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다가오면

by 아르페지오

벌써 11월이 되었고 이번 주 목요일이 수능시험일이다.


예전에 고등학생 학부모였을 때는 수능이 다가오면 긴장을 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내곤 했는데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고 나니 이번 주 목요일이 수능시험일 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수능이 다가오면 예비 수험생 학부모들의 마음은 불안해진다. 이렇게 불안해지는 학부모들 마음을 공략하기 위해인지 과외나 학원 설명회 등의 전단지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눈에 띄는 것 같다.


아이를 대학에 보내고 몇 년이 지난 후에 되돌아보니 후회되는 것들이 참 많다. 아이가 하나이고 워킹맘이라 입시 정보에 어둡다 보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나의 경험담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보려 한다.


나의 첫 번째 스토리는 수능이다.


우리 아들은 2017년도 수능을 보고 정시로 대학에 진학했다.

고2 2학기부터 정시를 목표로 입시 전략을 수정하였고 논술과 수능 준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현재 입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정시에서는 입학정원의 20~30%만 뽑았기 때문에 고3이 정시로 원하는 대학을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논술에 집중하라고 하셔서 논술도 같이 준비를 하긴 했지만 내 판단에는 일반고에 다니는 우리 아이가 특목고, 과학고를 다니는 아이들을 제치고 논술 전형에서 합격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였다.

여하튼 그렇게 논술과 수능 준비를 병행하며 1년 여의 시간이 흘렀고 드디어 우리 아이가 수능 시험을 보는 날이 다가왔다.

수능 전날, 아들은 밤새 잠을 거의 설친 듯했고 나도 긴장이 돼서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컨디션 조절이 중요한데 잠을 푹 자지 못한 것이 걱정되었지만 아들이 먹을 도시락을 정성껏 준비해서 아이를 시험장에 데려다주었다.

아들을 시험장에 내려준 후에는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남편과 같이 근교에 있는 한적한 카페로 가서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았던지 카페에는 수험생 부모같이 보이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수능 시험은 오전 8시 40분에 시작해서 오후 4시 30분에 끝나기 때문에 꽤 오랜 시간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내내 고전 분투했던 기억들이 떠올라서 만감이 교차하였다.


드디어 시험이 끝날 시간이 되었고 예년에 비해 수능 시험이 어려웠다는 기사를 보고 떨리는 마음으로 아들을 데리러 갔는데 다행히 아이는 밝은 얼굴로 나왔다. 시험이 어렵지 않았고 가채점을 해보니 평소와 비슷한 점수가 나왔다고 했다. 천만다행이었다.


하루 종일 시험을 치느라 고생한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어서 근처 식당가로 갔는데 모든 식당이 만석이었다. 시험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은 철저히 챙겼는데 시험이 끝난 날 식당을 예약해야 한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수능 시험이 끝나면 오랜만에 아이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려는 수험생 학부모들이 쏟아져 나와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식당에서 자리를 잡기 어렵다. 그리고 수능이 끝난 아이들도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서 회포를 풀기 때문에 이 날은 저녁 약속을 피하는 것이 좋다.)

쇼핑몰을 헤매고 다니다가 겨우 자리가 있는 식당을 하나 찾아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의 긴장이 다 풀려서 그냥 쓰러져 누웠는데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았다.

어제 잠을 설친 아들도 영 잠이 오지 않는지 밤새 게임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게임을 실컷 하는 듯했다.


그렇게 꿈만 같았던 수능일이 지나고 수능 성적표가 나온 후 정시 원서를 냈고 우리 아들은 서강대 공대에 합격하였다.

고3이 정시로 원하는 대학을 가는 것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입시 구조 상 고3이 정시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원의 20% ~ 30% 정도만 뽑는 정시는 수능에서 한 문제만 틀려도 대학이 바뀔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재수생들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들은 분당에 있는 일반고에 다녔는데 아들이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도 정시로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한 아이들이 열명 내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담임 선생님은 정시 원서를 낼 때 재수생과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소 성적보다 낮춰서 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아이의 평소 성적에 맞춰 소신껏 원서를 냈다.

합격 통지를 받은 후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다며 축하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기분이 상했다. 선생님 말씀대로 서강대 아래 등급의 대학에 원서를 냈더라면 진심 어린 축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하향지원을 했더라면 우리 아들은 재수를 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대학생활을 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3년 내내 학교에서는 별 도움을 받지 못했는데 합격 소식을 알렸는데도 이런 반응을 보이니 괜히 소식을 알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담임 선생님 말씀을 따르지 않고 소신껏 원서를 냈기에 아이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였다. 이렇게 소신껏 원서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입시를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었다. 정시로 입시 계획을 수정한 후 나는 거의 매주 대치동 학원가에 가서 설명회를 들으며 재수생들의 동향을 파악했고 치열하게 입시를 공부했다.


2017년, 워킹맘으로 치열하게 아이를 키우며 눈물을 삼키던 모든 장정이 끝났는데도 이상하게 그 후로도 몇 년 동안 수능일이 다가오면 긴장이 되었다. 출근해서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잠시 한숨을 돌릴 때는 모든 수험생들이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런데 올해에는 수능 시험일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이제 내 주변에 수능 시험을 보는 아이들이 없기도 했지만 이제 그만큼 수험생 부모로서의 힘들고 아팠던 기억이 무뎌진 탓인 것 같다.


올해 시험을 보는 모든 수험생들은 코로나로 인해 전래 없는 온라인 수업을 겪은 세대일 것이다.

2017년 수능은 1교시 국어가 매우 어려웠고 이 때문에 우리 아들의 친구들 대부분이 재수를 했다고 한다. 현수생들은 재수생보다 훨씬 더 긴장을 하는데 1교시 국어부터 어려운 문제가 나오니 다들 멘털이 무너졌던 것이다.

우리 아이가 재수생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아이들보다 긴장을 덜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아들은 평소와 똑같은 마음으로 시험을 봤다고 말했다. 1교시에 긴장을 하지 않았기에 2교시, 3교시, 4교시에도 모의고사 때와 비슷한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큰 시험 앞에서 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쓸데없이 긴장을 하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올해 시험을 보는 수험생들 모두 절대 긴장하지 말고 자신의 실력을 백 퍼센트 발휘하여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를 기도해 본다.


그리고 그동안 같이 고생한 수험생 학부모님들에게도 그동안 고생하셨다는 따뜻한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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