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는 고된 회사 생활을 견디기 위해서이다. 회사 내에서 소통하거나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는 동료가 없기에 이곳에 나의 고됨을 토로하고 위로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퇴사일을 입사 20주년으로 정하고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굳이 입사 20주년 기념일로 퇴사일을 정한 것에는 회사에 대한 작은 복수심도 자리 잡고 있다. 한 회사에서 20년을 버터 낸 사람이 보란 듯이 퇴사할 만큼 회사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것이다. 물론 회사는 꿈쩍도 안 할 테지만 20년을 열심히 일한 나에게 주어지는 트로피와 상금을 챙겨서 멋지게 퇴사하려고 한다.
25년의 직장 생활 동안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힘들고 고된 시간을 보냈다. 사춘기 아들을 키우며 가슴에 참을 인자를 새기며 108배를 했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우 때문에 속상해서 잠 못 이룬 날들도 많았다.이렇게 힘들 때마다 나를 위로해 줄 무언가를 찾고자 헤맸는데 그중에 하나가 요리이다.
이삼십 대에는 집안 살림이나 요리에는 관심이 없었다. 친정 엄마가 살림을 도맡아서 해주셨기 때문에 집안일이나 요리에는 신경을 안 쓰고 직장을 다닐 수 있었기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내가 갑자기 요리를 시작한 것은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였다.
우리 아들은 파스타, 피자 같은 음식을 좋아하는데 고등학생이 되니 바빠서 외식할 시간이 없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공부를하는데 좋아하는 음식도 못 먹으니 옆에서 보기 안타까웠다.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실컷 먹이고 싶어서 뒤늦게 요리를 시작했다.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 덕분에 TV를보면서 여러 가지 요리를 쉽게 배울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요리에 재능이 있었는지 주부 9단이신 우리 엄마도 내가 한 요리가 맛있다고 하셨고 무엇보다도 아들이 좋아해서 아들의 고등학교 시절 3년 동안 열심히 요리를 했다.
요리를 즐겨하니 브런치에도 가끔씩 음식에 대한 글을 올리곤 했다. 요리를 잘 못하는 사람도 쉽게 할 수 있는 레시피 위주로 몇 개의 글을 올렸는데 이 글 중 하나가 포털 메인에 올라가서 내 브런치에서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글이 되었다.
무심코 올린 요리에 대한 글이 조회 수 Top을 기록하다니 세상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은 정말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나는 요즘도 108배를 한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108배를 하고 나면 나를 힘들게 하는 번민이 사라지고 미운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겨서 108배를 한다. 108배를 하고 하루를 시작하면 몸과 마음이 훨씬 평안해지기 때문에 매일 108배를 한다.
나는 요즘도 요리를 한다.
이제 대학생이 된 아들은 예전처럼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 아들을 위로하기 위한 요리는 필요 없지만 요리하는 순간 모든 번민을 잊을 수 있어서 요리를 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힘들었던 하루를 다 잊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요즘도 요리를 한다.
어니언 수프, 에그 베네딕트, 파에야, 해산물 스튜
오늘은 왠지 비프 부르기뇽이먹고 싶다.
오랜만에 비프 부르기뇽을 만들어서 공부하느라 지친 아들 기력 보충도 해주고 일주일 내내 시달린 나 자신도 위로해 줘야겠다.
맛있는 음식은 생각보다 큰 위로를 준다. 시간이 없어서 요리를 하지 못할 때도 남이 해 준 따뜻한 음식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오늘은 내가 한 요리로 내게, 그리고 내 가족에게 위로를 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