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멈춘 자리에 가게가 들어왔다
휴학을 결정하고 나서의 기억은
솔직히 또렷하지 않다.
계획을 세웠다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흘러가 버린 시간에 가깝다.
휴학을 내고
식당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앞에서 썼듯,
배운 것과 현실은 전혀 달랐다.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이
그때만큼 정확했던 적도 없었다.
메뉴는 많았고,
체계는 잡혀 있지 않았다.
정식 근무시간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주인 입장이라는 이유로,
체계가 잡히기 전까지는
하루에 15시간 넘게 일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래도 몇 달이 지나면서
조금씩 줄어들었다.
부모님이 원래 장사꾼 집안이기도 했고,
경험에서 나오는 감각이 있었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는
하루 12시간 정도로 정리됐다.
그제야 ‘적응’이라는 말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레시피는 배운 대로 했지만
시행착오는 계속됐다.
동선도 엉켰고,
놓치는 부분도 많았다.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일들이 반복됐다.
입지도 불안했다.
가게 위치는 인도가 없었고,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올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한 가지 메뉴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메뉴를 늘렸고,
그만큼 일은 더 복잡해졌다.
지금 생각하면
불안이 메뉴판을 키웠던 시기였다.
그때 가게와 본집도 멀었다.
유튜브에서
사장님들이 가게에서 먹고 자는 영상을 보며
“저건 정말 힘들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우리가 그렇게 지낼 줄은 몰랐다.
잠은 가게에서 자고,
밥도 가게에서 해결했다.
당연히 휴식은 집에서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시기에는
세상에 당연한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돌이켜보면
휴학은 공부를 쉬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학교를 멈춘 자리에
가게가 그대로 들어온 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스무 살의 대부분을
학생이 아닌 사람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내 생활의 중심은, 학교가 아니라 가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