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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Jun 30. 2024

나는 흐린 하늘을 좋아했었어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게 꼭 나 같아서

사진: Unsplash의Ángel Navarro



#1

 일요일 아침하면 마음이 늘 무겁던 것이 생각나. 그냥 다녀오는 학교인데 나에겐 '그냥'이 아니라,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그런 시간이었어. 오늘은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며 버틸 있을까. 지긋지긋한 외로움.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할 어색한 느낌. 그것을 평일동안 버텨야 한다는 압박감이 무거웠어. 빠르면 토요일 저녁부터 말야.


 하지만,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지. 나는 그냥 초등학생이거나 중학생이거나 고등학생이었을 뿐이니까. 학교를 다니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도 갈 수 있는 곳도 없었어. 




#2

 너에게도 그런 날들이 있었겠지. 아니면 지금도 역시 그런 날들 속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겠지. 모든 사람이 화창한 날들을 좋아하는 것만이 아니야. 너무 날씨가 좋고 밝고 그러면 내 모습이 더 쓸쓸하게 느껴지거나 더 슬퍼지기도 하잖아?


 차라리 비가 오는 것이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했어. 눈물을 시원하게 쏟아내는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 그런데 나는 딱히 슬플 때 잘 울지도 못하고, 잔뜩 흐린 날이 꼭 내 모습같다고 생각했어. 비는 내리지 않고, 가득 머금고 있고 어둡게 답답하게 구름이 끼어있는 그런 날씨같은 게.


 어떤 날은 긍정적으로 생각해본 적도 있어. 낮에는 흐린 날에도 눈이 부실 때가 있잖아? 그럴 떄에는 '쟃빛'이 아니라 사실은 '은빛' 하늘 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해보기도 했어. 




#3

 사실은 말로 시끄럽게 꺼내어놓지 않았을 뿐이야. 아프다고 슬프다고, 싫다고 힘들다고 말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말하지 못한 건데, 그것을 사람들은 느끼지 못해서 말하지 않는 것이라 착각하곤 하지. 아이라고 해서 학생이라고, 어리다고 해서 깊은 슬픔과 죽음 같은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게 아니야. 그냥 상황과 환경에 따라 사람은 좀더 빨리 슬픈 것을 배우기도 하고 기쁜 것을 배우기도 하고 그러는거야.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냥 다 다를 뿐이지.


 나는 그래서 이 말이 가장 좋더라. "인생의 사계절에 너는 겨울부터 시작되었나 보다". 그래 나는 그냥 겨울부터 시작했을 뿐이야. 사람마다 꽃피우는 계절이 다르고, 시작하게 되는 계절이 다른데 내 인생은 겨울부터 시작이 되어서 나는 흐린 날을 좋아하는 아이에서 성장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던 거야.


 


#4

 제대로 태어남을 축복받지 못하거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크게 되면 나의 태어난 존재 자체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들지. 무슨 일이 잘못 되어도 다 내가 부족하고 잘못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이 드는거 같아. 


 그것은 사실이 아니야. 누가 그렇게 말하더라도. 나만큼은 너에게 네가 태어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그리고 언젠가 네가 있어서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꼭 만나게 될거야. 그것이 꼭 내가 태어난 가족일 필요는 없어.


구름이 끼어있다 하더라도, 그 너머에는 해가 늘 떠있지. 구름이 잠시 머물렀을 뿐 해가 뜨지 않은 것은 아니야.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면 구름은 지나가게 되어있어. 

 

나는 그래서 네가 한 번은, 구름이 지나간 화창한 날을 온몸으로 느껴보았으면 좋겠어. 특히 비바람이 지나간 뒤의 공기는 정말 깨끗하고 선명하거든.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늘 화창한 날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 늘 구름과 비만 오는 날만 있는 것이 아니야, 결국에는 다 지나가. 


날씨가 좋은 날, 하늘이 예쁘다고 생각하며 위를 올려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바람소리 빗소리, 풀벌레 소리, 푸른 잎사귀를 볼 때마다 행운의 표시를 봤다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다시 장마가 오고, 흐린 날이 오더라도 다시 좋은 날씨가 온다는 것을 꼭 느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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