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삶을 조심스럽게 그려보다
가게를 떠난다는 생각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아주 피곤한 날이거나, 통장을 들여다본 밤이거나, 문득 내 나이를 실감했을 때다. 그럴 때면 나는 잠깐 상상해본다. 이 가게가 없는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 속에서 나는 조금 늦게 일어난다.
출근 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하루를 시작한다. 장사의 흐름이 아니라 내 일정에 맞춰 하루를 보낸다. 아주 사소한 장면들인데도, 그 상상은 이상하게 구체하다. 아마도 그만큼 오래 품어온 생각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상상은 늘 현실 앞에서 멈춘다.
가게를 떠난 뒤의 장면은 흐릿해진다. 무엇을 하며 살지, 얼마를 벌지, 그 선택이 정말 옳은지 알 수 없다. 대신 부모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내가 빠진 자리를 메우기 위해 더 오래 일하게 될 모습, 말없이 감당할 시간들.
그래서 나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떠나는 선택이 두려워서이기도 하고, 남는 선택이 익숙해서이기도 하다. 이 가게는 나를 지치게 하지만, 동시에 나를 보호해온 공간이기도 했다.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이 이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든다.
요즘 나는 생각한다.
떠난다는 건 반드시 물리적인 이별만을 의미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고. 언젠가는 다른 가능성을 준비하고, 가게 밖의 나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 지금 당장 문을 닫고 나가는 게 아니라, 서서히 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고.
이 상상은 아직 결론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막연하지는 않다. 떠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떠나는 선택을 상상해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조금 달라졌다고 느낀다.
다음 글에서는, 떠나지 않으면서도 다른 가능성을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