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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Jan 23. 2022

일상으로의 복귀

2주기가 다가옵니다.





안녕하세요, 온다입니다.

우선 두서 없고, 굉장히 우울한 저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번 글을 쓰고 나서, 저는 또 한번 바닥을 찍었습니다. 인생의 결말을 본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해본다거나 잘되는 것이라는 것은 허상이다. 이렇게 살다가 그냥 끝나는 것이 인생이겠지. 이런 생각들을 하며 참 많이 절망하고 절규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서 가장 큰 충격은 '내일 이라는 것은 없을 수도 있다'였습니다. 그래서 내일이 없는 것 처럼 무리하게 열심히 살았고, 그렇게 해서 엄마와 동생을 잠시 동안이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참고 열심히 했기 때문에, 출발선은 다소 불공평하더라도 내가 노력한 만큼 어느 정도 이룩한 삶에 대해 자부심을 갖기도 하고, 계속 그렇게 살면서 점점 더 천천히라도 제 삶의 궤적을 올려보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 동생의 죽음은 너무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노력하면 중간은 가는 줄 알았는데,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보상이 삶에서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뼈아픈 가르침에 '내가 왜 앞으로 노력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 이렇게 살다가 끝이 날 것을 아는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이런 허망함이 가득하고, 절망감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었습니다.








 

 일단 받아들여보기로 했습니다. 전생과 환생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번 생에서는 내가 어릴 때 부터 꿈꿔왔던 삶을 이룩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였습니다.


 오랜만에 가슴뛰는 열망을 갖게 된 그 꿈을 포기했습니다. 다시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꿈을 반드시 이루고 싶다에서, 이뤘으면 좋겠지만 못 이룰 수도 있다고 받아들였습니다. 지금은 일단 내 하루에 집중하자고 다짐했습니다.


 모든 것은 양면의 날입니다. 어릴 적, 젊은 날의 저는 저의 환경과 관계없이 '열망'이라는 것을 품고 살았고, 무리하게 그렇게 노력을 했고, 어느 정도의 그 삶을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열망'이 독이 됩니다. 할 수 없는 정신상태와 상황에서 열망만을 갖게 되면, 주변에 피해가 가고 내 마음도 피폐해집니다. 세상과 자신에 대한 원망이 솟구칩니다.



 


 


  20대에는 출발선의 불공평에 대해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 불공평에 대해 불평하는 대신 제 노력으로 메꿔왔습니다. 돈으로 비교하지 않고, 경험으로 내 삶을 채우고 싶었습니다. 노력하면 내가 원하는 경험으로 내 삶을 채울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노력한다고해서 능사가 아님을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그렇다면 왜 살아야 하는가? 왜 노력해야 하는가?


 우선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냥 일상을 음미해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해봅니다. 내 꿈과 목표도 음미해봅니다. 이루면 좋겠지만, 안된다고 해서 슬퍼할 것도 없습니다. 다시 한번 인생의 출발선이 다름을 받아들여봅니다.


 며칠 전, 상담에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경제적인 상황은 불공평하게 태어나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삶면서 누구나 겪어야 하는 감정에 대한 무게는 공평한 것 같아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은 자신이 좋은 환경이고, 좋은 운을 타고 났다는 것을 모릅니다. 그런 사람들도 다 본인이 가장 괴롭고 힘든 삶입니다.  너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좋은 것인지를 절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의 감정이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당연한 것들을 잃는 것, 똑같이 생사를 맞이하는 것, 여러 아픔들에 있어 느끼는 감정의 고통의 총량 정도는 비슷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너무 부러워할 것도 절망할 것도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보았습니다. 사람의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하곤 하는데, 초년에 힘들게 살았던 자신에게 "너의 인생은 겨울부터 시작되었나 보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저의 인생도 겨울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지금 막, 꽃샘추위가 지나가고 봄이 오기를 기다려봅니다.

 

 이제는 저에게 있는 복을 들여다봅니다. 열심히 살아서 제 힘으로 대학도 입학해서 졸업했고, 좋은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동생의 학업을 뒷바라지 했고, 동생도 좋은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동생이 살뜰하게 엄마를 보살폈고 엄마는 잠시나마 행복하셨습니다.


 자가는 없고, 모은 자산도 없지만 회사에 다니며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내일 차비와 당장 먹을 것을 걱정하던 삶에서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에 감사하고 자부심을 느낍니다. 존경할 수 있는 남편을 만나고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이 정도면 꽤 좋은 삶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예전처럼 두려운 미래를 보며 무리하게 열망하지 않고, 오늘 하루만 바라보며 살아가려 합니다.


   







 처음 이 글은 <죽음, 그 달콤한 유혹과의 결별>이라는 책을 읽고 쓰게 되었습니다. 자살이란 무엇인가, 사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가,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자살 유가족이 되었을 때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제가 궁금했던 점들과 치유를 받고, 다시 절망하는 반복과정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저의 일상으로 복귀하고자 합니다. 저를 좀더 건강하게 만들고, 자살과 죽음, 우울증에 대해 좀더 공부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감정을 마구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일단 살아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삶을 또다시 채워나가는 의미에 대해 깊이 탐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삶을 음미하세요. 내가 가진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나에겐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겐 그토록 원하던 것입니다. 그것에 감사하세요. 그리고 삶을 본인의 색으로 채워 가십시오. 누구와도 비교하지 말고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해주세요. 


 저도 이제 희생의 굴레에서 벗어나 저의 행복을 음미하면서 살아가고자 합니다.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요. 그렇게 살다가 꼭 만나고 싶습니다. 아빠와 동생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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