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취미를 가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식재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떤 식재료가 몸에 좋은지. 어떤 재료와 어떤 재료가 서로 궁합이 맞는지 등 재료 자체에 대해서도 탐구하게 되었고 매일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칼로리와 영양 성분을 꼼꼼히 따져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음식 공부를 하다 보니 파스타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밀가루는 몸에 나쁜 것이고 다이어트를 위해서 피해야 할 음식이라고 말한다. 여기저기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밀가루 덩어리인 파스타는 다이어트할 때는 반드시 피해야 할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파스타의 영양 성분을 꼼꼼히 읽어본 후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미드를 볼 때마다 서양 사람들이 파스타에 소스만 대충 뿌려서 먹는 것을 보고 저렇게 부실하게 먹으면 안 된다고 걱정하곤 했다. 그런데 서양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파스타면에는 단백질이 12 ~ 25%(하루 섭취 영양성분 기준)나 함유되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햇반은 단백질 함량이 9%(하루 섭취 영양성분 기준)이니 햇반에 간단한 반찬만 챙겨 먹었던 내가 TV에 나오는 외국인들보다 훨씬 더 균형이 안 맞는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이어트를 할 때 밀가루 음식을 피해야 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밀가루는 정제밀을 의미하고 파스타의 주재료는 일반 밀이 아닌 듀럼밀이다. 듀럼밀은 파스타를 만들 때 사용되는 특수한 품종의 밀로 일반 밀과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내가 즐겨 먹는 디벨라 파스타 면의 경우 100g에 포함된 단백질이 약 12g으로 성인 하루 단백질 섭취량의 22%을 제공한다. 파스타 면에 따라 단백질 함량은 12 ~25%로 다양한데 영양 성분을 꼼꼼히 따져보고 식품을 구매하게 되면서 단백질 함량이 높은 파스타 면을 선호하게 되었다. 게다가 듀럼밀로 만든 파스타면은 GI 지수도 낮은 편(40 ~ 60 정도)이라 소화도 천천히 되고 지방으로 전환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우리 부부는 저녁 식사로 파스타 샐러드를 즐겨 먹는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고 야채와 단백질을 같이 섭취할 수 있는 좋은 식단이기 때문이다.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파스타 면을 삶아서 올리브유와 소금, 후추로 드레싱을 하고 취향에 따라 각종 야채를 섞으면 된다. 단 파스타 면의 칼로리는 꽤 높은 편이니 너무 많이 넣으면 안 된다. 우리는 1인당 100g(약 350 칼로리)을 정확히 계량해서 먹는다.
우리가 저녁에 일반식을 먹지 않고 샐러드나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한지는 5년쯤 되었는데 저녁으로 부대찌개, 칼국수 등의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선호하던 남편은 7킬로 이상을 감량했고 내 경우에도 2킬로 정도는 빠진 것 같다.
나이가 들고 몸이 예전같이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음식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이런저런 책을 읽다가 밀가루에 함유된 글루텐이 몸에 나쁘다는 책을 읽게 되었고 밀가루를 끊는 식단을 시도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서 밀가루를 끊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고객분들과 식사를 해야 할 때도 많고 회식도 있는데 그때마다 밀가루 음식을 피해서 메뉴를 고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결국 중도에 포기하고 다이어트는 퇴사 후로 미뤘었는데 밀가루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조금 더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체질에 따라서 밀가루가 몸에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다이어트의 핵심은 매일매일 지속할 수 있는 나만의 식단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밥보다 빵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밀가루 음식을 끊는 것은 어려웠다. 우리 부부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본 후 매일매일 지속할 수 있는 식단으로 밀가루를 먹지만 지나치게 먹지 않는 것으로 타협하였다. 그리고 정제밀이 아닌 몸에 좋은 듀럼밀을 먹기 위해 파스타 샐러드를 주식으로 먹는다.
마트에 가 보면 수많은 파스타 면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육아와 일 때문에 시간에 쫓겼던 시절에는 그저 눈에 띄는 적당한 가격대의 제품을 샀다. 내 가족과 내가 먹는 음식이니 잠깐만 시간을 내서 꼼꼼히 따져본다면 파스타에 대한 오해도 풀고 어떤 제품이 우리 가족에게 맞는 식품인지 찾을 수 있었을 텐데 그 잠깐의 여유조차 없었던 삼십 대의 내가 안쓰럽다.
You are what you eat.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고 믿기에 될 수 있으면 건강한 음식을 먹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