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사회적 약자의 파괴

by 송아론

“일단 가면서 이야기하자.”


윤수는 죽은 도사견을 뒤로하고 징검다리를 건넜다. 린이 윤수 뒤를 따랐다.


윤수는 현재 자신과 린이 걷고 있는 거리만큼이나 벽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벽을 빨리 허물고 싶어 입을 열었다.


“점심은 먹었어?”


“아니.”


“엄마가 아 직도 아프셔?”


“아니.”


“그러면?”


“입맛이 없어.”


윤수가 걸음을 늦추기 시작했다. 린이 자기 옆에 걷자 슬쩍 미소 지으며 입을 뗐다.


“사실 나도 밥맛없어. 일주 일주일 내내 같은 반찬 먹으니까 보기만 해도 토할 거 같아.”


윤수가 린에게 눈을 맞추자, 마스크를 쓴 그녀가 웃었다.


“팔은 괜찮아?”


“어제 보다 더 아파. 진짜 아침에는 죽는 줄 알았어. 걷기만 해도 아파서.”


“빨리 나아야 할 텐데.”


“그러게.”


둘은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윤수는 린과 벌어졌던 간격이 좁혀지자 조금 전 했던 말에 대해 다시 물었다.


“아까, 도사견을 죽였다고 했잖아.”


“응.”


“어떻게 죽였다는 거야? 네가 도사견을 죽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죽일 수 있어. 죽으라고 하면 되니까.”


윤수가 걸음을 멈추고 린을 쳐다봤다.


“죽으라고 하면 된다니?”


“그냥 나쁜 마음을 먹으면 돼. 그러면 죽어.”


윤수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농담이나 거짓말을 하는 걸로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인즉, 그녀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뜻이었다.


“형석이가 왜 날 괴롭히는지 알아?”


린이 입을 뗐다. 안 그래도 그게 궁금했다. 아무리 그녀가 싫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괴롭힐 필요가 있나 싶었다.


“왜 괴롭히는 건데?”


윤수가 묻자 린이 대답했다.


“내가, 걔네 아빠를 죽여서 그래.”


“뭐?


걸음을 멈춘 윤수였다. 동시에 린도 걸음을 멈췄다. 윤수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다시 거리감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형석이 아빠를 왜...?”


“우리 엄마를 겁탈했어.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연이은 충격 발언에 윤수는 입을 떼지 못했다. 린은 이야기하는 내내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윤수야, 그래서 나는 가끔 아빠가 있는 애들이 부러워.”


“아빠가 돌아가신 거야..?”


“아니. 나는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거든. 마을 아저씨들이 엄마를 성폭행해서 낳은 게 나니까.”


윤수는 이해를 하고도 말이 안 돼 다시 되물었다.


“마을 아저씨들이 너희 엄마를 성폭행해서 낳은 게 너라고..?”


“응. 그래서 엄마를 겁탈한 아저씨들은 내가 다 죽였어. 한 명만 빼고.”


폭탄 발언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에 윤수는 현기증을 느꼈다. 충격이 너무 커 도사견에게 물린 팔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린의 가정사는 이랬다. 린의 엄마 채 씨는 태어나면서부터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채 씨 아버지가 베트남 전쟁에서 전사를 하고, 어머니는 다른 남자와 바람이나 도망을 갔다. 이후 홀로 남겨진 채 씨를 마을 주민들이 키우다시피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성숙해지기 시작하면서 마을 남자들이 그녀를 탐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녀를 챙겨준다는 명목으로 하나 둘, 그녀와 잠자리를 가졌고 채 씨는 성인이 되지 않은 나이에 억지로 성관계를 맺었다.


남자들은 채 씨를 통해 욕구를 풀면서도 서로 모른 척했다. 그것은 일종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그룰 안에서 채 씨는 지옥과도 같은 삶을 살았다. 그러던 중, 결국 임신을 하고 애를 낳게 된 게 바로 린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채 씨가 폭행을 당해 임신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모두 쉬쉬했다. 그게 마을을 위한 길이었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 하지만, 린이 태어난 이후에도 남자들은 끊임없이 채 씨를 성적 도구로 이용했다.


린은 그런 남자들이 무서웠다. 엄마에게 억지로 잠자리를 강요하며 욕구를 풀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을 볼 때마다 두려워 집을 나갔다. 하지만 그 두려움과 공포가 이내 ‘미움’으로 싹트기 시작했을 때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린이 나가 죽으라고 생각할 때마다 남자들이 하나 둘 죽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구형석의 아버지였다. 그는 채 씨를 성폭행하던 중, 갑자기 돌아버린 것처럼 행동하더니 빨개 벗고 산에 올라가 굴러 떨어졌다. 그의 몸은 산산 조각나 파편들이 이리저리 흩어졌다. 그리고 그가 입었던 옷이 채 씨네 집에서 발견되었다.


그래서 마을 남자들은 한동안 발길을 끊은 적이 있었다. 채 씨네 집에만 가면 사고사로 다 죽어나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남자들은 욕정에 이끌려 채 씨네 집으로 향했고, 린에게 그때마다 도살당했다. 그렇게 해서 죽은 남자가 현재까지 총 3명이었다. 박중구도 한동안 발길을 끊었다가 몇 년 만에 채 씨네 집을 방문한 거였다. 어떻게 보면 목숨을 걸고 간 거였는데, 윤수로 인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으니 보복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구형석. 그는 아버지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고는 린에게 분풀이를 하는 것이었다.


윤수는 린의 이야기를 듣고는 식은땀을 흘렸다. 도사견의 사체에서부터 마을 사람들의 엽기적인 행각. 린이 태어나게 된 배경과 그녀가 살인자라는 것. 그리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동시에 사회적 약자가 되는 순간 강자들에게 어디까지 파괴될 수 있는지 그 참상을 들여다본 순간이기도 했다.


“일단 다시 걸을까?”


윤수는 등 뒤에 서 있는 린을 보고 말했다. 일단은 걸어야 할 거 같았고, 걸으면서 머리를 식혀야만 했다. 한 번에 다 담아낼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러던 중에도 윤수는 한 가지만은 확고히 했다.


이 더러운 세상 속에 똑같이 물들지 않기로. 그리고 상처받은 린을 구해내기로.


***


성문은 마트에서 장을 본 것들은 모두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하나같이 각을 잡은 뒤 냉장고 문을 닫았다. 그런 뒤 괜히 거실을 왔다 갔다 했다.


“하... 계속 올라오네.”


초조한 얼굴이었다. 냉수를 한 컵 마셔도 감정이 가라앉지 않았다. 성문은 집 전화기로 어디론가로 전화를 했다. 통화음이 몇 번 가지 않아 이장이 전화를 받았다.


-웬일이고.


“교장선생님. 그 머리숱 없고 이마에 점 있는 사람 아시죠? 이름이 뭡니까?”


-박중구? 가는 와?


“아니, 그 사람 개가 윤수 팔을 물어서요. 할 얘기가 있어서 집 좀 알려주세요.”


-너 근데 목소리가 와 그러노?


“목소리가 왜요?”


-떨려온다 아이가.


“아, 숨이 차서요.”


그 말을 하면서도 목울대를 떠는 성문이었다. 이장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박중구의 집 위치를 알려주었다. 성문은 감사하다고 말한 뒤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시발!!”


성문은 느닷없이 소리를 질렀다. 빠르게 안방으로 들어가 서랍에 있는 권총을 꺼내고는 안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대로 현관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


“어느 순간부터 분노조절이 되지 않습니다.”


성문이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도재학이 성문을 살펴보며 입을 뗐다.


“지금도 아내분을 죽인 그 범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까?”


“네, 그때 잡아 처넣는 게 아니라...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너무 후회됩니다.”


성문은 주먹을 떨며 말했다.


“분노조절이 되지 않는 이유는 뇌에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이 비정상적으로 과다 분비돼서 그런 겁니다. 아내분이 죽은 후로 외상 후 스트레스를 크게 받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 거죠. 지금으로서는 약을 먹는 수밖에 없으니 한동안은 계속 드셔야 합니다.”


“네...알겠습니다...”


성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발칵!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온 성문이었다. 그는 빠르게 주방 찬장을 열더니 약봉지를 꺼냈다. 입에 탈탈 털어 넣은 뒤 냉수와 함께 삼켰다. 다시 빠르게 집을 나갔다.


새끼손가락이 골절되지 않았으면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성문은 아내가 죽었다는 보고를 받고 경찰서에서 의자를 집어던지다 새끼손가락이 골절된 때를 떠올렸다. 손가락이 골절되면서 감춰져 있던 스위치가 당겨진 느낌을 받았다. 마치 꽉 조여져 있어야 할 볼트가 느슨해진 기분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성문은 스스로가 보기에도 정신이 나간 거 같았다. 조금이라도 가족이 피해를 보면 감정이 솟구쳐 올라와 참을 수 없었다.


성문은 흥분한 채로 박중구의 집으로 향했다. 아래로 200미터를 내려가고 우측으로 꺾은 뒤 다시 좌측으로 가면 보이는 파란색 지붕. 성문은 호흡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빠르게 걸었다.


이윽고 박중구의 집이 보이자, 대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박중구는 대청에 앉아 낮술을 하고 있었다.


“윤수 아버님 아입니까?”


성문은 대답도 없이 성큼성큼 그에게 걸어갔다.


빡!


박중구에게 주먹을 날렸다. 박중구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대청마루를 굴러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르릉! 왈! 왈!”


철장에 갇혀 있는 도사견 한 마리가 짖어 댔다.


“어어? 와그러 십니까!”


“똑바로 서.”


빠악-!


성문은 발로 박중구의 얼굴을 가격했다. 박중구는 뒤로 벌러덩 넘어지더니 재빠르게 성문의 다리를 잡았다.


“어어어.. 와 그러십니까! 말을 하이소!”


“몰라서 물어? 네가 내 아들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편히 술이나 처먹을 수 있을 줄 알았어?”


성문이 박중구의 머리를 채를 잡았다. 박중구의 코에서 피가 났다. 하지만 성문은 분이 덜 풀렸는지, 다시 주먹을 날렸다.


뻐억ㅡ


와당탕!


“아아아..! 오해, 오해 십니다!”


박중구는 얼굴에 피범벅이 된 채로 빠르게 입을 열었다.


“오해? 그럼 네가 채연수 집에 가서 성폭행 시도 것도 오해라고 할래?”


채연수. 채 씨를 말한 거였다. 6학년 때 성문은 채 씨와 같은 반이었다. 그녀는 지적장애로 지금의 린과 같이 학창 시절에 괴롭힘을 당했었다.


비굴한 박중구의 얼굴이 일순간 굳어졌다.


“표정 펴.”


성문의 말에 금세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넙죽 엎드려 사과를 하는 박중구였다.


“혀, 형사님,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용서해 주이소.”


“이것 봐라? 잡아뗄 줄 알았더니, 인정하네.”


“야, 잘못했십니더. 다시는 안 그럴 테니, 용서해 주이소.”


“너, 이번이 마지막 경고다? 다시는 내 아들 건들지 말고, 채연수 집에 얼씬도 하지 마. 알았어?”


“알겠습니다.”


“엿 같은 새끼.”


성문이 박중구를 일별하고 뒤돌아설 때였다. 박중구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철장에 갇혀 있던 도사견을 풀었다.


다다닥-


도사견이 순식간에 성문에게 달려들었다. 성문이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날카로운 이빨이 그의 목을 향했다.


“이 미친 새끼가!”


성문은 몸을 돌려 얼굴 앞까지 온 도사견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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