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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Sep 28. 2023

우리는 모두 연결 되어있다

국군의 날 행사를 지나며



#1

우리 나라에 산다고 해서, 수도권에, 서울에 산다고 해서 그곳을 대표하는 모든 곳을 다 봤거나 경험한 것은 아니야. 오히려 도처에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더욱더 하찮게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내 친구 중에도 말이야. 제주도에 태어난 토박이인데, 한번도 한라산을 끝까지 오른적이 없대. 심지어 지금도 끝까지 오를 생각을 해본 적이 없대.


일상의 모든 것은 사실 위와 같단 말이야. 한국사람에겐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겐 여행이기 떄문에 꼭 가야 하는 장소로 생각이 되는데,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일상이기에 언제나 손 닿으면 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멀게 있다는 말이야.




#2

나에겐 국군의 날이 그런 것 중의 하나가 아니었나 싶어. 국군의 날은 그저 달력에 하나 표시되어 있는 공휴일도 아닌 그런 날이었지. 그러다가 언젠가 나에게 중요한 날이 된 적이 있어. 그때는 내가 직업 군인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를 했을 때야. 내가 가고 싶은 곳의 선배들이 국군의 날 행사를 위해 열심히 연습을 하고 준비를 한다는거야. 그래서 그때 나는 처음으로 알았지. 그냥 달력위에 표시된 날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난 결국 그 길에 가지 못했어. 그것이 어떤 우연이든 운명이든 간에 말야. 나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 꿈에서도 계속 나올만큼 나에겐 간절했는데 운명이 아니었나봐.


어쩄든 나는 나에게 주어진 다른 삶을 받아들여야 했고, 가족들을 책임져야 했고. 그렇게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길에서 멀어졌다는 것 조차 인식하지 못한채 시간이 많이 흘러있었어.




#3

국군의 날이 뭐야. 공휴일도 아니잖아. 직장인이 그 행사를 보러 서울 도심의 한가운데에 평일 대낮에 간다는게 말이 돼? 그걸 보기 위해서 휴가를 내는 사람 봤어? 가끔 엄마들이 얘기하긴 하더라, 아이들 보여주고 싶은데, 보러가도 괜찮은지 말이야. 그런데 나는 그런 생각조차 못했어. 평일에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그런 정신없는 직장인이었으니까 말이야. 서울 도심에서 평일 대낮에 매년 하는 행사를 굳이 보러 가야 할 생각을 할 여유가 있었겠냐고.


그런데 갑자기 그런 순간이 다가온거야. 모든 일정이 갑자기 미뤄지고 늦춰졌어. 그리고 그쪽에 가게 되는 일이 생겼지. 내가 의도한게 아니었어. 그냥 그날 그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국군의 날이라고 차가 많이 막힐 수 있으니 주의하래. 그래서 그렇구나 했지.


그리고서 거기를 지나가는데, 비가 쏟아지는거야. 그리고 군인 분들이 대기하고 있었지. 그 행사를 위해서. 탱크 위에서, 걸으면서, 군악대에서 악기를 메고, 총을 메고서 말이야. 그때 갑자기 떠올랐지. '아 나도, 국군의 날에 행사하는 것을 기대했던, 꿈꿨을 떄가 있었는데;


비가 와서 사람이 많지는 않았어, 그래서 어렵지 않게 대열에 끼어들 수 있었지. 그리고 유심히 바라봤어, 참 멋지더라고. 나는 뭐 행사의 어떤 관계자도 아니었어. 하지만 손을 흔들었지. 안녕 하면서 손을 크게 흔들었어. 탱크에 탄 어느 군인 아저씨, 아니 동생이 멋지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어.


나는 그 사람과 아는 사람이 아니지, 평생을 모를 사람이야. 하지만 나는 그에게 우리 나라의 국군으로서, 내가 우리 나라의 국민으로서 경의와 환영을 표했고, 그도 그에 대해 응답을 한거야. 그게 참 미묘하지만 말이지, 그게 나는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4

나에겐 십여년 전에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에서 처음 듣는 말이었지. 그게 무슨 개소리인가 생각했어. 난 이토록 고독한데, 우리 가족이 아니 내가 이토록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도 누구하나 관심가져주지 않는데, 우리가 다 연결되어있다는 것이 무슨 개소리 같은 거야.


근데 말야. 다 연결 되어 있더라고. 그게 지금 당장 내 앞만을 보면 단절되어있지만 십년이 지나고 이십년이 지나고, 내가 지나고 내 친구가, 내 가족이 지나고 보면 다 연결되어있다는 말이야.


내가 군인이 되어서 국군의 날 행사를 임할 수 있다고 생각한 날, 진지하게 생각했어. 그래서 비가 쏟아지는데도 그렇게 열심히 행사에 임하는 국군들을 보며 생각했지. 힘들겠지만 자부심이 있을 거라고. 왜냐하면 내가 좋아했던 선배들이 그랬으니까. 그게 내 모습이 되지 않았더라도, 잠시 상상만 했더라도, 내가 그들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했더라도, 내가 함께 하는 우리 나라 사람이고 우리나라를 지키는 사람이기에 나는 그들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거고, 그래서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비가 오는 와중에도 멋지게 웃으며 인사에 응해줄 수 있었던거야.





#5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있어. 내가 세상에 혼자인 것 같고, 아무도 날 신경쓰지 않을거라 절망하는 날들이 있겠지만, 모든 시간과 공간속에서 우리는 연결되어있어.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이 공간은 입체적으로 모두 연결되어있어. 


그러니까, 혼자라고 너무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누군가 연결되어있는 누군가 함께 기쁨과 슬픔과 고통과 행복을 느낄거야. 그게 지금 여기에서가 아니라도 말이지.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아닐 뿐이야. 단순히 단절되어있다는 착각일 뿐이야.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내가 좋은 영향을 조금이라도 미칠 수 있다면 그것은 언제고 나와 관련된 그 무엇에든지 되돌아올거야. 


그러니까 혼자라고 무섭다고 그렇게 울지만은 않았으면 해. 누군가 너의 슬픔에 같이 슬퍼할거야. 그 슬픔을 함께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을거야. 너에게 도움을 주려 내미는 손길이 있을거야. 그리고 이윽고 네가 힘을 갖게 되었을 때, 너 또한 그런 연결선상에서 누군가를 돕고 연민의 마음으로 사랑을 베풀면서 살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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