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아론 Nov 28. 2022

복권 5억 당첨된 꿈


저번 주에 복권 5억에 당첨된 꿈을 꿨다.

그날 지갑에 있는 모든 현금을 털어 25,000원어치 스피또 복권을 샀다.

그리고 결과는?

3만 원이 당첨됐지만, 다시 또 복권을 사 돈을 모두 날렸다.

사실 이만 원 당첨된 것도 큰 행운이었다.


그렇게 빈털터리로 집을 가던 중 구석에서 빛나고 있는 서점을 발견하고는 번뜩! 깨달음을 얻었다.

'5억짜리 복권 당첨은 사실 복권이 아니라 책을 말하는 거였어!'


나는 망상회로를 돌리며 신이 나 서점에 들어갔다.

그리고 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더 해빙이라는 책을 골랐다.


"사장님 제가 오늘 5억짜리 복권에 당첨된 꿈을 꿨는데, 안 됐거든요? 오늘 이 책 사고 5억 벌면 다시 또 올게요."


사장에게 이렇게 말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사장이라는 작자는 내가 오자마자 뒤에서 하품을 해대더니, 섹스 파트너 이야기를 하는 라디오를 들으며 낄낄 대는 게 태도가 비호감이었다.(매불쇼를 듣는 거 같았음)


게다가 인테리어도 지저분해서 중고서점이냐고 물어보니까 아니란다.

또 '더 해빙'이라는 책을 사기 위해, 진열한 책 말고 새 책이 있는지 물었을 때는 있다고 하더니만, 정작 사려고 하니까 이거 하나뿐이란다.


커뮤니케이션도 안되고, 장사 매너도 안 좋고, 책도 더러워 결국,

"책이 더러워서 못 사겠는데요? 안녕히 계세요." 하고 나왔다.


더 해빙은 예전부터 베스트셀러라 잘 알고 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유튜브로 검색해 리뷰를 봤다.


리뷰를 보니 하나같이 하는 말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함과 충만함을 느껴라.'라는 말이었다.

나는 리뷰를 보며 아, 정말 저게 삶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감사함과 충만함을 느끼면 바뀌는 것이 있음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수년 전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면서 광고 시나리오를 쓸 때였다.

광고 작업을 하다 보니, 필드의 광고 영업이 궁금해 지하철 광고 영업을 했다.

지하철 개찰구 카드 찍는 기계에 스티커(포스터) 광고를 붙여주는 건데, 정말 생영업이었다.


역 근처에 있는 가게에 전화를 해 지하철 광고할 생각이 있는지 안내하고 관심 있는 가게에 들어가서 영업하는 거였다. 하루 100통 정도 가게에 전화를 하는데, 거부당하기 일쑤라 의욕이 엄청나게 떨어졌다.


면접 때 대표님은 내가 심리 공부를 했다고 하니 눈을 반짝였다. 광고에 심리를 적용하면 어떠냐는 거였는데, 내게 그딴 스킬 같은 건 없었다.


오히려 내가 놀랐던 건 대표님이 왕년에 제일기획에서 일했다는 사실과 휴대폰 광고 '선영아 사랑해' '잘 자 내꿈꿔를 기획했던 유능한 사람이라는 거였다.


암튼 지하철 광고 영업을 하면서 늘어나는 건 패배의식과 어차피 출근해도 실적을 올리지 못할 거라는 좌절감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영업을 하는 태도가 엉망이었다. 서점 주인처럼 말이다. 근데 이건 나와 서점 주인만 그런 게 아니었다. 골목식당 보면 장사가 안 되는 사장들의 패턴이기도 했다.


어차피 장사가 안 될 거 뻔하니까. 손님이 안 올 거니까. 공모전에 탈락할 거니까. 정말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지 헷갈리니까. 이런 생각에 젖으면 행동 자체가 망하는 지름길로 향한다. 내가 광고 영업을 할 때 딱 그랬다.


정말 하루하루가 기분이 나쁘다 보니, 나는 어떻게 해서든 이 패배의식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리고 당장 실적을 올리는 현실을 바꿀 수 없으니까 내 심리상태라도 바꾸려고 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영업을 하러 나갈 때 좁은 골목을 통과하는데, 이 골목에서 망상 회로를 돌리는 거였다.

오늘은 영업이 잘 돼서 실적을 쌓는 상상을 했다.

정말로 더 해빙에서 나오는 것처럼 영업이 잘되는 걸 온몸으로 충만하게 느꼈다.

그래야 기분 좋게라도 영업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결과는?

당연히 망상회로를 돌려도 실적을 못 따는 날이 더 많았다.

하지만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을 가지고 더 열심히 했다.

그 결과 신입사원 최초로 첫 달에 목표 실적을 달성했다. 대표님은 지금까지 이런 직원은 없었다며 좋아라 했지만... 나는 3개월 만에 관두었다. 더 이상 광고로 배울 게 없었다. 대표님은 아쉬워하며 자기 실적을 몰래  줄테니까 나가지 말라는 은밀한 거래를 원했고, 나는 글을 핑계로 나갔다.


놀라운 건 이게 끝이 아니다.

골목에서 망상회로를 돌리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는 거였다.

회사에 에이스 팀장님이 계셨는데, 하루에 몇 백만 원식 실적을 쌓는 분이었다.

어떻게 영업을 하길래 저렇게 실적을 쌓는지 의아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술 먹다가 이야기가 나왔다.


나보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영업을 하냐고 묻길래, 그냥 회사 앞 골목 지나갈 때 영업이 잘되는 상상을 하면서 기분 좋게 영업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팀장님이 깜짝 놀라면서, 어? 나도 매일 그렇게 하는데?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때는 망상회로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단지 패배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런 상상을 했던 것이고,

팀장님도 나와 같이 동기부여를 잃지 않기 위해 그런 상상을 우연히 똑같이 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더 해빙 리뷰를 듣고 깨달았다.

아, 내가 그때 영업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가,

팀장님이 영업을 잘하는 이유가(물론 영업스킬도 있겠지만) 충만함을 느끼는 마음가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또 내가 글쓰기를 할 때,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충만하게 느끼면 부가 찾아온다.'

이렇게 보면 뭔 사이비 같은 말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비판적인 리뷰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비판을 하는 사람은 너무 초점을 '부'에 맞췄기 때문이라고 본다.

'부'를 얻을 수 있는 건 단순히 저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지하철 광고 영업을 하면서 패배의식에 빠졌다가 망상회로를 돌리면서 태도가 달라진 것처럼, 가진 것에 감사하고, 충만함을 느끼는 사람은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

바로 여기서  '부'를 '창출'한다는 뜻이다.


나는 정말 글 쓰는데 재능이 없네.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 넘지 못한다.

삶의 태도를 패배할 수밖에 없게끔 지가 설계해 놓고, 자꾸 안 된다며 징징거린다.

스스로를 의심하기 때문에, 그만큼 노력의 양도 적어 발전의 속도도 늦다.

자신이 한 노력의 양은 생각하지 못하고 또 발전이 늦는다며 징징거린다.

이게 바로 패배자의 무한 굴레이다. 그 끝은 '포기'이다.


더 해빙은 내가 무의식으로 실천하고 있던 것들을 이론으로  완성시켜주는 기쁨을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더 해빙과 같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


끝으로 비록 25,000원을 복권에 털렸지만, 우연히 서점을 발견했고, 서점 주인의 장사 태도가 나에게 깨달음을 주고, 더 해빙이라는 책을 발견하게 해 준 내 5억짜리 꿈에 찬사를 보낸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 계발서 단골 멘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