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서 살았던 시기

퇴근이 사라지면, 사람도 조금씩 무너진다

by 올해의 계란

휴학을 하고

가게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우리는 한동안 가게에서 먹고, 자고, 지냈다.

그 선택이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지는

그때는 잘 몰랐다.


가게 한쪽에

쪽방처럼 작은 공간이 있었다.

거기서 샤워를 하고,

나는 혼자 그 방에서 잤다.

부모님은 가게 안에 놓인 좌탁에

몸을 누이고 잠을 청했다.


부모님은 생각보다 괜찮다고 했다.

보일러도 잘 나오고,

이 정도면 편한 거라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편할 리가 없는데.


내가 쓰던 방은

원룸보다도 작은 공간이었다.

습기가 심했고,

조금만 방심하면 곰팡이가 피었다.

공기가 눅눅해서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이렇게 작은 공간에 오래 있으면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환경이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상한 건,

그런 환경에 있으면서도

제습기 하나 사자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만큼 모두가 일에 파묻혀 있었던 것 같다.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쾌적함이나 휴식은

자꾸 뒤로 밀려났다.


가게에서 지내는 동안

퇴근이라는 개념은 사라졌다.

영업이 끝나도

집에 가는 게 아니니

몸은 쉬어도

머리는 계속 가게 안에 있었다.


간판을 내려도

우리끼리는 계속 업무 얘기를 했다.

오늘은 뭐가 문제였는지,

내일은 뭘 바꿔야 하는지.

하루가 끝났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모든 시간이

업무의 연장선처럼 이어졌다.


그 시기에는

다 같이 힘들었다.

우울해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당연한 게 하나도 없으니

사람은 쉽게 예민해졌고,

괜히 신경질이 났다.

부정적인 감정이란 감정은

그때 한 번씩 다 겪어본 것 같다.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일을 버티고 있었다기보다는

환경을 견디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환경은

사람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그때 나는, 사람이 무너지는 데 꼭 큰 사건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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