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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하거나 상품을 팔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시장조사다.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나는 제육볶음 장사를 하려고 식당을 차렸는데, 이 골목의 소비자는 파스타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망하는 지름길이다. TV 프로그램 골목식당에서 많이 나왔던 장면이다.
글쓰기에도 이런 예는 부지기수이다. 사람들이 내 글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독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초보 작가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이다. 잘 팔리는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줘도 무시한다.
‘일단 제가 원하는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어요.’
그러면 일기장에 쓰면 된다. 독자는 이런 일방적인 소통은 원하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을 보면 대화하기가 짜증 나지 않는가? 독자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자기가 쓰고 싶은 글만 쓰면 거부를 한다. 그러니 텀블벅에서 책을 내고 싶다면 지금부터 후원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심을 가지도록 하자.
시장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텀블벅을 보는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 텀블벅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하나의 대형 서점으로 봐야 한다. 이 서점에 후원자들이 와서 마음에 드는 책을 후원하는 것이다. 창작자들은 시장조사를 위해 후원자들이 어떤 책에 관심을 갖는지 실시간으로 체크를 할 수 있다.
시장조사가 이처럼 편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식당을 차리기 위해 장사가 잘되는 가게를 분석한다면? 손님으로 위장해 사람들이 뭘 많이 주문하는지 일일이 봐야 한다. 하루도 아니고 매일같이 와서 분석을 해야 그 식당에 대해 겨우 알 수 있다.
그런데 텀블벅은?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으로 터치만 하면 된다. 언빌리버블하다. 그럼 지금부터 텀블벅에서 한 시장조사 결과를 알아보겠다.
2017년 기사를 보면 텀블벅은 20~30대가 이용자의 70%를 차지한다. 이중 여성은 60%, 남성은 40%이다. 보통 텀블벅은 20~30대의 여성이 많이 이용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데이터로 봤을 때는 주 이용자가 여성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재는 어떤지 2021년 겨울에 텀블벅에 직접 문의했다. 주 이용자가 어떻게 되냐는 물음에 다음과 같이 답변이 왔다.
『텀블벅 이용자는 전체적으로 25~34세가 가장 많고 여성이 남성보다 조금 더 많습니다.』
퍼센트로 알려달라고 하자 더 상세한 정보는 공개하기 어렵단다. 그렇다면 실제 펀딩은 어떨까? 내가 펀딩 한 자료를 토대로 알아보겠다.
① 벼랑 끝, 상담
장르: 실용·취미 / 심리상담 사례집
성별: 여성(53.7%), 남성(31.7%)
연령: 18~24(3.3%), 25~34(29.1%), 35~44(13.3%), 45~54(25.4%), 55~64(11.1%), 기타(8.7%)
후원: 24,677,500원
[분석]
심리상담 사례집은 남성이 31.7% 후원금이 약 780만 원이다. 여성이 더 많지만 남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리고 심리분야는 20~30대와 40~50대가 비슷한 비율로 나왔다. 심리상담 사례집이라 높은 연령층도 후원을 한 것으로 보인다.
②어린왕자와 함께하는 심리치료 여행
장르: 실용·취미 / 심리 치료책(동화)
성별: 여성(41.1%), 남성(31.7%)
연령: 45~54(51%), 55~64(48%)
후원: 4,726,000원
[분석]
놀랍게도 20~30대가 아예 없다. 솔직히 데이터 보고 너무 황당했다. 오류가 아닌가 싶었다. 특히 텀블벅은 '힐링'류의 프로젝트가 많은데 왜 이런 데이터가 나왔나 싶었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럴만하다. 애초에 내가 대중적인 콘셉트를 잡지 못했다. 너무 심리치료 쪽으로 가다 보니, 20~30대는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이다. 반대로 심리치료 쪽은 40~50대도 관심을 갖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남녀 성비도 9.4%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③프리랜서 작가로 한 달에 400~1000만 원 버는 법
장르: 실용·취미 / 글쓰기
성별: 여성(61.2%), 남성(35.1%)
연령: 18~24(29.1%), 25~~34(38.6%), 35~44(18.1), 45~54(8.6%), 55~64(2.6%)
후원: 110,292,777원
[분석]
이 책은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는 법을 쓴 책이다. 프리랜서 작가로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 노하우와 팁을 썼다. 그러다 보니 10~30대가 가장 많은 관심을 가졌다. 성비는 여성이 더 많지만 남성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남성이 후원한 금액을 계산하면 역 3천8백만 원이기 때문이다.
④심리질환, 정신장애, 증후군, 지식백과
장르: 실용·취미 / 심리질환을 창작에 응용하는 책
성별: 여성(71.9%), 남성(28.1%)
연령: 18~24(19.2%), 25~34(43.6%), 35~44(17.9%), 45~54(19.2%)
후원: 110,292,777원
[분석]
성비는 약 7:3 비율이다. 20, 30대가 펀딩 비율의 반을 넘는다. 왜 그럴까? 이유는 이 책은 단순히 심리에 관해서만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창작자들이 심리질환을 바로 알고 창작에 활용할 수 있게 만든 책이다. 창작자 전용 심리책인 셈이다. 그래서 웹툰, 웹소설, 시나리오 등등에 관심 있는 20~30대가 반 이상 펀딩 한 것이다.
데이터를 보면, 텀블벅의 성비는 【7 : 3】 혹은 【6.5 : 3.5】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떤 프로젝트도 남성이 여성보다 펀딩 수치가 높게 나오지 않았다. 이는 남성보다 여성을 공략하는 게 펀딩을 더 효과적으로 독려할 수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남성도 아예 무시해서는 안 된다. 또 성비의 대한 분석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텀블벅이 말한 걸 보자.
『펀딩 구상 및 광고 고려하실 때는 텀블벅 이용자 패턴보다는 진행하실 프로젝트의 타깃에 맞추어 집행하시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 말은 남녀의 비율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타깃 설정’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무조건 글부터 쓰지 말고, 지금 내가 쓰는 글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타깃을 설정하고 쓰라는 것이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타깃 설정에 따라 소재, 주제, 콘셉트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게 정해지면 더욱 그들의 입장에서 쓰게 된다.
내가 프로젝트를 한 걸 예로 들어보겠다. 나는 <벼랑 끝, 상담> 표지를 만들 때 뒤표지에 여자 일러스트를 넣었다. 텀블벅에 남성보다 여성 이용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작가로 한 달에 400~1000만 원 버는 법>도 마찬가지다. 보통 남성향 웹소설 말고는 작가는 여성이 남성보다 비율이 더 많다. 그래서 책 표지를 여자로 했다. 표지를 여자로 하면 남성 작가는 책을 보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필요한 사람은 당연히 펀딩을 한다. 다만 성비로 따지면 여성이 더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어필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타깃의 예는 다음과 같다. 나는 심리상담 사례집 <벼랑 끝, 상담>을 펀딩 할 때는 심리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이 타깃이었다. 심리는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광고를 넣었다.
※이런 분에게 추천
①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은 분
② 심리 증상이 생기는 원인과 치료법을 알고 싶은 분
③ 심리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분
④ 과거 기억 때문에 괴로우신 분
⑤ 심리 증상을 바로 알고 창작에 활용하고 싶은
그런데 여기에 허점이 있다. ⑤번 내용, ‘심리 증상을 바로 알고 창작에 활용하고 싶은 분’이다. 말은 창작자들에게도 이 책이 도움이 된다고 했지만, 프로젝트 설명을 읽어보면 전혀 창작자들에게 어필이 되지 않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로 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내용에 근거가 없다. 왜 그런 걸까? 애초에 내가 <벼랑 끝, 상담>을 쓸 때 창작자들을 타깃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①~④번을 타깃으로 삼았다. 그런데 창작자들도 사로잡고 싶어서 저렇게 말했다. 실제로 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지만 전혀 어필이 되지 않은 셈이다.
반면 43,275,999원을 달성한 <심리질환, 정신장애, 증후군 지식백과>는 다르다. 타깃을 아예 창작자로 잡았다. 내용도 심리질환을 어떻게 창작에 활용하면 되는 지로 구성했다. 그런데 프로젝트 설명글을 쓸 때 몇 번이나 흔들렸다. 타깃을 한정적으로 창작자로 잡는 것보다, 포괄적으로 심리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끔 하는 게 어떠냐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도 그게 좋지 않냐는 반응을 보였다. 고민이 됐다. 포괄적이라는 개념이 아무래도 펀딩이 많이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 계획대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성공을 거두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시스템을 바라보자. 세상에 있는 모든 상품과 마케팅을 보면, 정확한 타깃이 정해져 있다. 이건 마케팅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정작 내가 책을 쓸 때는 타깃을 정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자신은 타기팅을 매일 당하면서 말이다.
이 글은 읽는 분들은 여전히 불안할 것이다. 타깃 타깃 거리는데 정작 타깃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려준다. 텀블벅에는 텀블벅만의 타깃 설정이 있음을. 지금부터 하나하나 파헤치며 분석해보겠다.
※정리
①텀블벅 성별 주 이용자는 여성이다. 하지만 남성을 아예 무시해서는 안 된다.
②텀블벅 주 연령층이 20~30대라고 하기에는 프로젝트 성격마다 판이하게 다르다.
③펀딩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꼭 타깃층을 설정하자. 이에 따라 책의 콘셉트이나 글 쓰는 방향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④텀블벅에서 타깃 설정을 하는 방법은 이후에 분석을 통해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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