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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Sep 07. 2020

[사례1] 대인기피증으로 인해 칼을 든 남자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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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시 또는 밀리의 서재에서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사례1]: 나는 사막위에 홀로 죽어가는 나무


약속된 시간이 되자 내담자가 상담소에 들어왔다. 여전히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처음보다는 얼굴이 말끔했다.  

첫 번째 심리치료는 미술치료 중 하나인 ‘나이테로 보는 내 인생’이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나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나무의 나이테로 알아보는 작업이다. 괴롭고 힘들었던 시기는 나이테에 검은색으로 칠하고,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기는 노란색으로 칠하는 것이다. 

그 결과 내담자의 나이테는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 내담자는 파란색이 좋아 긍정적인 시기는 파란색으로 칠했다.


<청년의 나이테>


유아(0~4살) 

기억나진 않지만, 엄마가 계셨을 때는 좋았던 느낌이 있음.


유치원(4~7살)

좋았던 기억이 없음.


초등학생 (8~13살) 

항상 위축된 채로 학교를 다님.


중학생(14~16살)

친구들의 괴롭힘과 선생님의 체벌로 괴로워함.


고등학생(17~19살)

왕따로 인한 괴로움. 이 시기에 아버지에게 반항하기 시작함.


현재

사람들을 상대하기 너무나 힘듦. 나만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거 같음.


미래

미래는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에 파란색으로 칠함.



내담자는 유아기 일부 빼놓고는 좋았던 기억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었다. 원장님이 종이를 주며 말했다.

“이제 이 나이테를 보고 지욱 씨의 나무를 그려볼래요?”

“나무요?”

“네. 나는 이런 나무였다, 하고 그림을 그려보는 거예요.”

내담자는 나이테를 보고 자신의 모습을 나무로 표현했다. 그러자 다음과 같은 그림을 그렸다.


<청년의 현재 나무>

 

원장님이 내담자가 그린 그림을 보고 물었다.

“이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설명해볼래요?”

“사막에 홀로 서 있는 죽어가는 나무입니다. 주변엔 보호자도 없고, 관리자도 없고, 양분도 없어 죽어가고 있어요.”

“이 나무는 현재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죠?”

“자기가 왜 태어났는지 혼란스러워하고 있어요. 여기가 어딘지도 잘 몰라요. 또 이런 내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외로워요. 사람을 보면 긴장하고 특히 여자에게 더욱더 그렇고요. 그래서 바보 같지만,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장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원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뗐다.

“좋아요. 이 나무는 굉장히 힘든 환경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기까지 버틴 게 장하다고 생각하고 있군요?”

“네.”

“그러면 내가 사막에서 홀로 죽어가고 있는 건 누구에 의해 그런 거죠?”

“부모님 탓에 이렇게 됐습니다.”

“이 삶 속에서 지욱 씨가 선택할 수 있었던 삶은 없었나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욱 씨는 자기가 선택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태어나고 나서도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던 거네요?”

“네.”

“앞으로도 아무런 선택도 하지 못한 채, 계속 부모님에게 영향 받으며 살 건가요?”

“아니요. 더는 그렇게 살지 않을 거예요.”

내담자는 이미 상담을 받기로 한 뒤부터 변화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좋아요. 그러면 이제 미래의 내 모습을 나무로 그려보세요. 나는 이제 어떻게 변화를 할 거고, 내가 꿈꾸는 ‘삶’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나무로 표현해 보세요.”

원장님이 새로운 종이를 주자 내담자가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꿈꾸던 삶을 나무로 그렸다. 아래와 같은 결과물이 나왔다.


<청년의 미래 나무>

내담자는 드넓은 초원에 나무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그렸다. 가운데 크기가 월등한 나무를 그리고는 그 나무가 자신이라고 했다. 

“지금 그린 걸 설명해 보실래요?”

원장님이 묻자 내담자가 대답했다.

“메말라 있던 사막에서 이제 건강하고 활기찬 나무가 된 모습이에요. 사막에서는 아무도 저를 봐주지 않았지만, 이곳에는 많은 친구가 제 곁에 있어요.”

“좋아요. 이 나무는 현재 어떤 생각을 하는 중이죠?”

“잘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내가 너무나도 멋있어서 과시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행복하고 여기가 좋아요.”

“그래요, 잘 그리셨어요.”

원장님은 흡족한 얼굴을 했다. 처음에 그렸던 나무와는 달리 확연히 바뀐 모습이었다.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원장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담자를 명상최면실로 안내했다. 이제 명상최면으로 부정적인 나무는 없애고, 긍정적인 나무를 각인시킬 차례였다.


내담자가 침대 위에 눕자 원장님이 명상최면을 시작했다.

“온몸에 힘을 빼세요. 그리고 호흡을 크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으세요…. 다시 한 번 호흡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으세요…. 이제 당신은 아주 편안해졌습니다.”

원장님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 이제 처음에 그린 나무를 떠올리세요. 사막에는 아무것도 없고, 홀로 죽어가는 나무가 있습니다. 천천히 그 나무를 떠올리세요. 떠올렸나요?”

“네.”

“그 나무가 어떻게 보이죠?”

“불쌍해 보입니다. 그리고 죽어 있는 거 같아요.”

“그 나무에게 들리는 소리가 있나요?”

“…네. 앓는 소리가 나요.”

“그렇군요. 그러면 이제 그 나무를 조심히 만져보세요. 나무에게서 느껴지는 게 있나요?”

“물렁물렁한 게 힘이 없어 보입니다.”

“또 다른 느낌은요?”

“금방이라도 없어질 거 같아요.”

“좋습니다. 그 나무는 지욱 씨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모습입니다.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럽고 두려운 나입니다. 이제 그 이미지를 액자 속에 넣습니다. 액자에 넣으셨나요?”

“네.”

“이제 그 액자를 내 눈앞으로 당깁니다. 그리고 왼손으로 액자 안의 이미지를 떼어냅니다.”

내담자는 액자를 눈앞에 가져온 뒤 왼손으로 이미지를 꺼냈다. 원장님이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좋습니다! 이제 내 오른손에는 불이 활활 타오르는 횃불이 있습니다! 그 횃불로 제가 하나, 둘, 셋, 하면 왼손에 있는 종이에 불을 붙입니다. 자- 하나. 둘, 셋! 불을 붙이세요! 오~ 종이가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모두 태워져 사라졌습니다. 말끔히 태워졌나요?”

“네.”

“잘하셨습니다. 이제 두 번째 그림을 떠올리세요.”


원장님은 다음 명상최면 단계로 넘어갔다.

“두 번째 그림은 푸른 초원에 건강하고 씩씩하게 우뚝 서 있는 나무입니다. 주변에는 다른 나무도 있고, 꽃과 풀도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지욱 씨는 나무 중에서도 가장 크고 거대합니다. 그 장면을 떠올리세요. 떠올렸나요?”

“네.”

내담자가 대답하자 원장님이 이어 말했다.

“그럼 이제 나무와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세요. 그리고 그 모습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느껴보세요. 황량한 사막에 썩어 있던 나무가 아주 멋진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내 느낌이 어떤가요?”

“나무들 중에서 가장 크고 씩씩한 게 자신감이 있어 보입니다.”

“또 다른 느낌은요?”

“혼자 있지 않고 주변에 다른 나무와 풀, 꽃들이 함께 있어서 행복하고 즐거운 게 느껴집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이제 그 나무와 주변 환경을 액자에 담으세요. 액자에 담긴 그 이미지는 누가 봐도 아름답고 조화롭습니다. 액자에 담으셨나요?”

“네.”

“이제 제가 하나 둘 셋 하면 지욱 씨 눈앞에서 액자가 아주 컬러풀하고 아름답게 커질 겁니다. 하나, 둘! 셋! 오우~ 커졌습니다. 커졌나요?”

“네.”

“좋습니다. 이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다시 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눈을 뜨세요.”

내담자는 명상최면을 마치고 눈을 떴다. 어땠냐는 원장님의 물음에 그는 신기하다고 하면서 호기심과 관심을 나타냈다. 또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표현해보고 돌아보고 누군가가 바라봐 준다는 게 만족스럽다고 했다. 

원장님은 내담자와 약속했다. 이제부터는 지금까지의 환경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내담자는 그렇게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원장님은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그가 지금처럼만 따라오면 모범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 나이테로 보는 내 인생이란?


내담자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나무의 나이테로 알아보는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을 하면 내담자는 자신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정확하고 면밀하게 인지할 수 있다. 또 삶을 살아오면서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도 깨닫는다. 

미술치료 인지치료, 명상최면치료를 동시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써 내담자의 부정적인 면을 없애고 긍정적으로 삶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이후 이야기는 <벼랑 끝, 상담> 책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심리상담 사례집 <벼랑 끝, 상담>이 출간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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