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미필적 고의

by 송아론

윤수는 도사견의 송곳니를 보고는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아악!”


가까스로 팔로 막았지만 날카로운 송곳니가 윤수의 살을 뚫었다.


“그르르릉!”


도사견이 윤수의 팔을 비틀려할 때였다.


“이노무 개새끼가 미칬나!”


뒤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리부리한 눈. 미간에 보이는 커다란 점. 린의 집에서 수상한 행동을 했던 남자, 박중구였다.


“마! 이거 놓으라!”


도사견이 윤수의 팔을 놓지 않자 박중구가 목줄로 도사견을 후려 팼다. 그제야 깨갱 거리며 턱을 벌리는 도사견이었다.


“아아...”


윤수가 고통에 침음을 흘렸다. 팔뚝은 피범벅이었다.


“아야, 괜찮나? 웬 노루 새끼가 보이길래 잡을라 캈는데 내 실수다. 미안하다.”



박중구는 쓰러진 윤수를 안고 개울가로 향했다. 피범벅이 된 윤수의 팔뚝을 흐르는 물로 씻겨낸 뒤 식염수를 꺼내 소독을 했다. 빨간약을 상처 주위에 발라 균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능숙하게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응급처치가 빠르고 수준급이었다.


“일어설 수 있겠나?”


“네...”


윤수가 일어서자 박중구가 다시 사과를 했다.


“진짜, 미안하데이. 네 아버지한테 가자. 가서 사과해야겠다.”


박중구가 윤수를 부축했다.


“괜찮은 거야?”


린이 묻자 윤수가 대답했다.


“어... 나 먼저 집에 갈게. 내일 보자.”


“응, 알겠어.”


린은 윤수가 절뚝이며 집으로 가는 걸 가만히 쳐다봤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혀를 날름거리는 도사견을 바라봤다. 도사견은 윤수의 피에서 감칠맛이라도 느꼈는지 혀를 계속 날름 거렸다.


린은 그런 도사견을 계속 주시했다. 그녀의 맑고 투명한 눈동자가 일순간 사라졌을 때였다. 흰자위만 덩그러니 남더니 다시 검은색 동공이 하나의 점으로 시작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눈 전체가 까맣게 변했다.


도사견은 혀를 날름 거리다 린과 눈을 마주치고는 움찔거렸다. 끄응- 신음소리를 내더니 급기야 오줌까지 지렸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온몸이 굳은 채로 옆으로 고꾸라지더니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거품 안에서 선홍빛 핏물이 함께 흘러나왔다. 마치 윤수의 피를 맛본 대가를 치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목구멍 안에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도사견은 달달 떨며 괴로워하다, 이내 뜬 눈으로 목숨을 잃었다.


***


그 시각, 윤수가 집에 도착하자 성문이 밭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분이고?”


“네.”


윤수가 대답을 하자 박중구가 외쳤다.


“저, 윤수 아버님!”


성문이 고개를 돌리자, 박중구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성문은 윤수의 팔에 감긴 붕대를 보고는 농기구를 팽개쳤다.


“무슨 일이에요? 애 팔이 왜 이래요?”


“저, 윤수 아버님. 죄송합니다. 제 개가 아를 물었다지 뭡니까.”


“개가요?”


“야. 멀리서 본 것이 꼭 노루 같아서 제가 개한테 잡으라고 했다가....”


“예? 노루요?”


성문은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을 했다.


“어디서 물린 겁니까?”


“저 앞개울가에서 물렸심니다.”


박중구가 개울가 쪽을 가리켰다. 성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긴, 노루가 나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만?”


“지도 알고 있는데, 멀리서 본 게 꼭 노루 같아서... 하야튼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한 게 아니라, 사람이 다니는 곳에서 그렇게 함부로 사냥을 하면 어떡합니까?”


“그게, 제 개가 원래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알아가꼬 사람은 물지 않는데, 아를 처음 봐서 그런 거 같습니다. 주의를 단단히 줄 테니까, 한 번만 봐주이소.”



비굴하다 싶을 정도로 고개를 조아리는 박중구였다. 성문은 주의는 당신이 받아야 한다고 말하려고 하다 꾹 삼켜버렸다. 그가 이렇게까지 사과하는 데 더 따져봤자 감정싸움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문이 윤수를 쳐다보고 말했다.


“괜찮은 거야? 내일 당장 병원 가서 주사라도 맞자.”


“야, 병원비 값은 제가 드리겠심니다.”


품에서 돈 봉투를 꺼내는 박중구였다.


“괜찮습니다. 뭐 일부로 그런 거 같진 않으니...”


그때였다.


“아빠 받으세요.”


윤수가 입을 열었다.


“받으라고?”


성문이 묻자.


“네, 받으세요.”


윤수가 대답했다.


“야, 받아야 제 마음도 편하지 않겠습니꺼.”


“뭐, 그러죠. 알겠습니다.”


성문이 돈 봉투를 받을 때였다. 박중구의 얼굴이 일순간 굳어졌다. 성문은 그런 그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캐치했다.


“그럼 이만 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박중구를 몇 번이나 더 고개를 숙인 뒤 등을 돌렸다. 연신 웃고 있는 그의 미소가 굳어졌다.


“싸가지없는 것들. 이렇게까지 했으면 거절할 줄을 알아야지.”


그리고 난 후 다시 고개를 돌려 두 부자에게 죄송하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그였다.


***


집으로 들어온 성문은 거실 의자에 앉아 윤수의 상처부터 확인했다. 돌돌 감았던 붕대를 풀자, 이빨자국이 훤히 드러났다.


“생각보다 심각한데?”


“그 개에 비하면 심각한 거 아니에요.”


윤수가 건조하게 말했다.


“무슨 개였는데?”


“도사견이었어요.”


“도사견?”


도사견이면 사람도 죽일 수 있는 투견이었다. 오로지 싸우기 위해 개량된 품종이라 한번 물면 죽을 때까지 절대 놓지 않는 습성도 있었다. 늑대보다도 괴력이 강한 도사견도 있을 정도니 조심해야 할 견종이었다. 그런 개에게 물렸는데 이 정도로 끝났다는 건 윤수 말대로 다행이었다.


“일단 식염수로 소독부터 해야겠다. 이장님한테 갔다 올 테니까. 있어봐.”


“소독했어요.”


성문이 의자에서 일어나자 윤수가 말했다.


“식염수로 했다고?”


“네, 그 아저씨 가요.”


“그래?”


성문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냥을 할 때 식염수를 지니고 다니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근데요 아빠,”


“응?”


“그 아저씨 일부로 저한테 이런 거 같아요.”


“왜?”


“린이라고 아세요?”


“그 언청이 있는 집?”


“언청이 아니에요!”


윤수는 목소리를 높였다가 아차 싶었다.


“왜 화를 내고 그래 인마. 아무튼 그 여자애가 왜?”


“저번 주 주말에 그 애 집에 갔었거든요.”


“그런데?”


“아까 그 아저씨가 린 엄마를 성추행 하려고 했었어요. 제가 집에 찾아가는 바람에 실패했고요.”


“뭐...?”


성문이 놀란 얼굴을 했다.


“그래서, 일부로 너한테 그런 짓을 했다는 거야?”


“네, 직감이지만요.”


“아냐. 일리가 있어.”


성문은 윤수의 말을 옹호했다. 이제야 모든 게 납득이 간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줬던 거였구나...”


성문이 작게 읊조렸다.


“뭐가요?”


윤수가 묻자 성문이 돈 봉투를 보여주며 말했다.


“봐라. 너 엄마 장례식장 갔을 때, 사람들이 봉투에 돈 넣어서 부조한 거 봤지?”


“네.”


“보통 봉투에 돈을 넣어서 준다는 건, 미리 누군가에게 주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뜻이야. 그런데 그 아저씨가 우리한테 준 돈 봐라. 봉투에다 줬잖냐. 그럼 이게 뭘 뜻하겠어?”


“계획적이었다는 뜻이네요.”


“그래, 네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뜻이야. 어쩐지 그 자식 갑자기 표정이 바뀌는 게 이상하다 생각했어. 응급처치를 한 것도 그렇고..”


그 말과 함께 갑자기 손을 떠는 성문이었다.


“아빠 손.”


“응? 어, 어.”


성문이 화들짝 놀라더니 양손을 식탁 아래로 내렸다.


사실 윤수는 조금 감탄했다. 아버지가 형사인 건 알았지만, 범죄 추리를 하는 건 이번에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이미 박중구가 계획적으로 자기를 위험에 빠트렸다는 걸 확신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아빠, 오늘 저녁은 뭐예요?”


진중한 표정에서, 어리숙한 표정으로 바뀌는 성문이었다.


“그게... 반찬이 말이야...”


“됐어요. 말하지 않아도 알 거 같아요. 직감으로요.”


“하하.. 내일부터는 반찬 바꾸마.”


성문은 윤수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다음 날 아침, 윤수는 일어나다 또다시 천장에 머리를 받았다. 하지만 고통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제 도사견에게 물렸던 오른팔이 퉁퉁 붓고 저녁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다락방 계단을 내려갈 때도 살이 미세하게 떨리자 통증이 몰려왔다.


“팔은 어때?”


성문이 요리를 하며 물었다.


“죽을 거 같아요.”


윤수는 오만가지 상을 쓰며 대답했다.


“아까 선생님한테 전화했어. 어제 개한테 물려서 병원 갔다 오겠다고. 씻고 준비해 바로 병원 가게.”


“네, 알겠어요...”


윤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모든 준비를 마치고 윤수는 성문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마다 마치 징이 울리든 고통이 팔에서 온몸으로 퍼졌다.


“아빠, 근데 어떻게 해요?"


“뭘?”


“그 아저씨 또 린의 집에 있으면 어떡하냐고요.”


“걱정 마 병원 갖다가, 아빠가 그 새끼 다시 보러 갈 거니까.”


욕을 내뱉는 성문의 말에 윤수는 찔끔 놀랐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동시에 운전을 하고 있는 성문의 손을 보았다. 어제보다는 들 했지만, 성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


윤수는 읍내 병원에서 예방 주사를 맞고 항생제를 복용했다. 병원에서 받는 치료 시간보다 이동시간이 더 길었다.


성문은 읍내로 나온 김에 마트에 들렀다. 마트에 들렀지만 사실 살 수 있는 건 제한적이었다. 기름으로 튀기거나 구우면 되는 것들, 통조림이나 이미 만들어진 반찬을 사는 게 전부였다.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요리 재료는 일절 손에 대지 않았다. 그래도 윤수는 마음에 들었다. 잠시라도 지긋지긋한 소시지에서 탈피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를 기쁘게 했다.


그렇게 읍내에서 집으로 돌아온 뒤, 윤수는 차에서 내려 성문에게 인사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


어느덧 12시 점심시간이었다. 윤수는 오늘까지만 먹으면 되는 소시지 도시락을 들고 학교로 향했다.


곧 도사견에게 물렸던 곳, 개울가가 나왔다. 그런데 어디선가 윙윙- 거리는 벌떼 소리가 났다. 설마 이번에는 말벌이냐며 윤수는 긴장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윽....!”


윤수는 악취에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입과 코를 가렸다. 악취의 정체는 다름 아닌 도사견이었다. 도사견은 햇빛에 타들어간 채로 어마어마한 양의 파리 떼가 달라붙어 있었다. 후- 하고 불면 파리 떼가 새카맣게 비상할 거 같은 모습에 윤수는 헛구역질을 했다.


“왜 여기에 개가...”


윤수가 멀찌감치 떨어져 도사견을 바라볼 때였다.


“내가, 죽였어.”


깜짝 놀라 고개를 홱 돌리자 린이 징검다리에 서 있었다.


“어? 너 학교 안 간 거야?”


“점심시간이라 기다리고 있었어. 지금쯤이면 네가 올 거 같아서.”


윤수는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꼈다. 평소의 린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린, 이거 봤어? 도사견 죽은 거?”


윤수는 여전히 파리 떼로 뭉쳐져 있는 도사견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알아. 내가 죽였어.”


“이 개를 네가 죽였다고?”


“응. 널 물었으니까.”


거짓말을 하는 걸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슨 수로 이 큰 개를 죽인다 말인가. 윤수는 알 수 없다며 초연하게 서 있는 린을 쳐다봤다.




매일 오전 8시에 연재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4화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