당했던 거, 똑같이 그대로 하고 있잖아요. 그게 안 느껴지세요?”


여자 친구는 자기가 한 행동을 돌아봤다. 엄마가 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썼던 것처럼, 자신도 남자 친구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고 있다는 것을.


“엄마랑 똑같다는 건 저도 옛날부터 느꼈어요. 근데 고치려 해도 그게 잘 안 돼요….”

여자 친구가 울먹이며 말했다. 

“그거 왜 그러는지 알려줄게요. 잘 들어요.”

원장님이 감각검사 결과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보세요. 지금 혜미 씨는 신체감각이 24개예요. 이건 감각이 다른 사람에 비해 엄청나게 발달한 거예요. 그런데 청각은 어때요? 4개밖에 안 되죠?”

여자 친구가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발생하는 문제가 뭔지 하세요? 남자 친구랑 갈등이 생기면,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하는데, 청각이 낮아서 그걸 전혀 하지 못하고 있어요. 신체감각만 높으니까, 무조건 감정적으로 표현해요. 한마디로 이성은 사라지고, 조금만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왁! 하고 감정만 나오는 거예요. 이거 반드시 고치셔야 해요. 그리고 또!”

원장님은 단호한 얼굴로 이어 말했다.

“남자 친구가 무조건 혜미 씨의 감정을 받아주고 모든 걸 이해하고 내가 하자는 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사람은 각자 자기만의 개성이 있어요. 원하는 욕구도 다 다르고요. 그런데 그걸 깡그리 무시하고 무조건 내 기분에 맞춰서, 내가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행동하면 되겠어요? 남자 친구는 애초에 혜미 씨랑은 완전히 다른 사람인데?”


그녀는 가만히 듣기만 했다.

“잘 생각해봐요.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을 하는 건,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사귀는 게 아니에요. 혜미 씨도 스스로를 돌아보세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남자 친구를 만난 거지, 남자 친구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만난 거예요? 아니잖아요.”


우리는 누군가를 사귈 때, 그 사람을 사랑하면 내가 행복해져서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행위 자체가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것이다.

「너는 내 운명」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공감되는 이야기가 있다. 소이현과 인교진 부부 이야기다. 인교진이 아내를 위해 망가지는 걸 서슴지 않으니까 소이현이 말한다. 

“오빠, 자꾸 웃기려 하지 마. 나를 너무 웃기려는 강박이 있어.”

그러자 인교진이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그게 자기를 위한 거 같아? 그건 나를 위한 건데. 그냥 자기가 웃는 모습을 보면 내가 제일 행복하니까 그런 거지.”


이처럼 우리가 이성 친구를 사귈 때나, 결혼을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내 행복을 위해 하는 것이다. 불행해지는 것은, 내 행복의 기준을 상대방에게 강요당할 때다. 그러니 연인과 부부 사이는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내 행복을 위해 상대방의 행복을 뺏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여자 친구는 원장님의 말을 듣고, 자기가 지금까지 잘못 행동했다는 걸 인정했다. 남자 친구에게 사과하겠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내담자가 드디어 상담실에 들어왔다. 그는 울고 있는 여자 친구를 보며 놀란 기색이었다.


“자, 이제 남자 친구한테 말해보세요. 내가 지금까지 뭘 잘못 했는지.”

여자 친구가 호흡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미안해…. 너한테 막말 하고 무시하고 욕해서…. 그리고 마음에 안 든다고 때린 것도 미안해. 그러니까 헤어지자고 하지 말아줘….”

내담자는 당황한 얼굴이었다. 화를 내면 냈지 설마 사과를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진호 씨는 사과받으니까 어떠세요?”

원장님이 묻자, 내담자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그러면… 사귀는 대신 두 가지 조건이 있어요.”

“뭔가요?”

“저 원래 다니던 직장 다시 들어갈 수 있으니까, 거기 다니게 해줘야 해요.”

원장님의 시선이 여자 친구에게 향했다.

“받아줄 수 있어요?”

여자 친구가 가만히 있자, 원장님이 말했다.

“안 그래도 이 이야기 하려고 했어요. 사람이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기 삶을 누려야 하는 거예요. 혜미 씨도 보세요. 직장에서 젊은 나이에 팀장까지 하면서 인정받고 다니니까 얼마나 좋아요? 남자 친구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인정받는 삶을 살아야죠. 이게 무슨 조선 시대도 아니고 집에서 살림이나 하라는 게 말이 돼요?”

“…네 그렇게 할게요….”

여자 친구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또 하나는 뭐예요?”

원장님이 묻자 내담자가 대답했다.

“여자 친구 집에 가면, 한 방에 있기 싫고 작은 방에 텐트 치고 그 안에 있고 싶어요. 여자 친구랑 같이 이야기하다가도, 제가 텐트 안으로 들어가면 절대로 터치를 안 했으면 좋겠고요. 제가 들어오라고 하기 전에도 절대로 텐트 안으로 들어오면 안 돼요.”

원장님은 그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황당했다. 동시에 내담자가 얼마나 여자 친구를 두려워하고, 무섭고, 보기 싫으면 이런 말을 하는 건지 공감이 갔다. 그만큼 여자 친구에게 시달림을 당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조건이었다.

“혜미 씨. 받아들일 수 있어요?”


여자 친구는 안 된다고 하는 걸 간신히 참는 모습이었다. 한숨을 푹, 쉬더니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2회차 상담을 마쳤다. 3회기 때에는 서로 자기 문제도 알아보고, 상대방 감정도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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