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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닝 멘탈리티를 갖추지 못한 작가는 필요 없다

by 송아론

스포츠 선수나 팀에게 가장 중요한 멘탈 중 하나는 '위닝 멘탈리티'이다.

승부에서 이기려는 멘탈 하나만으로 팀의 승률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걸 우리말로 하면 '이기려는 마음'이 되겠다.


필자는 인생에서 '이기려는 마음'을 가장 지독하게 먹은 분야가 두 개 있다.


첫째는 게임,

둘째는 축구이다.


글쓰기 전, 이 두 가지가 내가 가장 재능 있고 잘하는 분야였다.


게임은 초등학교 때부터 신동이라고 불렸다. 오락실에서 격투 게임을 하면 승률이 80%였고, 형들한테 맞을 뻔한 적도 있었다. 명절에는 대전 오락실에 갔다가 다섯 명의 형들이 돌아가며 나와 대결했지만 모두 패배했다.

형들이 둘러싸더니 때리지 않고, "진짜 잘한다"며 칭찬했다.


축구도 게임 덕분에 좋아하게 됐는데, 하필 운동까지 잘했다.

중학생 때까지는 축구를 잘한다고 전교에 소문이 났지만, 진로를 축구 선수로 삼지 못한 것이 평생 한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10대 때까지만 해도 게임과 축구 모두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위닝 멘탈리티가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축구에 대한 위닝 멘탈리티는 사라지고, 게임에 대한 위닝 멘탈리티만 남게 되었다.


나는 20대에 진정한 '위닝 멘탈리티'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바로 '축구 게임'이었다.


당시 나는 '프리스타일 풋볼'이라는 게임을 했는데, 거기에 넘사벽 클럽이 하나 있었다.

바로 '청성'이라는 클럽이었다.


가장 잘하는 유저들만 모인 곳으로, 테스트를 통과해야 가입할 수 있었다.

심지어 합격하더라도 실력이 부족하면 팀에 껴주지도 않거나 탈퇴당했다.

상위 0.1%의 실력자만 있는 곳이라 엄청난 자부심과 자존심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세계 최고 클럽인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한 김민재 선수의 인터뷰에 깊이 공감했다.

"여기서는 연습 때도 실수를 하면 분위기가 엄청 안 좋아져요."


비록 게임이지만, 청성이 딱 그런 곳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처럼 누구나 가고 싶어 했고, 다른 클럽들은 청성을 만나면 개발렸다.

필자도 발리는 사람이었다.

청성만 만나면 벌벌 떨며 "이번에도 무시당하며 지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계속 지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다.

청성에 가입해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입한 클럽에서 청성을 박살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나는 청성 멤버들을 격파하겠다는 일념으로 게임을 연구했다.

팀원들에게 플레이 방법을 알려주었고, 결국 청성을 여러 번 이겼다.

청성과 매칭이 되면 팀원들과 헤드셋을 끼고 초집중 모드에 들어갔다.


당시에는 자존심 때문에 이기려고 죽기 살기로 노력했지만,

세월이 흐른 후에야 이게 '위닝 멘탈리티'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기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개인의 능력과, 이런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었을 때 생기는 파워와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게임에서 배운 것이다.


자기계발서에는 이런 말이 있다.


- 부자가 되려면 부자가 된 집단에 들어가라.

- 지금보다 더 높은 위치에 오르고 싶다면,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찾아가라.

- 천재가 되고 싶다면 천재처럼 행동하라.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은 위닝 멘탈리티 자체가 일반인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분야에서만큼은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극도로 강렬하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면, 가만히 있어도 멘탈이 발전한다.

아니면 내 멘탈로는 버티지 못해 튕겨져 나간다.


따라서 내가 작가 단톡방이나 어떤 크루에 소속되어 있다면,

모든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는 곳에 있어야 한다.

만약 방장이라면, 노력하지 않는 자는 강퇴시켜야 한다.

흥청망청 세월아 네월아 하며 작품도 쓰지 않는 작가들이 모인 곳에 있으면, 발전이 없다.


오히려 그 분위기에 젖어 작업 시간에 단톡방에서 잡담이나 한다.

이것이 위닝 멘탈리티가 잡혀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이다.


또한 작가 개인의 위닝 멘탈리티는 스포츠 선수들과는 조금 다르다.

스포츠에는 '승부를 겨룰 상대'가 있지만, 작가는 그런 상대가 없다.

그런데 또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사실 상대는 코앞에 있는데, 스스로 보지 못할 뿐이다.


그 상대가 누구인가?

바로 '나 자신'이다.


많은 작가가 위닝 멘탈리티를 갖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상대가 '나'임을 인지하지 못함에서 비롯된다.


"이번만큼은 꼭 작품을 완결시키겠다"는 의지, 마음, 멘탈이 있어야 하는데,

패배한 뒤에도 상대가 '나'이기 때문에 스스로 졌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래서 계속 지는 삶을 산다.

이것이 작가가 자기 객관화를 하지 못하는 가장 큰 맹점이다.


스포츠 선수는 상대에게 지면 바로 체감하지만,

작가는 자기 자신에게 져도 패배했다는 사실을 모른다.


따라서 작가로서 이기고 싶은 삶을 살고 싶다면, 세 가지를 명심하자.


첫째. 위닝 멘탈리티가 없는 집단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 낭비다.

둘째. 지금까지 나는 나에게 몇 번이나 패배했는지 인지하자.

셋째. 스스로를 이기고자 하는 위닝 멘탈리티를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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