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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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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Jan 05. 2022

열심히 산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었음을

당연한 말, 이었을까요



#1

권선징악처럼

등가교환의 법칙처럼

열심히 착하게 살면 

행복하게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노력했다.

어릴 때는 엄마를 구하기 위해,

20대에는 엄마와 동생과 함께

어렵지 않게 생존하기 위해


30대에는 직장에서 또 생존하기 위해

아이들을 키우며

나처럼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그 삼십여년의결과는

동생의 자살이었다.





#2

열심히 매일 같이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하루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많다.


그 이면에는

너무나도 쉽게

태어나자마자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풍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것은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다.


나는 그 불공평에 대해 일찍이 받아들였다.

내가 처한 입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렇다면 이 괴로운 삶에서

반드시 행복이라는(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것에

도달할 것만 같았기 때문에


행복이라는 것은 별 것 없었다.

그냥 내일 먹고 살 것,

다음 달 먹고 살 것 걱정하지 않는 것


그리고 한 때는 그렇게 된 줄 알았다.

나도 그렇게 되었다 생각했다.





#3

나는 엄청나게 성공한 사람은 아니지만서도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행복한 순간도 있었고,

불행한 순간도 있었지만,

내가 이뤄온 것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

앞으로 더욱 잘 될 거라는 희망감


그것을 동생에게 보여주고 함께 성장하고자 했다.

그리고 동생도 함께 어느 정도의 목적을 함께 달성했다.





#4

좋은 학교에 어렵게 들어가서 다니고

좋은 회사에 어렵게 들어가서 다니면서 안 사실은,

그렇게 좋은 곳으로 가면 갈 수록

나와 같은 사람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기뻤던 것 같다.

열심히 살아온 삶의 결과로

자신이 원하는 것 들을 하나씩 이뤄가며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그곳에 속한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평범'을

우리는 가지지 못했다.

같은 월급을 받아도

같은 가치로 누릴 수 없었다.



동생은 그런 사실에 대해 꽤나 절망한 것 같았다.


동생의

일기 중에 그런 것이 있더라


"다음 생에는 부잣집에서 잘생기고 예쁜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돌멩이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날아가는 새를 보며 생각했다. 넌 좋겠다.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어서."


회사에 취직해 돈을 버는 것이 끝이 아닌

끊임없이 어머니를 모셔야 하고

본인의 몫을 감당해야 하는 삶이 힘겨웠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에

마음이 너무 여리고 착하고,

모질지 못했다.




#5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던 그 해

슬퍼하지도 못했다.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당장 먹고 살 것이 없었기에


그 기간을 견딘 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때를 생각하며

"그래 그때보다 힘든 일은 세상에 없었지"

라며 위안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결과가 동생의 죽음이라니

이것은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아직까지도




#6

습관처럼 열심히 살아간다.

무언가를 해야할 것 같고

내 자신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해야할 것 같고

실제로 그렇게 할 때도 많이 있다.


그러다가 한번씩

허망함이 찾아온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지?


열심히 산다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산다고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닌데


무력함에 울고 나쁜 생각을 하기도 하고

삶의 허망함이 가슴 깊은 곳까지 사무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았을까?

왜 나는 나를 위해 살아보지도 못했을까

그리고 앞으로도 왜 나를 위해 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까

그런 희생의 생각에서 나는 왜 벗어나지 못할까




#7

아침이 되면 눈을 뜨기가 버겁다

잠을 거의 매일 설치기 때문이다.

약을 먹는데도 그런다.


아이들을 어린이집과 학교에 보내고

빨래를 갠다.

점심을 지어 먹는다.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그리고 하나하나 기록을 하고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한다.


때로는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 만 같고,


때로는 이렇게 노력해도 행복과는 상관없음을 알기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진다.


더 이상 해야할 일을 적지는 못한다.

하지만 해 온 일을 적어간다.


오늘은 빨래를 갰고,

점심을 지어 먹었고,

아이들을 돌봤고

사소한 하나까지 다 적어나간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며 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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