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당장 그만두지 못하는가

책임과 익숙함이 선택을 늦추는 이유

by 올해의 계란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그럼 왜 그만두지 않아?”
그 질문은 간단해 보이지만, 대답은 늘 복잡해진다. 나는 그만두지 않는 게 아니라, 그만두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 가깝기 때문이다.


부모의 가게를 그만둔다는 선택에는 항상 단서가 붙는다.
가게는 아직 굴러가고 있고, 누군가는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내가 빠지면 부모의 노동은 더 늘어난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등을 돌리는 건 생각보다 큰 결심이 필요하다. 선택 하나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균형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책임이다.

가게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 나를 계속 붙잡는다. 재료가 어떻게 들어오고, 비용이 어디서 새고, 어느 지점이 가장 불안한지 알고 있다는 건 때로는 족쇄가 된다. 모른다면 떠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는 사람은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지금 이 가게를 나가면 나는 무엇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경력은 애매하고, 당장 나를 받아줄 곳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여기서 나가면 더 나아질까’라는 질문에 확신 있게 대답하지 못할 때, 사람은 현재를 선택한다. 불안한 미래보다 익숙한 현재가 덜 무섭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가게에 남아 있다.


이 선택이 옳아서라기보다는, 다른 선택을 감당할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두지 못하는 건 나약함이 아니라, 여러 조건이 겹친 결과다. 이 상태를 설명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나는 조금은 덜 스스로를 탓하게 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가게를 떠난다는 선택을 실제로 상상해본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부모의 가게에서 일하며 서른이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