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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Sep 12. 2020

[사례3] 성추행으로 인한 ‘불안증과 남자혐오’ 2화

 



 1) 내담자 증상 진단



내담자는 성추행에 대한 트라우마가 깊었다. 자고 일어날 때면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몸에 멍든 곳이 있는지 확인했다. 자신의 몸이 더럽다는 강박증으로 한번 샤워를 하면 2시간 이상씩 했고, 타월로 살이 빨개질 때까지 벅벅 닦았다. 스스로가 초라해 보이고 한심하다는 생각에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정체성 혼란이 왔다.

감정조절이 되지 않고 우울증이 있으며 남자를 혐오했다. 특히 아빠와 같은 나이대인 중년 남자를 보면 꼰대라 생각하고 보는 것조차도 소름끼쳐 했다. 이는 모두 아빠의 성추행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며, 복합적인 심리증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심리증상

불안증 / 강박증 / 자존감 하락 / 정체성 혼란 / 감정조절이 안 되는 문제 / 우울증 / 남자 혐오


신체증상

남자를 보면 얼굴이 경직됨


환경문제

아빠와 같이 사는 문제 / 엄마를 신뢰하지 않는 문제

2) 아빠하지 마!





2) 아빠하지 마!



예약된 시간이 되자 내담자가 상담소에 들어왔다. 나는 어서 오라며 인사했지만, 그녀는 굳은 목소리로 대답만 짧게 했다. 반면 원장님이 방긋 웃으며 맞이하자, 그녀는 한결 풀어진 얼굴로 인사했다. 남자를 혐오하는 그녀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내담자는 상담실 의자에 앉아 사는 게 힘들다고 했다. 회사에서 남자를 마주치지 않을 수가 없어 항상 마음 졸이고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원장님은 치료를 받으면 나아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또, 다른 사람 같았으면 사회생활을 하는 것조차도 힘들 텐데, 이만하면 의지가 강한 거라고 칭찬했다.

원장님은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증상을 모두 설명했다.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모두 아빠의 성추행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치료를 받지 못하고 10년 넘게 방치하다 보니 각종 심리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거라고 했다. 그러니 하나하나 실타래 풀듯 치료하면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내담자는 매주 상담소에 와 심리치료를 받았다. 미술치료와 인지치료를 받으며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게 되었다. 또 그것들을 없애기 위해서 취해야 할 행동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깨달았다. 그리고 명상최면치료 시간이 왔다. 원장님이 내담자를 앉히고 입을 뗐다.

“오늘은 명상최면치료를 할 거야. 지혜가 성추행당했던 장면을 떠올릴 건데, 처음엔 괴로울 거야. 그래도 조금만 참으면 나아질 수 있으니까, 우리 한 번 해보자. 알았지?”

“네.”

원장님은 굳건한 미소를 지은 뒤 내담자를 명상최면실에 데리고 들어갔다. 내담자가 침대 위에 눕자 그녀를 트랜스 상태로 유도했다.

“자, 온몸에 힘을 빼고 코로 숨을 크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뱉으세요. 다시 한 번 코로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뱉으세요…. 당신은 지금 아주 편한 상태입니다….”

내담자는 편안한 얼굴을 했다.

“자, 이제 아빠가 성추행했던 것 중,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장면을 하나 떠올립니다. 천천히 그 장면을 떠올려보세요.”

내담자는 금세 미간이 일그러졌다. 괴로운 장면을 떠올리니 당연했다. 

“장면을 떠올렸나요? 

“네….”

“보이는 게 무엇이죠?”

“…방에서 혼자 자고 있는데… 아빠가 몰래 들어왔어요.” 

“지금 당신은 몇 살인가요?” 

“10살이에요….”

“좋습니다. 지금 그 안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나요?” 

“네… 아빠의 숨소리가 들려요….” 

“느껴지는 건 무엇인가요?”

“아빠가 뒤에서 성기를 제 엉덩이에 비비고 있는 게 느껴져요….” 

“아빠가 또 다른 행동을 하는 게 있나요?” 

“네… 손으로 가슴을 주물러요….”

내담자는 괴로운지 대답 후 신음을 흘렸다. 원장님은 명상최면을 계속 진행했다.

“그 장면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나는 어떤 감정이 느껴지나요?” 

“불쾌하고 더럽다는 감정이 느껴져요….”


원장님은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좋습니다. 이제 제가 하나, 둘, 셋, 하면 그 안에 ‘또 다른 나’가 들어갈 겁니다. ‘또 다른 나’는 매우 현명하고 지혜로우며 자신감이 넘치는 나입니다. 지금부터 하나, 둘, 셋, 하면 또 다른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갑니다. 자, 하나, 둘, 셋! 또 다른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갔나요?”

원장님이 묻자, 내담자는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좋습니다. 이제 또 다른 내가 아빠를 세게 밀치세요.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과거의 나’를 안아주세요. 괜찮아. 걱정하지 마. 이제는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불안해하지 마. 괜찮아… 괜찮아… 그 안에 있는 나를 안고 위로해 줍니다.”


내담자는 원장님이 말하는 대로 ‘과거의 나’를 안고 위로했다. 원장님은 잠시 시간을 준 뒤 입을 뗐다.

“‘또 다른 나’가 다시 말합니다. 이제 걱정하지 마. 내가 너를 도와줄게. 무서워할 필요 없어. 너는 아무 잘못 없어. 그 말과 함께 ‘과거의 나’를 토닥여 줍니다. 그 느낌을 가슴 깊이 느끼세요. 그리고 지혜롭고 현명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또 다른 나를 신뢰하세요. 신뢰할 수 있겠나요?”

내담자는 신뢰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좋습니다. 이제 ‘또 다른 나’와 ‘과거의 나’가 함께 손을 잡고 일어납니다. 그리고 아빠에게 다가갑니다. 이젠 ‘또 다른 나’가 그동안 아빠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할 겁니다. 아빠의 성추행으로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내 심정이 어땠는지 하나, 둘, 셋, 하면 말하세요. 자 하나, 둘, 셋! 말하세요!”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남자만 보면 소름 끼쳐서 버스나 지하철도 타지 못했어! 그럴 때마다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고,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어! 너는 아빠도 아니고 그냥 인간말종이야!”

“잘했어요.”

원장님은 칭찬한 뒤 이어 말했다.


“자, 이제 ‘또 다른 나’가 ‘과거의 나’에게 말합니다. 너도 와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합니다. 이 상황으로 인해 내가 얼마나 힘들고 불안했는지, 마음이 어땠는지, 하지 못했던 말을 하라고 합니다. 자, 하나 둘, 셋 하면 이제 ‘과거의 나’도 아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하세요. 하나, 둘, 셋!”

원장님의 신호에 내담자가 소리 높여 말했다.

“이 인간쓰레기야!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밤마다 내 방에 들어와서 그 짓거리를 해? 네가 인간이야? 그러고도 아빠야? 넌 그냥 나가 뒈져!”

“잘하셨어요. 그 소리를 듣고 있는 아빠는 한없이 작아집니다. 그리고 ‘또 다른 나’와 ‘과거의 나’는 반대로 아주 커집니다. 그 상태에서 하고 싶은 말이 더 남았으면 하도록 하세요.”

“넌 이제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고, 기어 다니라고 하면 기어야 해! 알았어?” 

“더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이 있나요? 발로 차도 좋고 때려도 좋습니다.” 

“밟아버리고 싶어요.”

“밟으세요. 괜찮습니다. 있는 힘껏 밟으세요.”

원장님의 말에 내담자는 아빠를 인정사정없이 밟아버렸다. 아빠가 어떻게 됐냐고 묻자, 쥐포처럼 변했다고 했다.

“잘하셨어요, 이제 쥐포처럼 변한 아빠를 하나, 둘, 셋, 하면 함께 있는 힘껏 발로 차세요. 발로 차면 아빠란 존재는 더는 보이지 않습니다. 자, 하나, 둘, 셋! 함께 발로 찹니다!”

내담자는 있는 힘껏 아빠를 발로 찼다. 원장님이 아빠가 보이지 않느냐고 묻자,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잘하셨어요. 이제 모든 게 끝났습니다. 하나, 둘, 셋, 하면 ‘또 다른 나’와 ‘과거의 나’는 의식의 밖으로 나옵니다. 하나, 둘, 셋, 눈 뜨세요.”

내담자는 명상최면을 마치고 눈을 떴다.




Q&A 억눌린 감정 풀어주기



나는 원장님이 내담자에게 한 명상최면을 보며 궁금한 게 세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왜 굳이 기억하기 싫은 성추행 장면을 떠올리게 했냐는 것이었다. 그것에 관해 묻자 원장님이 대답했다.  

“억눌린 감정을 풀어주기 위해서야.”

“억눌린 감정이요?”

고개를 갸웃거리자 원장님이 말했다.

“예를 들어 부당한 일을 당할 때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 경우가 있잖아?”

“네.”

“그래서 내담자한테 그걸 해소시켜 준 거야. 과거에는 내가 아빠한테 아무런 저항도 못했던 걸, 명상최면으로는 대항할 수 있게 해준 거야. 억눌린 감정을 풀어주기 위해.”

“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살면서 어떤 순간에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경우가 있다. ‘아, 내가 왜 그때 바보처럼 말을 제대로 못 했지?’ ‘이렇게 할 걸.’ ‘아, 자꾸 생각나네.’라며 계속 그 일이 머릿속을 맴돈다. 원장님은 그것이 당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감정이 억눌려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그래서 명상최면으로 억눌린 감정을 풀어준 것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로 궁금한 게 있었다. 억눌린 감정을 풀어줄 때, 왜 과거의 내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나’를 나타나게 했냐는 것이었다.

“왜냐면, 과거의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라서 그래. 그래서 지혜롭고 현명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또 다른 나’로부터 힘을 얻기 위해 그런 거야.” 

“과거의 나는 상처받은 존재라 온전히 힘을 낼 수 없다. 그래서 지혜롭고 현명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또 다른 내가 필요하다. 이 뜻인 거죠?”

“그래.”


나는 여기까지 이해하고 세 번째 질문을 했다. 바로 명상최면에서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폭력성이 높은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빠를 납작하게 밟아 버리고 발로 차는 행동이었다. 이것에 관해 묻자 원장님은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이라고 했다.

“다른 내담자는 때리거나 부수거나 찢어버리는 경우도 있어. 이건 약과야.” 

“그렇게까지 한다고요? 너무 폭력적인 거 아니에요?”

“폭력적인 게 아니라 그만큼 그 사람에게 분노가 크다는 뜻이야. 그 말은 곧 억눌린 감정이 깊다는 뜻이고. 그래서 명상최면으로 그런 감정들을 해소시켜줘야 해.”

나는 그 뒤로도 원장님이 많은 내담자에게 명상최면치료를 하는 모습을 보고 기우임을 깨달았다. 분노가 강한 내담자마다 명상최면을 마치고 나면 속이 다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다양한 명상최면 기법의 하나 ‘억눌린 감정 풀어주기’다.




※ 명상최면 치료과정


우리가 과거 상처로 인해 괴로운 이유는 ‘기억’ 때문이 아니라, 기억으로 인한 ‘부정적 감정의 영향’ 때문이다. 명상최면은 내담자가 ‘부정적 감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 치료를 한다. 부정적 감정의 영향을 받지 않게 하는 치료는 다음과 같다.


① 명상최면으로, ‘억눌린 감정을 풀어준다.


이외에 또 어떤 기법들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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