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유학을 준비한다면, 그래도 런던!

D+3개월, 영국유학 준비기 되돌아보기

by 여울맘

0. 다시 돌아와도, 런던


어느덧 런던에 들어와 정착한 지도 세 달이 넘었다. 요새 영국은 오후 4시부터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한다. 막상 긴 겨울밤을 경험해보니 왜 이렇게 유럽이 크리스마스에 진심인지 알 것 같다. 11월부터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마켓이 생기고 조명과 트리가 보이기 시작한 덕에 긴 겨울밤이 적적하지만은 않다. 하루 걸러 하루 꼴로 비가 내린다고는 하지만, 추적추적 오는 비가 아니고 보슬보슬 오는 비라서 귀엽기만 하다. 한겨울 우리나라의 비바람과 추위를 생각하면 마냥 온화하고 우습도록 자그마한 겨울이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런던으로 유학을 오고 싶을 정도이다. 사 첫 학기도 끝난 김에, 그동안 유학준비의 타임라인을 다시 정리해보려 한다.


1. 제일 중요한 학교 결정 ( D-9개월 ~ D-5개월 )


영국 석사과정은 압축적으로 1년 만에 끝내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유학생들에게는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나처럼 특수한 사정으로 일부러 2년 과정을 찾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꽤나 어려운 나라이기도하다. 그래도 여기저기 발품을 팔면 Diploma 1년 과정을 추가해서 2년 과정을 운영하는 곳이 꽤나 숨어있기도 하니 찾는 만큼 기회는 많아진다. 이런 2년 석사과정을 잘 찾기만 한다면 나처럼 석사 과정을 굳이 빨리 끝낼 필요가 없고, 졸업한 지 오래돼 석사과정에 연착륙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에게 영국 석사는 최적의 경로일지도.


원하는 학위 과정을 찾았다면 서둘러 지원을 해야 한다. 리 학교처럼 Rolling Admission 시스템인 경우 입학 원서 마감일이 따로 없고 계속 지원을 받지만, 아무래도 먼저 지워할수록 합격 확률도 올라간다고 한다. 나는 남들보다 늦은 편인 25.2월에 그 해 9월 학기 과정에 지원서를 넣었고, 두 달이 지난 4월이 되어야 최종 합격통지를 받을 수 있었다. 다소 촉박한 일정이었다.


지원을 위해서는 1) 추천서(통상 2~3개) 2) SOP(학업계획서) 3) CV(이력서)와 함께 각 학교에서 요구하는 영어점수 등이 필요하다. 추천서는 보통 내가 아닌 추천인께서 직접 이메일 링크를 통해 제출해 주셔야 하기 때문에 추천인분께 넉넉한 시간을 드리고 미리 요청드리는 것이 좋다. 때문에 나는 학교가 정해지자마자 학부시절 A+을 받은 과목의 교수님들 몇 분께 메일을 보내 염치 불고하고 추천서를 요청드렸다. 직장생활 중이라면 직장 상사 분께 받는 것도 가능하다. SOP와 CV는 선배들의 자료와 샘플을 유학원으로부터 제공받아서 참고하여서 틈틈이 계속 보완하였다. 영국은 보통 GRE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데, 내가 원했던 경제학 석사과정은 GRE를 요구해서 GRE 점수도 만드느라 꽤나 바쁘게 움직였다. 과정이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대도 거의 두 달이 걸렸다.


2. 비자 준비( ~ D-2개월)


합격을 하면 학교에서 학생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CAS 번호를 준다. CAS 번호가 나오는 대로 비자 발급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그전에 미리 결핵검사를 받아두면 좋다. 영국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결핵검사가 필수인데 서울 3개 병원 중 한 곳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비자를 발급받을 때에도 이런저런 수수료가 계속 나가는데, 특히 이때 내는 의료보험료가 상당하다. 영국 필수 공공의료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한 의료보험료인데 아이도 성인과 동일하게 1인당 연간 776파운드였고, 실제 머무는 기간보다 비자는 더 넉넉하게 발급되기 때문에 의료보험료도 그에 맞게 2년 반 기간에 상당하는 비용이 청구되었다. 가족이 함께 나가는 경우 미리 목돈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겠다.


비자 발급절차는 모든 것이 돈이라서 내가 직접 모든 서류를 스캔해서 올리고, 비자를 받으러 직접 가는 등 발품을 파는 만큼 저렴하게 진행할 수 있다. 비자 발급 단계에서 영어 인터뷰랄 것은 따로 없지만, 이태원에 위치한 비자센터에 한 번은 방문해서 내 사진과 지문 등 정보를 직접 입력해야 한다. 이때 사은품처럼 Lebara 유심을 하나씩 주는데 여기에 영국 현지 번호도 적혀 있어서 미리 영국으로 택배를 보랄 때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다행히 비자 발급까지는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3. 영국집 구하기( ~ D-2개월)


비자와 함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게 알아보아야 할 것은 바로 집이다. 런던은 집값이 살인적이었기 때문에 이 과정이 가장 지난하고 힘이 들었다. 지원 가능한 가족 기숙사에는 모두 지원서를 넣었고, 결과를 기다리며 Zoopala나 Rightmove 같은 중개 사이트를 매일같이 살펴보았다. Crystal Roof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각 지역의 치안 수준과 인종 구성 등을 대충 짐작할 수 있고, 주변에 M&S나 Waitrose 같은 고급 마트가 있는지 등을 부수적으로 고려해서 지역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센트럴 런던에 살기 위해서는 최소 월세 500만 원은 주어야 그나마 3인 가족이 살만한 원베드룸 이상을 구할 수 있으니 내 예산과 우선순위를 고려해서 지역을 골라야 한다. 이때 살인적인 런던 물가를 체감하였지만, 우리 집에는 아기가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치안이나 청결을 후순위로 미뤄둘 수도 없었다. 런던에 정착하기까지 가장 큰 스트레스가 바로 이 집 구하기였다.

다행히 나는 운 좋게 가족 기숙사에 추가 합격이 되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월세에 학교 도보거리에 살 수가 있었다. 영국은 지하철 교통비가 비싸기 때문에 멀리 살면 그만큼 교통비 지출을 감수해야 하고, 가스/전기 등 공공요금도 비싸 월세 이외에 추가적인 부담이 계속 더해지는데 기숙사는 이 모든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서 매우 좋은 기회였다. 기숙사인 만큼 치안이나 시설 보수도 빨라서 매우 만족하며 살고 있다. 누군가 가족과 함께 런던에 온다면 꼭 가족 기숙사를 먼저 잡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4. 이사 준비( ~ D-1개월)


2년이라는 시간이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라 이사 짐을 싸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을 비우고 싸는 과정에서 제로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게 된다. 세 달쯤 걸리는 선편 택배는 20kg 한 박스에 74000원이기 때문에 최대한 현지에서 조달할 요량으로 아기의 한글책과 기본 옷가지들만 챙겼다. 다시 짐 싸던 시기로 돌아간다면 여기서 구하기 어려운 아기 한글책과 학습지들을 더 다양하게 챙기고, 다이소를 여러 번 털어와서 최대한 자잘한 생필품을 꽉꽉 눌러 담을 것 같다. 고무장갑, 수세미, 위생장갑 이런 저렴한 한국의 공산품 물가가 그립다. 생각보다 한식 재료들은 매우 접근성이 좋아서 (한국의 2배 가격을 지불할 의향만 있다면) 아쉽지 않게 거의 모든 재료를 구할 수 있다.


출국 전에 챙겨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 시기가 너무 너무나 바쁘다. 이 시기에 잊지 말고 금융/보험/통신을 정리하고, 시간을 내어 가족 모두 건강검진을 꼭 받고 와한다. 영국은 치과는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치아검진도 필수이다. 다시 돌아간다면 이때 미리 파운드를 많이 환전해서 확보해 둘 것이다. 생각보다 환율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현지에서 월세나 학비 같은 큰 금액을 지출할 때 환차손을 많이 보게 된다. 특히 Monzo나 Revolut 같은 영국 인터넷 은행의 계좌를 미리 만들어두면 3% 넘는 높은 저축 이율을 주는 경우도 많다.


5. 입국 직후 ( ~ D+1개월)


이사 직후에는 집 상태가 이상한 곳이 없는지 꼼꼼히 Inventory 체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집 근처 GP를 찾아 내 주치의를 등록해야 한다. 이 시기 집에 필요한 물건들은 아마존을 많이 활용했는데, 학생 등의 경우에는 Amazon prime 무료 이용 가능한 기간을 제공해 주니 활용하면 좋다. 생각보다 아마존 물가가 저렴하지는 않으니 알리 등도 적당히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우리 집은 아기가 있어서 이 시기에 집 근처 널서리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큰 이슈였다. 한국에서 보내기로 마음먹었었던 곳은 막상 가보니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어서 충격을 받고 다시 처음부터 널서리를 찾아보게 되었다. 집 근처 작은 어린이집은 우리나라 가정 어린이집처럼 안락한 분위기였고, 공립 어린이집은 다양한 시설과 전문적인 선생님들이 강점이었다. 다시 되돌아간다면 집 근처 초등학교 부설 널서리들에도 모두 메일을 보내 가장 유리한 조건의 널서리를 찾을 것이다. 널서리마다 원장의 재량으로 추가적인 원비를 지원해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곳에 메일을 보내고 방문 상담을 해가면서 발품을 파는 것이 좋겠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에서 알아볼 때보다 현지에 훨씬 더 많은 정보들이 있었다.



아직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사실 불편하다고 할만한 것은 거의 없다. 그나마 아쉬운 것은 내 영어실력뿐인데 이것도 대충 눈치로 따라가면 되니 뭐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런던 생활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도시에서, 너무나 감사한 여유가 주어졌다. 다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이렇게 런던에서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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