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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지식 소스 사전 예시2

by 송아론

네필렌기스 거미에 대한 이야기를 창작한 응용한 예시입니다.


네필렌기스 거미란?

보통 거미들은 짝짓기를 하고,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습니다. 바로 이때 네필렌기스 거미는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특이한 행동을 하는데요. 바로 짝짓기 도중 생식기를 떼어버리고 도망치는 겁니다. 생식기를 뗄 때도 암컷 거미한테 걸리지 않기 위해 '다리수염'전체를 절단합니다. 그러면 생식기가 계속 사정을 해서 암컷거미는 이를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죠.


저는 이걸 학교에서 남자와 여자 선생님이 서로 사귀는데, 남자 선생이 여자 제자와 바람난 장면으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남자 선생님이 진짜로 바람난 건 아니고요, 여자 선생님이 의심병 심각한 사람으로 설정했습니다. 아래가 그 내용입니다.



제목: 언청이



다음날 아침. 윤수는 직접 차를 몰고 세린 고등학교로 향했다. 휴대폰에 메시지가 와 확인하자 최보라였다. 지혜 엄마가 장례식 때문에 학폭위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윤수는 의아했다. 딸이 죽은 게 누구 때문인데 오지 않는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동시에 자신이 경찰서에서 그녀에게 일갈을 했던 게 떠올랐다.

모든 게 내 탓이라고 생각해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조차 포기한 걸까. 그러고 보니 학교가 왜 이렇게 학폭위를 서두르는지도 깨달았다. 피해자와 피해자의 부모가 없는 학폭위.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했다.

윤수는 학교 건물 뒤편에 차를 주차했다. 차량에서 내려 곧장 1층 자연과학실로 향했다. 수업 중인지 복도는 한산했다. 윤수는 기나긴 복도를 따라갔다. 마치 식도를 타고 가는 것 같은 매스꺼움이 느껴졌다. 복도 끝에 있는 과학실로 앞에 섰다. 앞문을 열자마자 알싸한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오셨어요, 선생님.”

최보라였다. 그녀는 버건디 립스틱을 짙게 바른 채였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여기서 진행하는 겁니까?”

“네, 아무래도 조용히 하는 게 좋으니까요.”

“다른 분들은요?”

“곧 오실 거예요.”

윤수는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뒤 소독약으로 범벅된 과학실을 둘러봤다. 코를 찌르는 냄새의 정체는 포르말린이었다. 과학실 선반 위에 쥐, 개구리, 거북이, 도마뱀, 뱀까지 크고 작은 동물들이 포르말린에 박제되어 있었다.

“신기하죠? 아직도 이런 걸 하는 학교가 있는 게.”

최보라는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박제 앞에 섰다. 이내 거미를 박제시킨 밀폐용기를 들어 윤수에게 보여줬다.

“이게 뭔지 아세요?”

“거미 아닙니까?”

“맞아요. 네필렌기스라는 거미예요. 제가 작년 휴가 때 이 녀석 구하려고 인도네시아까지 갔었거든요. 하 선생이랑.”

하정훈. 국어 선생을 말하는 거였다. 윤수가 가방을 열어 서류를 꺼내자 최보라가 힐끔 그를 쳐다본 뒤 말했다.

“선생님, 혹시 그거 아세요? 암컷 거미는 짝짓기를 한 뒤 수컷 거미를 잡아먹는 거요.”

“압니다.”

윤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거미 생태계에서는 그것이 순리였다.

“그런데요, 재미있는 게 뭔지 아세요?”

최보라가 또각또각 구두굽 소리를 내며 말했다.

“몇몇 수컷 거미들은 참 영악하다는 거예요.”

윤수가 고개를 들어 관심을 보이자 최보라가 흡족한 얼굴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짝짓기를 했으면 자연의 섭리대로 암컷 거미한테 잡아먹혀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러지 않는 수컷들이 있다는 거예요. 어떤 수컷 거미는 잡혀먹지 않으려고 미리 먹이를 들고 가기도 하고요, 가짜 먹이를 들고 가서 짝지기가 끝나면 도망가기도 해요.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재수 없는 수컷 거미가 뭔지 아세요?”

최보라가 밀폐용기를 얼굴 위로 올리며 말했다.

“네필렌기스 거미예요. 이 거미는요, 암컷하고 교미를 한 다음에 아예 생식기를 떼버리고 도망을 쳐요. 생식기는 암컷 몸에 박힌 채로 계속 사정을 하고요. 정말 재수 없지 않아요? 임신시키고 혼자 도망가는 게?

윤수는 최보라가 말한 의미를 생각했다. 그녀의 버건디 립스틱 아래에 있는 배를 쳐다봤다.

그 순간,

빠직-

“어머나. 놓쳐버렸네.”

밀폐용기를 떨어트린 최보라였다. 깨진 용기 사이로 포르말린이 새어 나왔다. 동시에 네필렌기스 거미가 모래알처럼 쪼그라들었다. 윤수가 거미에게 시선을 떼고 말했다.

“그래서 하 선생이 날 임신시키고 제자랑 바람났다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

“글쎄요. 그건 선생님 해석에 맡기죠.”

최보라가 입꼬리를 실룩 거리며 뒤돌아섰다. 윤수는 그녀에게 정신병원에 가야 할 사람은 지혜가 아니라 당신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후,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과학실 문이 열리더니 학폭위 참석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교장과 교감, 가해 학생들과 부모들이었다. 윤수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서류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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