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샐러드 마니아가 되기까지

끼니로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샐러드 요리들

by 아르페지오

나는 요리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했고 그 이후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직장 생활과 육아에 쫓겨서 요리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 더군다나 친정 엄마랑 같이 살았기 때문에 엄마가 음식을 해주셨고 요리를 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이렇게 어영부영 살다가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었다. 평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는 공부에 쫓겨 외식할 시간이 없어지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수험생 시기를 지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정말 바쁘다. 잠도 부족하고 공부 스트레스도 심한데 부족한 공부를 채우느라 이 학원 저 학원을 다니다 보니 맛있는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달랠 시간조차 없었고 이런 모습을 옆에서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


그때 갑자기 지중해 요리책이 눈에 띄었다. 지인분이 선물해 주신 요리책인데 한식 요리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시도하기는 너무 어려운 것 같아서 차마 펼쳐보지 못하고 있었다. 공부에 지쳐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해 용기를 내서 책장에 처박혀 있던 요리책을 꺼냈고 아이에게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라고 하고 주말마다 지중해 요리를 하나씩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먹어보지도 못한 지중해 요리를 책으로만 보고 배우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재료도 쉽게 구할 수가 없었고 먹어 본 음식이 아니니 제대로 한 것인지 확신할 수도 없었다. 요리를 할 때마다 실패하는 기분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아이가 나의 지중해 요리를 너무 좋아했다. 사 먹는 것보다 더 맛있다며 엄마가 요리를 해줄 수 있는 주말을 손꼽아 기다렸고 다음 주에는 어떤 메뉴를 해달라고 미리 예약을 하기도 했다.

지중해 요리 by 나카가와 히데코

이렇게 아이의 고등학교 시절 3년 내내 지중해 요리 책을 혼자서 독파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지중해 요리가 소개되어 있는데 어떤 것은 아이와 남편이 너무 좋아해서 수십 번 했고 어떤 것은 한 번만 하고 다시 하지 않았던 것도 있다. 책만 보고 배운 거라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 나는 3년 동안 주말 내내 지중해 요리를 했고 아이는 대학에 갔다. 맛있는 음식으로 위로를 받은 탓인지 아이는 나름 편안하게 고등학교 3년을 보냈고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아들 덕분에 지중해 요리를 배우게 된 후 우리 가족 모두 지중해 요리를 즐기게 되었다. 지중해 요리는 토마토, 양파, 가지 등 슈퍼 푸드가 주재료라서 자꾸만 살이 찌는 중년 부부의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았고 계량이 어려운 한식요리보다 만들기도 쉬웠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부부는 저녁으로 지중해식 샐러드를 먹는다. 나이가 먹을수록 탄수화물을 좀 덜 먹는 게 건강에 좋을 것 같고 맥주를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매일 저녁 맥주 한잔을 곁들이는데 여기에 밥까지 챙겨 먹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저녁은 샐러드를 주식으로 먹게 되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샐러드는 지중해 샐러드 책에 나온 버전을 한국식으로 간단하게 바꾼 것도 있고 내가 어딘가에서 먹어보고 맛있어서 비슷하게 만들어 본 샐러드도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자주 해 먹는 렌틸콩 샐러드, 오이 아보카도 샐러드, 토마토와 귀리 샐러드 레시피를 공유해보려고 한다.


매운 렌틸콩 샐러드는 우리 부부가 제일 좋아하는 샐러드이다. 렌틸콩 2컵을 깨끗이 씻은 후 30분 정도 물에 불렸다가 렌틸 콩 불린 물을 그대로 넣어 20분 정도 삶고 토마토를 썰어 넣은 후 요구르트 한 컵(종이컵 한 컵 분량)에 레몬즙, 소금, 고춧가루를 넣어 먹는 샐러드인데 끼니로도 아주 훌륭하고 와인 안주로도 좋다. 고수가 잘 어울리니 고수가 있다면 같이 곁들이면 더 좋다. 그리스에서 주로 먹는 샐러드라고 하는데 요구르트와 고춧가루의 조합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몰랐다. 게다가 렌틸콩이 주재료이니 단백질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고 포만감도 줘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해 먹는다. (이 샐러드의 오리지널 버전은 오이와 요구르트 드레싱을 곁들인 매운 렌즈콩 샐러드인데 한국인 입맛에 맞는 쉬운 버전으로 내가 바꾼 것이다.)

매운 렌틸콩 샐러드


토마토, 귀리 샐러드는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샐러드이다. 귀리를 20~30분 정도 삶아서 식혀놓고 양파를 다지고 토마토를 썰어 넣고 올리브나 파프리카 등 집에 있는 야채들을 썰어 넣으면 된다. 드레싱은 지중해 샐러드 요리책에서 단골로 사용되는 것으로 올리브유, 레몬즙, 소금, 후추만 넣으면 된다.(올리브유와 레몬즙은 2:1의 비율 ) 이렇게 차갑게 먹는 샐러드는 미리 만들어서 냉장고에 30분 정도 넣어두었다 먹으면 드레싱이 재료에 스며들어 훨씬 더 맛있다.

토마토, 귀리 샐러드

마지막으로 오이 아보카도 샐러드는 남편과 같이 갔던 음식점에서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내 맘대로 비슷하게 만들어 본 메뉴이다.

오이를 깍둑썰기해서 소금을 약간 뿌려 놓고 아보카도를 으깬 후 레몬즙, 소금, 후추를 뿌려 섞어준다. 여기에 땅콩이 있으면 넣고 민트 잎을 추가하면 더 맛있는 샐러드가 된다. 칼로리도 낮고 맥주 안주로도 훌륭해서 평소에 자주 해 먹는 샐러드 중 하나이다.

오이 아보카도 샐러드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 샐러드를 해 먹지만 가장 좋아하고 만들기도 쉬운 이 세 가지 샐러드를 제일 많이 해 먹는다. 주변에 친한 지인들에게는 레시피를 많이 알려줬는데 끼니로 먹을 수 있는 칼로리가 낮은 샐러드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브런치에도 공유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음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먹는 음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될 수 있으면 건강한 재료로 가볍게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이런 우리 부부의 식생활에 지중해 샐러드 요리책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만약 샐러드를 주식으로 먹어보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샐러드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해 주었고 내 첫 요리책이기도 한 "지중해 샐러드" 책 덕분에 나는 샐러드 요리 마니아가 되었다.

지중해 샐러드 by 나카가와 히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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