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방식의 충돌
그 말을 들은 순간
주방 소리가 사라진 것 같았다.
방금 전까지 들리던
칼 부딪히는 소리도,
냄비 끓는 소리도,
접시 부딪히는 소리도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홀에서 들리는 소음만
멀리서 들렸다.
손님들 말소리,
그릇 부딪히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그 순간만큼은
주방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 일 확 그만두는 수가 있어요.”
그 말은
엄마를 향해 나온 말이었다.
순간
주방 공기가 멈춘 것 같았다.
마치 합이라도 맞춘 것처럼
다 같이 조용해졌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고
그냥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엄마도 잠깐
굳은 얼굴이었다.
나는
그냥 한숨만 나왔다.
지금 돌아보면
그 상황에는 이유가 있었다.
엄마는
가게 일을 대부분 직접 챙기는 스타일이었다.
본인이 다 하면서도
일한 지 좀 된 사람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길 바랐다.
사실
일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눈치껏 움직이는 게 맞다.
하지만 문제는
그 기준이 항상 같지 않다는 거였다.
엄마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하나하나 짚어 말하는 편이었다.
“그거 거기다 두면 안 돼.”
“그건 먼저 해야지.”
“그거 말 안 해도 알잖아.”
그 말들은
큰 지적은 아니었다.
그냥
지나가도 되는 정도의 일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이
하루에 몇 번씩 쌓이면
사람은 피곤해진다.
가게에는
명확한 역할 분담이 없었다.
누가 어디까지 하는지
선이 뚜렷하지 않았다.
그래서 작은 일 하나에도
서로 기준이 달랐다.
누군가는
“그 정도는 넘어가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누군가는
“왜 그걸 말해줘야 하지?”라고 생각했다.
그 사이에서
감정이 쌓였다.
그리고 어느 날
그 말이 나온 것이다.
“나 일 확 그만두는 수가 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이모가 특별히 나쁜 사람이라기보다
그 환경이 그 말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체계가 없는 가게,
명확하지 않은 역할,
쌓여가는 피로.
그 안에서
사람은 쉽게 예민해진다.
그날 이후로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가게에서 가장 어려운 건
맛도 아니고
매출도 아니고
일도 아닐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사람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