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들어갔지만, 나는 이미 다른 시간에 있었다

스무 살의 나는 학교보다 먼저 일을 배웠다

by 올해의 계란

스무 살이 되던 해, 대학교에 들어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가 컸다기보다는

그냥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간 느낌에 가까웠다.


OT 날, 머리가 탈색 상태였다.

강의실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노란 머리가 몇 없어서인지

괜히 눈에 띄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더 조용히,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그날 어떤 친구가 나를 보고

‘예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 친구와 같은 학과, 같은 반이 됐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는

조용히 있었던 만큼,

또 다른 방식으로 기억되고 있었던 것 같다.


아직 식당을 시작하기 전이었지만

이미 밤낮이 많이 바뀐 상태였다.

학교 생활의 리듬과

내 생활 리듬은 맞지 않았다.

수업에 제대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고,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도 어려웠다.


출석만큼은 최대한 챙기려고 했다.

실습수업도 빠지지 않으려고 했지만

막상 들어가면 많이 서툴렀다.

다른 친구들은 곧잘 해내는데

나는 왜 이렇게 손에 안 익을까 싶었다.

진도를 따라가는 게 버거웠다.


그래도 짧은 한 학기 동안

나를 좋아해 주는 친구들이 몇 있었다.

그게 참 고마웠다.

그 인연들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대학교에 오래 다니지는 못했지만,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 나이에 한 번쯤은 해볼 법한 일들도 했다.

사람들이 말리는 CC도 해보고,

수업보다 밖에 더 많이 나가던 날도 있었다.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 돌아간다면

그때의 나를 붙잡고

진짜 뜯어말리고 싶을 정도다.


교수님들은 종종 말했다.

“학생이면 학교가 먼저지,

일을 하면 어떡하냐”라고.

교육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내 현실은

그 말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결국 휴학을 선택했다.

짧게 생각했던 휴학은

거의 2년으로 이어졌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에 대한 답은

아직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그때의 나는

학교라는 공간에 온전히 머무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의 스무 살은, 대학생이었지만 대학생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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