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구조를 인식한 채로
13편까지 글을 쓰고 나서도
내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가게에 있고,
여전히 같은 시간에 출근한다.
이건 결정을 미루고 있어서라기보다는,
누구 하나 빠져도 바로 구멍이 나는 구조에 더 가깝다.
그전에는
이 자리에 있는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가족이니까,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까.
그 말들이 상황을 대신 설명해 주는 문장처럼
자연스럽게 굳어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가게는 누가 빠져도 곧바로 흔들린다.
내가 빠져도 구멍이고,
부모님 중 누가 빠져도 구멍이다.
특정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역할과 동선, 책임이 분리되지 않은 구조 자체의 문제였다.
지금은 그걸 조금 다르게 본다.
떠나지 않는 것과
떠날 수 없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가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을 자동으로 떠안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처음으로 하게 됐다.
물론 여전히 흔들린다.
어떤 날은
“그래도 내가 하면 제일 빠르지”라는 마음이 앞서고,
어떤 날은
“왜 이 구조는 계속 그대로일까”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두 감정이 번갈아 가며 나타난다.
그래도 분명한 변화가 있다면,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는 않게 됐다는 점이다.
구조를 인식하고 나니
다시 모른 척하는 게 어려워졌다.
지금의 나는
아직 결론을 내린 사람도 아니고,
당장 벗어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이 삶을
개인의 인내나 책임감 문제로만
치환하지는 않게 됐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가게에 있다.
결심을 미룬 것도,
도망치지 못한 것도 아니다.
누구 하나 빠지면 무너지는 구조 안에서,
적어도 그 사실을 정확히 알고
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이 구조를 모른 채로 살고 있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